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속으로 사라진 상징적 이벤트(1편)

2009 세계한강줄타기대회

by 김정선

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出)의 저자


내가 체육진흥과장으로 1년 6개월간 재직하면서 평일 주말 구분없이 다양한 종류의 체육행사를 셀 수 없이 추진하였다.


그중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의미 있는 행사나 이벤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강줄타기대회(2009년), 광화문광장 스케이트장(2009년)이다.

이 두 건은 내가 체육진흥과장 재직 시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치른 행사와 이벤트였다.


《전무후무한 이벤트 ①》 – 한강 위 외줄 타기,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외줄 타고 한강 1km 횡단에 몇 분?

한강의 너비가 1km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줄을 타고 한강을 횡단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보통 성인이 한 시간에 4km 정도 걸을 수 있다고 하니 어림잡아 1km면 15분 정도 걸리지 않을까? 궁금하면 500원!


상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한강줄타기대회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차례 진행되었는데, 한강을 외줄을 타고 건너가는 대회로 내가 세 번째 대회를 총괄하고,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한강줄타기대회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시정에 접목시키기 위해 만든 플랫폼 “천만상상 오아시스”에 제출된 시민 아이디어 중 우수아이디어로 채택된 건으로, 당시에 경인운하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강을 세계적인 명소로 알려, 한강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세계적이면서 아주 창의적인 이벤트라 할 수 있었다.


2009년 대회는 이전 대회와 달리, 세계 줄타기 명인들이 출전하여 스피드와 기량을 체크하여 순위를 매겨 상금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전의 두 대회는 한강을 줄타고 건너는데 그 의미를 뒀었다.

줄타기대회 로고.png


기획자의 첫 관문 : 철탑과 줄을 설치하라

나는 그해 2월 즈음에 체육진흥과장으로 발령받아 갔는데, 5월에 개최되는 대회 준비로 한창 바쁘게 움직였던 기억이 있다.


기량있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모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km 이상 되는 줄을 한강 남쪽(양화지구)에서 북쪽(망원지구)으로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구조적인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이는 물 위의 줄타기로는 세계 최장 거리라고 한다. 기량을 갖춘 세계적인 선수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한국의 줄타기 명인이면서 궁중줄놀이 계승자인 ‘박회승’님의 협조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줄 위의 명인들을 모셔라

특히 세계적인 줄타기선수들 섭외하려고 자비를 들여 일일이 해외로 찾아 나선 이보라 실장님께도 감사드린다. 한강을 가로질러 줄을 설치하는 데에 많은 애로가 있었다. 대회의 관건은 두 가지 사안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준비하느냐에 있었다.


과장 이하 팀장 실무자 모두 이런 특색있는 세계대회 준비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시행착오가 상당히 많았었다.

첫째, 짧은 시간 내에 세계적인 줄타기 선수들을 섭외하여 초청해야 했다. 줄타기 관련 국제연맹 등 공인된 조직이 없어 특정인의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줄타기 명인들을 섭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러시아, 스위스, 미국, 중국, 콜럼비아 등 12개국 20명의 줄타기 명인들이 참석했다.


둘째, 한강 위에 외줄을 설치(최고 높이 20m, 최저 4m)하고, 한강공원 양화·망원 지구에 24m 높이의 철골탑 6조를 설치하는 과정에 2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안정성 확보가 최대 관건이었다.

줄타기철탑.png

구름(비)과 싸운 시간표

대기 불안정(날씨 변화)으로 인한 잦은 비(우천)로 인해 시설물 설치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여 당초 개최 예정이던 날짜보다 3∼4일 늦춰 5월 9일과 10일 양일간에 개최하였다.


그리고 다음 대회에서 이번에 사용되었던 철탑을 재활용하고자 철탑 설계 도면을 확보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철탑의 구조 안전성을 검증받으려면 설계 도면이 필요해서 반드시 확보해야 했는데, 설치업체에서는 어찌 된 일인지 설계도를 시청에 제출하지 않으려 했다.


9억원이 넘는 이벤트, 긴장의 시작

철탑 설치 등 시설물 비용이 총사업비 9억원의 46%인 4억 2천만 원 정도 들었기 때문에 철탑의 재활용은 다음 대회 준비를 위해 꼭 필요했고, 무엇보다 그 설계도는 반드시 확보했어야 했다.


대회개최 소요비용은 서울시 예산 900백만 원과 행사주관사가 후원과 협찬으로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협찬이 어려워서 주관사가 추가로 107백만 원을 부담하였음. 서울시예산 9억원은 시설비 4.2억 원, 선수시상금(초청비) 2.1억 원, 운영비 등 3.82억 원으로 사용


대회 날짜를 늦춰가면서 “선위의 희망을 발견하다”를 모토로 2009년 세계한강줄타기대회는 8명의 인간 피라미드 기록 보유자 등을 포함하여 세계적인 줄타기 명인 20명이 출전하여 성황리에 개최 되었다.


선위의 희망, 줄 위의 승부

미국의 소리(VOA), 로이터통신을 포함하여 국내 방송사들이 대거 출동하여 이색적인 한강줄타기를 국내외 송출하였다.


요즘처럼 먹고살기가 힘든 시기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당시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피폐해진 경제 상황에서 선수들의 도전을 통해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있는 행사라는 평을 들을 수 있었다.

한강횡단2.png <평형봉을 떨어뜨려 실패한 선수>

이번 대회에서는 단순히 한강을 빨리 건너는 것 외에 챌린지 부문과 예술성 부문을 추가하여 많은 관람객들을 집객하는 데 기여 하였고 관람객들에 큰 즐거움과 경이로움을 안겨주었다.


묘기인가 경기인가 – 예술성과 도전의 미학

『1km 스피드 횡단』 부문에서10분 17초로 주파한 스위스 선수가 1위로 1만 달러의 상금을 수령하였으며,

한강횡단1.png

『예술성 경기』부문에서는 해외 선수들이 자국의 전통 퍼포먼스 공연을 펼쳐, 외줄 위에서 각종 묘기를 선보였는데,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선수가 함께 출전하여 1위로 1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1km 챌린지 경기』부문에서는 “봉 없이 맨손으로 건너기” “자전거 타고 외줄 횡단” 등의 묘기를 보여주어 관람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강횡단3.png <2인 1조 : 1명은 평형봉 활용, 1인은 맨손 활용하여 균형유지>


한강줄타기-자전거.png <자전거타고 건너기 > *2008년 대회

다시 상상할 수 있을까

당시 대회의 감동적인 경기 장면 등을 주요 하이라이트 동영상으로 제작·편집하여 시청 홍보부서에 보냈던 기억이 있다. 요즘 다시 “그레이트 한강 사업”이 한참인데, 멋진 한강과 서울을 홍보할 때 동영상 자료를 활용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그리고 한국경제가 호전되고 나라에 경사스러운 일이 예견될 때 한강에서 2009년에 개최되었던 멋진 세계줄타기 대회를 다시 한번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땐 가능했지만, 지금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그러나 행정은 때때로 상상에서 시작된다.”


마무리

비록 이 행사는 2009년을 끝으로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그 기획과 실행은 많은 이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감동을 남겼다.


이 글은 단순한 이벤트 회고가 아니다.

창의적 행정의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상상력과 실행력으로 시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이 글은 글쓴이의 저서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出)의 내용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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