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서비스냐, 운송수지 개선이냐

시내버스는 도시의 혈관

by 김정선

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出, 북랩) 저자




시내버스는 도시의 혈관이다.

그 운행을 책임졌던 8개월은 내게 가장 치열했던 행정의 시간이기도 했다.

이 글은 그 시간 속에서의 고민과 결정의 흔적을 되짚고, 서울시 대중교통 정책의 미래에 작게나마 보태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10여 년이 훨씬 넘은 시기에, 나는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으로 재직하며 버스 운행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 비전을 수립하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


이 글은 그 시절의 시행착오와 실험을 되새기며,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의 미래를 밝게 비추는 하나의 회고가 되기를 바란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이후,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버스운행 관리

시내버스는 지하철(전철)과 함께 시민의 주요한 이동수단이다. 2008년도 당시만 해도 매일 대중교통 통행량이 천만 건에 육박하였다.


버스업계는 2004년 이명박 시장 시절에 단행했던 대중교통체계 개편 전후로 하여 운영 체계가 180도 달라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편 이전은 로비에 의한 이익 극대화 도모, 개편 이후는 통계(데이터)에 의한 적정한 이익 보장으로....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시내버스 노선별 승객수, 운송수입 규모, 버스배차간격 유지 등이 티머니카드나 BMS에 의해 정확하게 데이터로 관리하게 됨에 따라 노선조정이나 버스회사 서비스 수준 평가 등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


과거와 같은 로비를 통한 불공정한 거래는 생각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버스노선 조정이 곧 회사 수입과 직결되는 관계로 황금노선을 가진 버스회사는 그 노선을 반 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시청 대중교통과에 많은 로비를 하였다고 한다.


또한 버스노선 신설에 대한 국회의원 등 유력자들의 민원도 꽤 많았는데, 현재는 모든 것이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이라 해서 쉽게 목적하는 바를 성취할 수가 없게 되었다.


데이터에 기반한 버스정책의 힘

내가 예전에 문화본부나 다른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에 비춰보면, 국회의원 보좌관의 민원청탁 연락에도 해당 국장이 당황해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는데, 데이터에 기반한 행정을 하는 교통실에서는 보좌관에게도 큰소리를 쳤던 기억이 새롭다.


나 역시 보좌관에게도 큰소리치면서 할 말을 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준공영제하에서는 버스노선 조정을 합리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시의원이나 국회의원의 민원 요구에 대해서도 버스승객 데이터와 비용자료를 기초로 분석하여 설명하면, 상당수의 민원은 자연스레 해소되기도 하였다.


운송수지와 시민서비스간 상충?, 큰 아들과 함께 탐방에 나서다.

시내버스노선 조정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그중에서 노선조정은 곧 운송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에 운송수지 개선과 시민서비스 제고! 이 두 가지를 균형감 있게 관리하는 것이 큰 고민거리였다.


그 고민을 나의 첫째 아들과 함께 했다.


노선조정으로 인해 예상되는 민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종 결정 전에 주말 시간대에 어린 아이를 안고 해당 시내버스를 타고 전체 노선을 일주하면서 노선조정으로 인해 겪게될 주민들의 불편함을 경험하였다.


지금도 두 가지 사례가 생생하다. 첫 번째는, 서울시내버스중에 경기도 주민이 주로 이용하는 왕복 70km 이상 되는 노선 단축에 대한 것이다.


청량리역을 기점으로 출발하여, 경기도 남양주를 지나 양수리를 종착지로 하여 운행하는 2228번 시내버스 노선에 대해 경기도 지역에 해당하는 구간을 단축하는 노선조정을 검토한 바 있었다.


경기도 주민이 많이 이용하는 서울버스 노선조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요일에 큰 아들과 함께 나들이 겸 버스노선 탐방을 위해 해당 노선버스를 타고 양수리 종점까지 가게 되었다. 청량리역에서 승차한 후 한참을 가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경기도 주민을 위한 노선인 것이 분명한데, 해당 노선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군청의(양평) 군수가 노선 단축에 반대하고 나섰다.


당시 서울의 시내버스 운영 체계는 버스회사의 운송비용 부족분에 대해 시가 재정을 지원해주는 준공영제여서 해당 노선 존치에 따라 발생하는 운송비용을 경기도(군청)에서 일부라도 지원해주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일 수 있었다.


다만, 경기도(군청)에서는 경기도민이 서울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서울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판에 운송적자노선이어서 단축한다는 것은 서울시가 너무나 편협하다는 논리를 들고 거세게 노선감축에 반대하였다.


