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 청년에게 희망을
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出)의 저자
그 속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할까?
돈이 권력을 만들고, 그 권력은 자손들에게 불공정하게 상속되고,
불공정한 채용이 한정된 일자리를 갉아먹고 있는 대한민국....
2023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 0.72명, 저출생은 인구 고령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라고 한다.
아이는 태어나지 않고 노인은 많아져서,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어 사회 전체적인 경쟁력이 감소하고 있다.
작년에(‘24.7.) 정부에서는 심각한 인구감소로 인한 초고령화, 국가소멸을 막으려고 부총리급의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부처조직 하나 만들고 돈 많이 쓰고 해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직과 돈으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여기서는 조직과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에 “사회적 자본(가치)” 등에 대해 나의 생각을 말하고 싶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권력이 있든 없든, 재력이 있든 없든 모든 시민이 법 앞에 평등하고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진 사회!
누구나 능력에 맞게 일하고 그에 상응하는 적정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행복이 부모의 재력이나 권력 정도에 따라 차등 지워지지 않는 사회, 누구나 자신의 잠재 능력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한국 사회가 유토피아 사회에서나 실현 가능한 이와 같은 사회적 가치들을 존중하고 구현하려고 노력한다면 저출생 상황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기술하면 사회적으로 한정된 가치(자원) 배분의 공정성, 공정한 교육을 받을 권리의 보장,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성립되지 않는 정의로운 사법체계 확립, 돈이 없어도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강권이 보장되는 사회, 우리는 이런 사회를 꿈꾼다.
추가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계에서 도태되고 고도화된 AI 사회에서 “잉여인간”으로 일반화되는 시민들에게 기본적 생활권을 넘어 인간적 수준의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사회, 기후재난 시대 탄소중립 달성 가능성에 대한 희망으로 미래세대의 안전한 삶이 담보되는 사회가 되면 저출생은 극복될 것이다.
위와 같은 시민들이 공유하는 공공선(이념)이나 “사회적자본”이 충분하게 축적되어 있지 않은 토대에서 출산보조금, 임대주택우선 공급, 각종 인센티브 제공 등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수 있다.
사회적자본이란? 대인관계와 공유된 정체성, 규범, 이해, 가치와 더불어 신뢰, 협력,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집단에 효과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를 확대하면, 이웃에 대한 배려, 공공선에 대한 공유, 다름에 대한 인정, 함께 잘살기 등을 통해 경쟁하되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다. 즉, 사회통합과 번영에 기여하는 가치라 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위키백과)
청년층의 ‘한국 사회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개인의 행복한 삶의 보장’ 간의 보완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 청년들이 느끼는 ‘헬 조선’ ‘3포 세대’ 이런 단어들은 위의 두 개념이 상충관계에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화 등 고도화된 디지털사회로 진입하면서 청년들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간의 수동성이 부각되면서 청년들의 이미지는 점점 “잉여 인간”으로 낙인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래가 그리 밝지 않은 청년들의 진취성을 드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성세대들이 깊이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남들보다 덜 배우고 대기업에 가지 않아도 그 사람이 처한 환경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일한다면 일한 만큼 적정하게 보상을 받고, 학력 수준 등으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그들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싶어 한다. 사회 모든 영역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소모적 경쟁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경쟁이 일상화된 초고도 경쟁사회가 되었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끝장’이라는 생각이 유치원부터 대학 졸업까지 우리들의 머릿속에 깃들여 있다.
남의 성공은 나의 불행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사회 분위기에서 누가 아이를 많이 낳으려고 하겠는가!
행복한 사회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위와 같은 무형의 사회체계 혁신과 함께 복지전달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취약계층 혹은 지원대상별로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이 가능하도록 사회복지통합관리시스템을 업그레이드·정비하여야 한다.
사회복지비용 확충을 위해 세수 확충 방안을 공론화하고, 행정기관이 세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 감독 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여 정부나 지자체의 선심성 예산 사용을 예방하여야 한다.
