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분으로 시민안전을 지키려한 실험

불법주차 1분 단속제 시행: 절반의 성공

by 김정선

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出)의 저자


단 1분으로 시민안전을 지키려한 실험

- 불법주차 1분 단속제 시행: 절반의 성공 -


나는 조직의 무관심속에서 더 열정적으로 일했다

나는 교통지도과장 4년을 근무하면서 참으로 다양한 새로운 일들을 지칠 줄 모르고 했던 것 같다. 직원들은 루틴을 깨려고 하는 나 때문에 힘들어했겠지만, 나는 그 과정에 스트레스와 희열을 번갈아 느끼면서 공직의 의미를 만끽하였다.

어찌보면, 교통지도과처럼 부서장이 주도권을 가지고 업무개선을 할 수 있는 부서는 서울시 어디에서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관심권 밖의 일을 하는 부서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니 부서장이 생각하는대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노자의 무위사상에 심취해서 일을 안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월급은 월급대로 꼬박꼬박 받는 어찌보면 “꽃보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부서에서 4년을 『교통지도단속체계 고도화』를 부르 짖으면서, 수많은 직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으니, 오늘 날의 나의 외로운 처지가 절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정책나르시즘의 산물! 60초, 단속기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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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1-2년을 보냈다면, 오늘 날의 나의 모습은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서울시 막장과도 같은 부서에서 “내가 살아 있음”을 현시하기 위해 “루틴 타파”라는 전술을 구사하여 수많은 직원들을 몰아부쳤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회고도 해보게 된다.


어찌 됐든, 나는 “규제행정도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다”라는 나의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 『교통지도단속체계 고도화』라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4년을 쉴 틈없이 보냈다.


그 중의 하나가 불법주차 1분 단속제다.


『불법주차 1분 단속제』는 내가 교통지도과장으로서 4년 근무하면서 가장 곤혹스럽기도 하면서 나의 '돌아이'적인 기질을 또다시 펼쳐 보인 센세이션한 사안이었다.

어찌 보면 내가 만든 정책이 공익적 가치 수호를 위한 최고 정책으로 시행된다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 것 같은 나 홀로 “정책 나르시시즘“에 빠져서, 정책 시행으로 불편을 겪게 될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소홀히 한 대표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고,


또는 어린이보호구역 등에서 교통약자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대안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불법주차 단속의 어둠을 걷어내기 위한 1분 단속제

불법주차 1분 단속제는 고정식 CCTV로 단속하는 경우에 보도, 횡단보도, 정류소, 소화전 등 시민 안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주차 또는 정차를 불허하는 장소에 자동차가 1분 이상 서 있는 경우에 단속스티커를 발부하겠다는 내용이다.

2018년 당시만해도 서울 전역에 고정식 주차단속 CCTV가 2,500대가 설치되어 있으나 단속실적은 1대당 일평균 1.5건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용 CCTV가 설치되어 있음으로 나타나는 예방효과를 고려하면, 단속실적이 낮은 것은 이해 가능하나 사실은 다른 측면이 있었다.


상가나 음식점 등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고정식 단속 CCTV가 설치되어 있어도 “등잔 아래가 어둡다”는 격으로 상습적인 불법주차가 만연한 경우를 쉽게 목도할 수 있는데, 상인들이 고객들에게 단속당하지 않는 팁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차량번호판의 일부 숫자를 장갑으로 가린다거나, 단속 유예 시간인 5분을 최대한 활용하는 ‘팁’ 즉, 주차한 후 5분이 경과 하기 전에 조금씩 앞으로 이동시켜 주차하도록 하여 단속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편법 등등을….

이러한 편법 등을 뿌리 뽑아 상습불법주차 문제도 해소하고 어린이 등 교통약자의 안전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시행코자 했던 『불법주차 1분 단속제』는 모 방송사의 9시 메인뉴스(‘17.5. 어느 날)에서 “불법주차 1분 단속제 전격 유보” 보도를 하면서 전면 시행이 보류되었다.


정책은 멈췄고, 아쉬움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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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죽만 요란하게 울리다가 결국은 반쪽짜리로 명맥만 이어 나갔다. 현재 “1분 단속제”는 강남 고속터미널과 남부터미널 구역 등 일부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시작은 작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구절을 되새기면서 서울의 불법주차 문제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획기적 아이디어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했던 이 사업은 그렇게 초라하게 용두사미 격으로 끝나게 되었다.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극렬한 반대로 인해 절반의 성공(실패)으로 마무리되어 무척 아쉬웠다.


