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뒤의 행정: 고척돔은 어떻게 공무원의 원죄가 되었는가”
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出)의 저자
내가 체육진흥과장으로 발령받았을 때만 해도 원래 고척돔구장은 완전 돔이 아닌 하프 돔 형태로 건립하기로 하고 한참 터파기(토목공사) 중이었다.
동대문상가 주변에 위치했던 축구와 야구 경기가 펼쳐졌던 서울운동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건립하면서 대체 야구장을 고척동에 짓기로 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아마추어 야구 경기장용으로 완전개방형이 아닌 어느 정도의 비를 피할 수 있는 하프 돔 구조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국야구대표팀이 2009년 2월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하자 야구인들의 오랜 숙원인 돔 야구장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대한야구협회(KBA) 회장과 한국 야구위원회(KBO) 총재 등이 서울시장을 면담하면서(2009.4.) 야구계의 오랜 염원인 돔구장 건립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당초 「하프 돔」으로 건립 중이던 고척동 서남권 야구장을 완전돔구장으로 건립하는 것을 정책안으로 제시하였다.
당시 판단으로는 기존 건립 중인 하프돔구장 건립에 529억 원에서 3~400억 원만 추가하면 대한민국 최초의 돔구장이 된다 하니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건립 기간도 하프돔이 당초 2010년 9월에 준공 예정이었는데, 1년의 시간만 더 들이면 완전한 돔구장이 된다는데 , 누가 거절할 수 있겠는가!
<당초 고척동 하프 돔구장 터파기 공사 장면>
<당초 고척동 하프 돔구장 조감도>
세계청소년야구대회를 서울에서 유치하여 고척돔구장에서 개최하자는 얘기, 지나고 보니 “우물가에서 숭늉 찾기”와 같은 일이었지만…. 당시에는 다들 그렇게 흥분들 했던 것 같다.
문제는 발표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후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고구마를 수확할 때 뿌리에서 고구마가 줄줄이 달려 나오듯이 돔구장 건립에 따른 부대적인 문제가 줄줄이 도출되었다.
첫째, 돔구장 크기가 기껏 2만 석 이하여서 너무 작은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 당시 한국 프로야구 매 경기당 평균 입장객 수가 1만명 이하여서 2만석 규모는 그리 작은 규모는 아니나, 돔 야구장의 선두 주자인 미국이나 일본 등의 그것에 비하면 훨씬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취약한 접근성이었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취약했는데 지하철 1호선 구일역에 일시에 대거 인파가 몰릴 경우 안전사고 우려와 함께 짧은 시간 내에 경기장까지 빠져나가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승용차를 이용하는 경우에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 등이 크게 부각된 문제점이었다.
발표 전에 이러한 우려 사항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대책 등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런 절차 없이 발표했으니 후속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실무자들은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었다. 돔구장이 수용할 수 있는 관람객 규모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대중교통과 승용차 모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는데, 일시에 다량의 교통량 발생에 따른 수용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였다.
구일역 플랫폼을 확장하고 돔구장까지의 연결 통로를 넓혀서 이동 편의성과 안전성을 담보해야 하고, 승용차 주차 공간 확보와 함께 원래 상습정체 구간인 경인로와 고척교 등 인근 도로의 차로 확장도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였다.
결국 투 트랙으로 경기장도 지으면서 주변 교통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사업들을 함께 해야 했다. 더 나아가 상암월드컵경기장처럼 대형마트 등 판매시설 같은 수익시설 입점도 고려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주차 가능 공간을 대폭 확충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부족한 주차장 확충을 위해 주변 하천부지 등을 대형콘서트 등에 몰려드는 차량을 임시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대안 등을 찾기 위해 주변 지역을 구로구 관계 공무원들과 함께 누볐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그것은 부족한 주차 공간 마련을 위한 임시 조치였을 뿐이었다. 도시교통실에서 먼저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하프 돔구장에서 완전 돔구장으로 전환하는 기본 방침을 마련하는 과정에 당시 교통본부장께서 협조 서명을 하지 않겠다고 표명하면서 나를 강도높게 비난한 바 있다.
사고도 이만저만한 사고가 아닌데, 대형 사고는 문화국에서 쳐놓고 사고 뒤치다꺼리를 도시교통실에서 하라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똥 싼 놈이 원인자로서 똥을 다 치워야 한다’는 단순 논리였다.