선심성 사업, 즉흥적 사업 등에 허투루 사용하는 재정을 아끼면 세금을 많이 증액하지 않아도 상당한 복지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우리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이전 정권에서 추진하던 정책들을 폐기하느라고 상당한 매몰비용이 발생하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에도 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전에 고위 간부들이 인사 발령으로 보직이 바뀌게 되면, 사무실 배치를 전면적으로 하면서 멀쩡한 가구들을 새로 구매하는 경우를 종종 봤었다. 길어봤자 1년 혹은 2년 근무할 텐데, 얼마나 오래 근무하려고 그러는지. 자기 돈이 들어간다면 그렇게 할 것인지? 참 세금을 허투루 쓰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멀쩡한 사무실을 놔두고 다른 사무실 구하느라 엄청난 세금을 사용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예산 낭비 사례를 예방할 수만 있어도 상당한 수준의 복지기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곳곳에서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것을 보는 청년들은 과연 이 나라가 공정한가?라고 기득권층에게 묻는다면 어떤 답변이 가능할까?
사회 곳곳에서 공정과 상식이 넘쳐나야 하는데, 내가 본 한국 사회는 그런 것 같지 않는 것 같다.
내가 공직 생활 중 경험했던 불공정한 사례로 꼽을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국가나 지자체 산하 공사·공단 등 공기업 사장이나 상임감사 등 선발 과정이다.
기관장이나 상임감사 등을 뽑는 과정에, 형식적으로는 공모절차를 거쳐 투명하게 선발하고 있다고는 하나 실제는 그러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전에 내정된 인사를 정략적으로 선발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지자체장 선거 과정에 도움을 주었던 인사들에게 한자리 주는 보은인사(報恩人事)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 아무것도 모르고 공모에 응한 응시자는 그저 들러리로 참여하는격이다.
이런 정략적인 공공기관장 채용은 결국은 공공기관 신규직원 부정 채용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공공기관장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줬던 유력자의 부정채용 청탁을 거절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언론 등의 보도를 통해 우리는 공공기관 등의 신규직원 채용과정에도 국회의원, 시의원 등 유력자들의 부정청탁이 늘 있어 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부정채용이 발생하였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듣기로는 아주 예전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현재 ‘우리은행’의 전신이였던 ‘상업은행’ 시절에 상업은행이 서울시 시금고를 담당하였기에 서울시 고위 간부 자제가 ‘상업은행 직원으로 특채’ 된 사례가 있었다고도 한다.
한정된 채용 규모를 고려하면, 한 청년이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되었다면, 실력을 갖춘 어느 누구는 탈락한 것을 의미하기에 부정 채용은 청년층의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강력한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힘없고 백그라운드 없는 ‘흙수저’ 청년들은 심한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략적으로 공공기관장이 임명되면 여러 폐해가 속출한다. 모든 기관장들이 새로 취임하게 되면 전임 기관장이 타던 관용차는 전부 신차로 교체된다. 막대한 재정이 허투루 쓰이게 된다.
법령으로 이런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해야 한다. 내구연한이 종료되지 않은 관용차는 구매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그 외, 해당 기관을 이끌어갈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경영혁신을 위해 자원과 에너지를 투입하기보다는 노조나 정치권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무사안일하게 시간 보내기를 일삼기도 할 것이다.
이런 비합리적인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정치·행정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국가나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장(감사 등)선발 과정에 대통령이나 지자체장이 관여하지 못하도록 법령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물론, 모든 공기업을 다 하자는 것은 아닐게다. 정권과 이념을 달리해도 상관없는 공기업들부터 하자는 것이다.
유럽 국가 중 일부에서 대통령과 무관한 제3의 기관에서 공기업 사장 등을 공정하게 선발하는 사례가 있다 하니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
현재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지고 있다고 보는가? 지자체장으로 당선되어 임기를 개시하는 시점부터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또는 그보다 상위의 공직을 담임하기 위한 선거운동을 시작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 과정에 지자체 소속 일반직 공직자들도 마치 정무직 공무원처럼 부화뇌동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국회의원 총선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이 당해 지자체장이 소속된 정당에서 공천한 후보들에게 유리할 수 있는 각종 장밋빛 지역개발 청사진 등을 경쟁하듯이 발표하곤 한다.
광역지자체장의 경우에 그 지역 출신의 국회의원 당선자가 많이 나오게끔 측면 지원을 하고 싶은 것인데, 지역개발은 지자체장의 고유 업무라고 포장하면서 같은 당 소속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많이 당선되도록 도움을 주어 훗날 당내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속셈이 있는 것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되고 있는 마당에 과연 공무원이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를 했으면 한다.