당시 정책환경이나 여건은 현재와는 매우 달랐다. 지금은 “약자와의 동행”이니 “수도권은 하나”라는 생각들이 강했지만, 당시 버스운영의 운송수지를 걱정해야 할 담당 부서장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결국 내가 재직 중에는 당해 노선을 단축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다.


산동네 주민들에게 시내버스는 “발”인데.... 노선조정은 어떻게

또 다른 사례는 서울 도심에서 서대문구의 어느 산동네를 운행 중인 시내버스 노선의 일부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면서 해당 주민이 많은 서대문구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해당 지역 시의원을 통해 노선감축(변경)에 대한 민원이 제기된 것인데....


주말에 역시나 첫째 아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노선탐방을 시작했다.


꾸불꾸불한 산동네를 한참이나 버스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아무리 운송 적자노선을 개선하기 위해 하는 노선조정이라고 해도 이용하는 주민들이 너무 큰 불편을 겪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느낌을 가지고 실무자들과 협의해서 해당 버스노선에 대한 조정은 없었던 것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운송수지 개선하면서 서비스 수준도 향상하는 묘안은

서울시내버스는 운송비용 절감 즉, 운송수지 개선과 서비스 수준을 다 함께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버스 서비스 수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면 해당 노선에서 운송적자가 나더라도 배차간격이 적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즉 동일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 대수가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 정도로 적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승객은 불편한 버스를 기피하고 승용차로 이전할 수 있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내버스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승객이 집중하는 관계로 버스를 집중 투입해야 하나 그 외 시간대에는 버스 내부가 텅텅 비어 다니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출퇴근시간대 혼잡버스만 보고서 무턱대고 많은 버스를 투입할 수도 없어서 합리적인 대안들이 필요하였다.


중장기 개선로드맵 수립, 비전을 제시하다

그래서 『2008년도 시내버스노선조정 기본계획』을 마련하였다. 노선조정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한 바이블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버스과를 떠난 후 직원들 사이에 자주 그렇게 회자된다고들 한다.


당시만 해도 노선조정의 큰 틀 없이 그때그때의 필요성, 즉 민원대응 차원이나 운송수지 개선을 위한 적자노선의 노선 단축 등에 따라 추진되곤 하였다.


버스노선 운영상 크게 세 가지 정도의 문제가 있었다.


첫째, 시내버스 1회 운행 시간이 최장 4시간이나 되는 운행거리 80km에 이르는 장대 노선이 다수 존재하여 운전자 근로문제나 버스 자원의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나타났고,


둘째, 준공영제가 도입되었으면서도 공영차고지나 환승센터 등 인프라 미비로 효율적인 노선조정이나 공동 배차, 공동 정비 등이 추진되지 않는 등 운송원가를 절감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역적 여건에 따라 버스 서비스 수준 편차가 심화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셋째, 경기도 각 지역에서 진입하는 광역버스의 서울 도심(광화문, 시청)까지의 장거리 운행에 따른 도심 혼잡도가 심화되었다.


그 외, 일정 구간을 다수의 노선이 과대하게 중복 운행됨으로써 중복된 부분에서 버스 차량의 몰림 등으로 인한 비효율적 버스공급 현상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실행하였다.


첫째, 장거리 노선은 어떻게 : 노선분리 또는 단축

운행거리 60km 이상인 장대노선이 30개 노선으로 전체노선수 387개 노선(버스 대수 7,748대)의 10%였는데, 노선별 재차인원수 등 적정 서비스 수준을 감안하여 장대노선을 단축하고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공영차고지를 활용한 버스회사 간 공동배차 추진이 전제되어야 했다.


둘째, 특정시간대 승객과다 노선 : 맞춤버스 운영

출퇴근시간대에 이용 승객이 집중되어 나타나는 버스 혼잡도 완화를 위해, 특정 시간·구간만 운행하는 맞춤버스(일명 다람쥐버스) 도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당시에도 주말이나 평일 출퇴근 시간에만 운행하는 맞춤노선이 있었으나 이것을 더 확대하는 것을 제안했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1안) 정규노선으로 운행하다 일정 시간에 특정 시간·구간만 왕복운행하고 시간이 종료되면 다시 원래 노선을 운행하는 개념, (2안) 별도의 노선을 신설하여 특정 시간·구간만 운행하는 맞춤노선안이다.