사전에 관련 실·국간 업무협의도 없이 일단 질러댄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며 이제 와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도시교통실에서 해당 문제를 적극 풀어달라고 요청하니, 어떤 사람이 흔쾌히 승낙하겠는가!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서남권 돔 야구장 건립계획』을 제목으로 하는 돔구장 건립계획을 마련하여 추진하게 되었다. 여러 차례 회의와 논의 과정을 거쳐 돔 구조 형태에 대해 결정하였는데, 그 과정에 야구장으로서 기능 외에 문화공연, 전시공간 기능까지 할 수 있는 복합시설물로 건립하기로 하였다.
고척돔의 하부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이며 상부는 금속성 지붕마감재료를 지지하는 철골 스페이스 후레임과 중앙부분의 테플론막을 지지하는 철골 트라스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붕구조는 단축 약 157m, 장축 약 215m 의 달걀모양이며 최고 높이는 운동장 바닥으로부터 67.5m 이다.
다만 천정의 돔을 날씨와 기후에 따라 여닫을 수 있도록 하는 개폐형을 검토하였으나, 여닫는데 소요되는 막대한 전력 손실 및 비용 등을 고려하여 “폐쇄형”으로 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대형콘서트까지 가능하도록 무대, 음향 등에 대한 섬세한 내용들도 함께 검토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초 500억 원 수준의 하프돔 건립 비용보다 수배에 이르는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는 경기장 주변 교통개선 대책 마련과 실행에 필요한 비용까지 포함했기 때문이다.
당초 하프돔 야구장 건립사업비는 529억 원으로 계획하였으나 완전 돔 구장으로 변경하면서 529억 증액한 1,058억 원으로 계획하였음.
여하튼 돔구장 입지로 인해 서울의 서남권 지역의 랜드마크 건축물로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수영장(지하), 축구장·농구장(야외) 등 구로구민들의 생활체육 공간으로도 기능하고 있어, 구로구민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자랑할 만한 내용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당초 계획 수립 과정부터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는데, 거대한 돔구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운영비가 들어갈 텐데… 서울월드컵경기장처럼 대형마트 등 판매시설을 유치하여 자체 수익을 창출하여 돔구장의 운영경비를 보전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체육시설은 수익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법적으로 엄격한 제한이 있었다. 그런 고민 중에 우연히 언론보도 등을 통해 “도시계획시설 중 체육시설 내에 수익시설 설치 제한 완화” 한다는 정보를 접한 후에 담당 팀장에게 검토요청을 해서 다시 한번 『서남권 돔 야구장 사업계획 변경(2010.7.)』을 수립하였다.
원래 돔구장 건립계획을 수립한지(2009.8.) 1년 만에 수익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변경 계획을 발 빠르게 마련하여 시장까지 결재를 받게된 것이다.
그와 함께, 당시 서울시가 한참 “공공시설물에 대한 에너지 절약형 시공”을 강조하고 있었던 때라, 당초 계획에서는 에너지효율 3등급으로 계획하였던 것을 에너지효율 1등급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도 변경 계획에 포함시켜 버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돔구장 건립에 관여한 공무원들은 “생각이 없는”으로 낙인을 받게 되었다. 아마 돔구장 건립 백서 어딘 가에 그런 표현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내가 마포구청으로 파견 나간 이후 고척돔구장에 대한 엄청난 시련이 닥쳤다. 건립 자체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루어졌다. 두세 명의 후임 체육진흥과장들이 힘든 과정을 겪어야 했는데, 이미 많은 공사가 이루어져서 백지화는 불가능하였다.
오늘날 돔구장이 서울의 서남권과 경기도 인접 지역의 주요 문화·스포츠의 메카이자 랜드마크로써 대 변모를 보여주고 있는데,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공연, 전천후 야구장으로서 제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나마 조금의 위안을 받고 있다.
실례로 개관초인 2015년 10월에 열렸던 EXO 콘서트를 비롯하여 방탄 소년단 팬미팅, 빅 뱅콘서트,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콘서트 등이 열렸으며 최근에는 신차발표회나 종교집회, 정치집회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당초 2011년이면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돔구장이 들어선다는 구상은 우여곡절 끝에 그보다 4년이 경과한 2015년에야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고척돔은 완공되었고, 지금은 공연과 야구, 다양한 행사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그 건물의 그림자 아래엔, 묻히지 않아야 할 질문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글은 단순한 ‘돔 야구장 건축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가 결정하고, 실무가 책임지는 구조적 행정 리스크를 생생히 보여주는 실화 기반 기록이다.
나는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그때 왜 그렇게 했는가"를 되묻는 도구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다만 다음에 누군가 유사한 결정을 내리기 전, 한 번쯤 이 기록을 떠올려주는 일이면 충분하다.
책임 없는 결정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는지,
그 기억 하나쯤은, 남겨도 되지 않겠는가.
*이 글은 글쓴이의 저서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出)의 내용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재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