요즘 국가상황을 보면, 정무직이 아니더라도 일반직의 고위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그리고 과도한 정치권력이 사회 모든 영역 위에 군림하고 그 영향력을 곳곳에 주입(투영)하려는 현행 정치구조를 바꿔야 한다. 대표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 국회의원 선출 방식이다.
국회의원은 법률을 제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어서 한정된 사회적 가치의 효율적인 배분과 재분배에 대한 원칙을 정할 수 있다. 따라서 각계각층의 민의를 대변할 수 있도록 지역대표제를 대폭 축소하는 대신 비례대표제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현행 지역대표제는 지역에 기반한 세력화에 능한 정치인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해당 지역의 개발 정책이나 민원 사항 해결에 집중하고 당리당략을 위한 정파 싸움에 혈안이 되는 반면, 저출산 극복, 연금 개혁, 미래 산업 육성 등과 같은 국가급 아젠다에 대해서는 관심사가 뒤로 밀리는 등의 폐해를 수반한다.
그러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계층과 직능별 이익을 조정하고 대변할 수 있게끔 직능별 대표들이 국회에 다수가 진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미래세대의 주역인 청년들의 상황은 현재도 암울하고 미래도 암울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청년들의 현재와 미래의 상황이 밝아지도록 그들의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할 수 있도록, 청년들이 국회 진출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
저출산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한 사회적 자본 확충, 정치개혁 외에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의 씽크탱크 레가툼 연구소가 167개국을 평가하여 발표한 “국가별 번영지수”에서 한국은 교육수준 3위, 보건의료 3위, 사회적 자본 107위로 제시. (출처: 중앙일보 2024.8.30.중앙시평)
1인 가구가 100만 가구를 넘어서고 애완견 등 펫 산업이 뜨고 있다. “군중 속의 고독”의 시대가 가고 요즘은 “나 혼자 고독”의 시대가 되었다. 나 혼자 사는 시대에서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보다 애완견 등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삶의 즐거움을 찾는 데익숙해졌다. 텔레비전 방송 등에 반려동물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과 미혼 남·녀의 혼자 사는 삶을 내용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TV를 틀거나 유튜브 등 SNS 매체나 정보포털 등을 들어가면, 혼자 살면서 애완견 등을 기르거나 여행을 다니는 멋진 일상을 즐기는 듯한 유명 연예인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런 콘텐츠의 프로그램을 즐기는 미혼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지상파, 케이블 방송사들의 콘텐츠나 프로그램 제작 의도에, 어두운 미래에 처한 청년들이 잠시라도 현실의 고통을 망각하고픈 생각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에 심취하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심각한 경우에는 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제공하는 각종 동영상과 게임에 몰입하여 결국은 ‘은둔자’가 되어버리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우선해야 하는데 치열한 경쟁과 외로움으로 인해 애완견이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로 옮겨가는 추세가 심해지면 자연스럽게 출산 및 육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수 있어 반려동물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겠다.
작년(‘24.7.)에 알게 된 웃고픈 정책이 하나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정부부처가 2024년 우수해양관광상품으로 선정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4계절 애견 전용 요트투어’다. 명칭으로만 들어서는 일반 시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요트는 사람도 타기 어려운데, 하물며 애완견 전용 요트를 띄운다니 말이다…
고령의 거동이 힘든 부모들은 가정에서 모시기 힘들어 요양원으로 노인보호시설로 보내놓고서는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정성스레 키우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매년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 수가 연간 태어나는 아이들보다 많다고 한다.
위정자나 유명 연예인들이 의도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하지 않는 경우에 청년들은 그들을 모방하고자 하는 생각이 은연중에 생길 것이다.
그래서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소멸위기 시대에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사회 유지(존속)를 위한 가족제도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견지하여야 한다.
유명 연예인, 위정자 등 사회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계층들이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것도 좋지만, 홀로 살아가야 하는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고아)을 입양하여 양육하는 입양 문화가 더욱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다.
출산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청년이 미래를 신뢰할 수 있느냐의 지표다.
사회적 자본, 정의로운 행정, 상식이 통하는 정치가 곧 고출생 사회를 여는 열쇠다.
*이 글은 글쓴이의 저서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出)의 내용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재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