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 "함께"를 꿈꾸다
“이젠 아파트 이름도 독일어다, 마!”
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의 저자(2025.1., 북랩)
‘Ü**FIELD’
요즘 수도권에 있는 아파트 이름을 보면, 마치 외국어 시험 문제 같다.
독일어에 라틴어까지 동원된 고급 외래어 아파트 이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우물라우트(¨) 같은 기호가 들어간 이름도 있을 정도다.
국내 아파트 단지 이름중 제일 긴 것은 25자가 된다고 한다. 외래어에다 펫네임(애칭)까지 포함해서 그런다고 하니 놀랄만한 일이다. *출처 : 언론보도 등 자료 참고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람 대*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로, 무려 25글자나 되는 공식 명칭이고,
수도권에서 긴 이름의 아파트 중에는 ‘항동 중*에스클래스 베*데카운티’ (15자)란다.
이런 이름을 들은 시골 어르신들은 혀를 내두른다.
택시탈때도 쉽지 않다. 기사분에게 목적지를 불러주다가 숨막힐 지경이다.
옛날에는 ‘충정아파트’, ‘마포아파트’처럼 한글로 간단히 불렀다.
길 잃을 일도, 헷갈릴 일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위*필드’ 같은 외국어 이름에, 심지어 ‘우물라우트(¨)’ 같은 특수기호까지 들어간다.
이런 이름 앞에서 시골 어르신들은 며느리 눈치에, 외국어 압박에, 결국 아들 집 초인종도 못 누르고 돌아간다고 한다.
“예전엔 영어로 표기하더라도 한글도 함께 적어줬는데, 이제는 아예 독일어를 쓰다니...”
영어나 외래어에 가까스로 익숙해질만하니까...
“다음엔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로 표기된 아파트도 나오겠네.”
웃기지만 슬픈 이야기다.
Acrovista,
Boutique Monaco,
Tower Palace,
Pacific Park Villart
이들 아파트는 한글 표기가 전혀 없는 '영어 전용 브랜드 아파트'다.
그리고 이런 말도 나온다.
"한글 이름도 병기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시아버지, 시어미 못 찾아오라고 전부 영어, 독일어로 하는 것은 아니겄지."
이처럼 순수 영문 네이밍은 감성적 이미지 강조와 고급 브랜드 전략을 겨냥하지만,
동시에 일상생활에서의 혼란과 언어적 장벽을 형성할 가능성도 크다.
집값이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던 과거에는 대부분의 아파트 이름이 한글로 표기되었다.
시골 논 몇 마지기 팔아서 아들 장가갈 때 집 한 채 사주는 일이 시골 부모에게도 그리 먼 일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시아버지, 시어머니도 며느리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아들 집에 들락날락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시골의 논밭 몇 마지기로는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조차 언감생심이다.
그러면서 아파트 이름도 한글을 넘어 영어로만 표기하는 아파트가 생기더니, 이제는 더 나아가 심지어 독일어에 "우물라우트"까지 붙기 시작했다.
이제는 시골 어른들이 아들 집 이름조차 외우지 못하고, 며느리 눈치 보며 연락을 피하게 되는 시대.
세대 간 소통이 아니라 단절의 아파트 이름이 되어버린 셈이다.
세대가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꿈꿔본다.
우리는 지금 외래어, 더 나아가 영어나 독일어 문자로 표기된 외국어 이름으로 아파트의 가치를 더 높이려는 욕망 속에 살고 있다.
물론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좋아할 사람도 많다.
집을 파는 사람, 세금을 걷는 기관, 중개업자, 건설업자까지...
그러나 인간의 탐욕이 바벨탑을 무너뜨리고 언어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소통을 단절시켰던 것처럼,
지금의 아파트 이름과 가격 역시 우리 사회의 계층 간 갈등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우물라우트가 찍힌 아파트 간판을 보며, 이 시대의 바벨탑을 다시 떠올려본다.
*출처 : 언론보도 등 자료 참고
� 1970년대 – 지명 중심의 간단한 이름
- 예시: 충정아파트, 마포아파트
- 특징: 지명만 붙여 누구나 알 수 있었고, 외국어 사용은 금지되던 시기였다.
� 1980~90년대 – 순우리말, 자연을 닮은 이름
- 예시: 샘머리아파트, 청솔아파트, 가람아파트
- 특징: 자연 친화적이고 정감 있는 이름들이 많았다.
� 2000년대 이후 – 브랜드와 외국어, 복잡한 네이밍
- 예시: 래미안, 힐스테이트, 자이 더 리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 특징: 건설사 브랜드+영어+지명+외국어 혼합. 이름이 8자 이상 되는 경우도 흔함.
더 나아가 영어문자 그 자체로만 표기하는 아파트도 많아졌다.
� 이름이 왜 이렇게 길어졌나?
과거 1990년대 아파트 평균 이름 길이는 4.2자, 2000년대에는 6.1자, 2019년에는 약 9.84자까지 늘었으며,
지금은 외국어 + 브랜드 + 펫네임 조합이 일반화되면서 20자 이상의 이름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첫째, 브랜드 차별화 전략이다.
‘센트럴’, ‘카운티’, ‘펜테리움’ 같은 외국어 펫네임을 붙여 고급 이미지를 조성하려는 목적 이랄까...
둘째, 집값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름만 바꿔도 가격이 오르면 더 좋지 않겠냐는 전략적 접근으로, 외래어 이름으로 바꿨을 때 7–8% 가격 상승을 지적한 연구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생활의 혼란은 크다 할 수 있다.
방문객이나 택배 기사도 이름이 길고 복잡해 기억하기 어렵고 헷갈린다는 불만이 크다고 한다.
실제 서울시 조사에서 74%가 “방문 시 헷갈린다”고 응답했고, 72%는 “외국어라 어렵다”고 답했다 한다.
서울시는 한때 “아파트 이름은 이해하기 쉬운 한글로 하자”고 밝혔지만, 현실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아파트 이름은 단지의 브랜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이 기억하고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공공적 표지다.
너무 화려하고 복잡한 이름은 결국 소외감을 만들 수 있다.
시골 어르신의 말이 귓가에 남는다.
“집은 못 사줬지만, 이름이라도 한글이면 내가 찾아가긴 쉽지 않겠냐...”
아파트 이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그들만의 리그, 그 무엇을 향한 욕망의 늪에서 살것인가?"
"욕망의 늪에서 벗어나 함께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