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날들

여름과 꿈 사이

by 신지후

오후 3시 약속이었는데 늦잠을 자느라 2시 59분에 일어났다. 허둥지둥 전화를 걸어 이제야 일어났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미안하다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상대방이 웃으며 말했다.

"주연우, 그럴 줄 알았어. 그만 자고 잠깐이라도 얼굴 보게 튀어와."

꾸지람도 서운함도 없이 다정히 웃는 목소리로 나를 받아주었다.

그 여름 낮에 나는 짧은 꿈을 꿨다. 샛노란 탈색머리, 보랏빛 원피스, 금색 마이크. 이소라 언니는 신창역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하고 있었다. 나는 맨 앞줄에서 우와! 탄성을 터뜨리며 언니를 올려다봤다. 이소라 언니가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싱긋 웃었다.

콘서트가 끝나고 계단을 오르니 푸른 바다가 끝도 없이 눈부시게 펼쳐져 있었다.

검색해 보니 신창역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었다. 현실의 신창역에서는 바다를 볼 수 없겠지만, 꿈속에서는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고마운 사람, 좋은 꿈, 햇살과 바람과 초록이 무성했던 날. 고마워서라도 잘 살고 싶은 초록의 날들을, 그리고 나의 매일을 사랑해야지.

이소라 언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