어린이보구역 내에서 매년 많은 어린이가 불법주차나 운행차량 등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 중의 하나로 1분 단속제가 가까운 미래에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분 단속제 사실은.... 이미 시행 중이었다


물론, 보도·횡단보도·정류소·소화전 등과 같이 잠깐의 정차도 허용되지 않는 『주·정차금지장소』가 아닌 그 밖의 장소에서는 5분 이상의 단속 유예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 『불법주차 1분 단속제』는 시민신고제에서는 이미 적용되고 있었다. 즉 서울스마트불편신고앱을 활용하여 불법주차 장면을 촬영하여 전송하는 경우에 요건이 성립되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신고만으로 과태료부과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앱을 켠 다음에 위에서 언급했던 강력하게 단속해야 할 장소에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이 있는 경우에는 1분 간격으로 사진을 두 컷 이상 찍어 신고하면, 해당 구청에서 단속 공무원의 현장 출동과 단속 없이 과태료를 즉시 부과하는 것이다.

즉 주차단속 1분 단속제가 이미 온라인에서 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로변에 설치되어 있는 고정식 CCTV 단속에도 적용하려고 하였던 것인데….

불법주차 해악의 심각성 : 어린이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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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 주차된 차량에 아이가 가려 운전자가 보지 못해 어린이들이 차에 치여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빈번한데, 한 보험사가 최근 4년간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 사례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10건 중 4건은 “불법 주정차” 때문 이라는 것인데, 스쿨 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불법주정차에 대해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

*출처: 2024.5.3., SBS 8시 뉴스: 스쿨존 사고 38% ‘불법 주정차’ 때문(삼성화재 보도자료 참고)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를 야기한 차주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제화를 해야 할 것이다.


교통약자인 어린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주변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불법주차가 원인이 되어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에는 보다 강력한 처벌이 따라야 할 것이다.

명분은 있었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에 굴복하다

불법주차 1분 단속제를 앱에 의한 시민신고에서 뿐만 아니라 고정식 CCTV 단속에도 적용하려던 것인데, 자치구청장, 택시 종사자, 택배노동자 등 현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해당사자들의 반대로 중간에 좌절되고 말았는데....

모 방송사의 저녁 9시 뉴스에서 1분 단속제가 시행될 경우 택시운전자, 택배노동자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와 함께 “불법주차 1분 단속제 유보”라고 방송을 타면서 시들어 버렸다.


시행 전에 여러 차례 서울교통방송(TBS) 라디오, YTN 라디오 등 주요 방송매체와 인터뷰도 하면서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 시민 여론을 긍정적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였는데....


결정적으로 25개 서울지역 구청장들의 협의체인 구청장협의회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었고, 개인택시조합 등에서도 시행유보를 요청하면서 ‘시행유보’로 매듭짓게 되었다.

그래도 해 볼 가치는 있었다

실패했어도 의미있었던 시도, 공공가치를 위한 실험정신


답답한 노릇이었다.


구청장협의회에서는 두세 차례에 걸친 회의에서 ‘시행유보’를 요청했었고, 덕분에 나도 두세 차례 회의에 참석하여 시행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기도 하였으나,


당시(201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여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질 수밖에 없는 구청장들로서는 ‘1분 단속제 시행’은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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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당시 서초구청장처럼 관내에 위치한 고속터미널, 남부터미널 등에서 상습 불법주·정차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구청장만 홀로 불법주차 1분 단속제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었다.


불법주정차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막대한데 여전히 현실은 불법주차는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더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차단속은 최소화해야 하고 그래서 “계륵”과도 같은 취급을 받는 현실에서 “불법주차 1분 단속제”는 정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도 못하고 결국은 “반쪽짜리 정책”으로 퇴색해 버렸다.


마무리

우리는 가끔 ‘단속’이라는 단어에 스스로도 움츠러듭니다.


하지만 그 단속이 누군가의 귀가를 지키고, 아이들의 등굣길을 비추는 작은 안전망이라면, 그것을 멈추지 않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1분 단속은 멈췄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를 잊지 않습니다.


행정은 때로 실패합니다. 그러나 실패한 정책이 반드시 실패한 행정은 아닙니다.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기반, 그리고 다시 믿을 수 있는 공직자의 진심을 남겼다면 그 도전은 이미 값진 성과였습니다.

*이 글은 글쓴이의 저서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出)의 내용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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