셋째, 제도 및 기반 마련 : 공동배차 등 활성화

이런 개선안이 제대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버스회사 간에 동일 노선을 공동사용하는 방안과 공동배차가 가능해야 한다. 버스회사 간에 차고지를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동일 노선에 공동으로 배차하고 운전자 관리를 일원화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넷째, 경기도 광역버스 서울진입 체계 개편

경기도 각 지역에서 서울의 도심인 광화문, 시청까지 진입하는 광역버스를 양재, 잠실, 불광 등 부도심에서 회차하게 하는 방안과 경기도 내 특정지점에 설치된 환승거점에서 승객들을 모아 급행버스를 운영하여 서울 도심까지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였고 일부 시행하였다.

당시에도 경기도 광역버스들은 모두 종로, 광화문, 서울역 등 주요 도심으로 진입을 허용해줄 것을 수시로 요구하였다. 아무래도 부도심 등에서 환승 후 서울버스를 이용하여 도심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을 승객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로 인해 서울 도심의 교통혼잡과 대기질 오염 등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때마침 경기도 광역버스의 수도권 통합환승요금제 적용에 대해 논의가 시작되는 것을 계기로, 경기도 광역버스의 광화문광장이나 강남으로 진입을 제한하는 것을 경기도와 협의하여 대안을 마련하였다

.

이러한 대안들은 현재 서울시 시내버스 운행 정책에 일부 반영되고 있다.


버스 운행의 효율성 제고위한 선결과제


첫째, BMS 등 버스 운행시스템 고도화 조치 필요

내가 버스과장 재직 시에 당시로서는 “이게 가능할까?” 하는 고민까지 하였었다. 서울시내버스는 준공영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운행하는 버스 대수를 적정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제일 좋은 방안은 승객이 많이 몰리는 출퇴근시간대 등의 러시아워에는 버스를 많이 투입하고 그렇지 않은 시간대에는 버스를 적게 투입해서 탄력적으로 운행함으로써 운행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평소에 승객이 적은 노선을 운행하다가 특정 시간대 혼잡노선에 바로 투입되어 운행하면 버스 서비스 수준도 제고할 수 있을뿐더러 운송적자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려면 여러 가지 고민해야 할 것이 많지만 카드단말기나 BMS(Bus Management System) 성능이 고도화되어야 한다.


시내버스가 어느 시간대에는 “A”노선을 운행하다가도 다른 시간대에는 “B”노선을 운행할 수 있도록 버스 내부에 설치된 카드단말기나 BMS 단말기에 두 개 이상의 노선정보를 탑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장래에는 실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여 당시로서는 다소 생뚱맞은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담당 공무원들과 함께 세부적인 고민을 하였다.


그런 고민의 결과를 문서화해서 관련 부서(교통정보반)에 제안도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가 2008년도였으니 벌써 16년이 경과한 지금에는 어떨지 모를 일이다.


이 방안이 실현만 된다면,

첫째 시간대별 버스 이용 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여 버스차량 분배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

둘째 지하철 파업과 같은 비상수송대책 시 준비한 대체노선에 즉시 투입이 가능하고,


셋째 군중시위와 같은 돌발상황에 대한 임시 우회경로를 미리 탑재해 뒀다가 현장 상황에 따라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할 수 있다.


둘째, 버스 준공영제의 비효율성 개선

그리고 무엇보다 시내버스 운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규모의 경제 구현”을 위한 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


버스회사의 구조조정은 쉽지 않다. 그러면, 전략적으로 준공영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우선 “공동배차” “공동정비”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준공영제 시행의 기본이 되는 “공동운수협정”을 모델로 하여, 지리적으로 인접한 버스회사 또는 자본이 연계된 계열사 간에 우선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제2의 버스개혁과도 같은, 간지선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내가 버스과장으로 근무할 당시에 도봉·미아로의 경우, 40개 노선 1,175대의 버스가 운행 되고 있었는데, 다수의 노선이 중복 운행되어 속도의 저하 및 서비스의 편차 등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한 비효율성을 개선하기위해, 일정 구간만 운행하는 “구간노선” 운영이나, 장거리노선은 분리하고, 과다한 중복노선에 대해서는 노선통합 후 단일화하는 등의 비전을 제시한 바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차고지 확충, 공동배차(공동정비) 등 기본에 대해 버스운행업체간 공동운수협정 체결 등이 필요하다.


마무리

나는 이런 일들을 약 8개월간 맡아오다가,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에 “자문변호사를 보다 능력있는 변호사로 교체하라”는 감정 섞인 공문서 한 장으로 인해 다른 부서로 떠나게 되었다.


그때 느꼈던 안타까움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는다.

버스 한 대, 노선 하나가 도시 전체의 삶을 바꿀 수 있다.


그것을 믿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 시절의 시행착오와 도전이 오늘 서울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되었기를 바란다.


*이 글은 글쓴이의 저서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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