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사랑이란...
나는 사랑 때문에 불구가 됐다. 이십 대 중반, 알랭 드 보통의 소설에서 본 문장. 그 말이 나를 꿰뚫는 것 같았다.
그 시절, 대학로의 작은 코미디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쪽지가 하나씩 건네졌다. 아무 말이나 적어 무대 위로 던지라는 주문이었다. 수십 장의 쪽지가 날아오르는 가운데, 내 것이 세 번째로 읽혔다.
"나는 사랑 때문에 불구가 됐다."
코미디언도, 관객들도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웃음소리가 잦아들고, 무대 위의 사람들이 투덜거렸다. "분위기 다 망쳤네." 그들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나는 그 순간 모든 것이 우스웠다. 다들 바보 같았다.
아무 말이나 적어 던지라고 해놓고, 정작 예상치 못한 문장이 나오자 당황하는 코미디언들이. 무작정 웃기 위해 객석에 앉아 있었지만 그 말을 듣고 차마 웃지 못했던 관객들이. 그 문장을 적어 놓고 정작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몰랐던 나 자신까지도.
그 순간의 정적은 단순한 당혹감 때문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뜻밖의 말이라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자조가 너무도 진실했기에. 어쩌면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걸까. 그런 말을 가볍게 웃어넘길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사랑 때문에 불구가 됐다. 어느 것도 온전히 붙잡지 못하는 삶이었다. 사랑할 수 없는 대상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줄도 모르며, 사랑 없는 사랑을 꿈꿨다. 나는 나 자신을 수용하지 못해, 그 모든 것이 괴로웠다.
그때의 나는, 그것이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