7화. 상처 주지 않고 말하는 법

- 특수학교 교실에서의 관계 안전지대 만들기

by mjbooks

교실에서 말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아이들은 말의 정확한 내용을 잊어도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 몸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조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옳은 말’을 해왔지만 항상 ‘안전한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왜 또 그래?”

“선생님 말 들었어?”

그 말들은 틀리지 않았다.

교실의 질서를 위해 분명 필요한 말들이었다.

그런데 어떤 아이에게는 그 말이 행동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자기 존재가 부정당하는 순간으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아이의 반응이 아니라 그날 집에 돌아와서야 알아차리곤 했다.

안전한 말은 톤이나 어휘의 문제가 아니었다.

부드럽게 말해도 아이는 더 흔들릴 수 있었고, 단호하게 말해도 상황이 더 악화되기도 했다.

차이는 말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말을 하기 전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이 말을 지금 왜 하려는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이 상황에서 느끼는 내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인가.

이 질문은 늘 나를 멈춰 세우지는 못했지만, 가끔은 말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나는 말의 구조를 바꾸어 보려고 했다.

항상은 아니었고, 늘 성공하지도 않았다.

이미 목소리가 굳어버린 뒤에 ‘아차’ 하고 돌아보는 날이 더 많았고, 여유가 없어 그 말조차 꺼내지 못한 날도 많았다.

그래도 가능한 순간에는 순서를 조금 바꿔 보았다.

지적보다 관찰을 먼저 말하려 애썼다.

“왜 또 그래?” 대신 “지금 많이 힘들어 보인다”라고 입 밖에 내보려 했던 날들이 있었다.

지시보다 의도를 먼저 설명해 보기도 했다.

“멈춰.”라고 말하기 전에 “지금은 모두가 다치지 않아야 해서”라고 이유를 붙여보려 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명령 대신 선택을 건넨 날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럴 여유가 없는 날이 훨씬 더 많았다.


아이의 반응도 늘 같지 않았다.

어떤 날은 아무 변화도 없었고, 어떤 날은 오히려 상황이 더 격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아주 가끔, 정말 가끔 아이의 몸이 조금 먼저 멈추는 순간이 있었다.

표정이 아주 잠깐 풀리거나, 호흡이 한 박자 늦춰지거나,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는 정도의 변화.

그때 나는 조금 늦게 이해했다.

아이들은 내 말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이 공간이 지금 당장 위협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몸으로 먼저 감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항상 상처 주지 않는 말을 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그렇게 애쓰는 태도 자체가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만 가능한 순간에만, 내가 무너지지 않았을 때만 이 순서를 떠올려 보려 한다.

그것만으로도 교실은 완전히 달라지지 않아도 조금은 덜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배웠다.

안전지대는 아이를 편안하게 만드는 공간이 아니다.

아이와 교사가 함께 무너지지 않는 공간이다.

그래서 안전한 말에는 늘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 했다.

나는 너를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태도.

그리고 우리는 안전해야 한다는 분명한 선.

아이들은 그 균형을 생각보다 정확하게 읽어낸다.


나는 여전히 말로 인해 후회한다.

조금 더 기다릴 걸, 조금 덜 말할 걸,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전할 걸.

하지만 이제는 안다.

완벽한 말을 하려 애쓰기보다 말이 시작되는 자리부터 점검하는 것이 교실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말을 고르기 전에 잠깐 멈춘다.

이 말은 누구를 위한 말인가.

그 질문이 남아 있는 한, 교실은 완벽하지 않아도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는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