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 出)
영어 단어 invest와 arrest는 얼핏 닮아 있다.
둘 다 -est로 끝나지만, 접두사 하나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invest는 in(안에) + vest(옷) → ‘안에 옷을 입히다’, 곧 돈과 시간, 노력을 어디에 투입하는 것.
arrest는 ad(쪽으로) + rest(멈추다) → ‘붙잡아 세우다’, 곧 사람을 체포하거나 진행을 멈추게 하는 것.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방향이 달라지면, ”공장(Invest)“이 될 수도 있고, ”감방(Arrest)“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우리가 목격한 현실은 이 단어들의 아이러니를 생생하게 드러냈다.
방송을 통해 전해진 장면에는 헬기가 상공을 선회하고, 지상에는 무장 병력이 도열해 있었다.
한국 근로자들은 쇠사슬로 된 수갑과 족쇄를 채운 채 버스로 실려 갔다.
그것은 마치 대역죄인을 폭압적으로 잡아들이는 장면과 다르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미국을 ‘동맹국’, 나아가 ‘혈맹’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믿음을 산산조각 냈다.
많은 이들이 구한말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떠올렸다.
자국의 국익을 위해 조선을 일본의 손에 넘기며 조미수호조약을 방기한 루즈벨트 대통령의 결정.
이번 체포 사건에서 느낀 배신감이 그 역사적 기억과 겹쳐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국제정치는 언제나 냉혹하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국을 윽박지르고, 더 이상 얻을 게 없으면 호랑이 먹잇감처럼 내던져 버린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약육강식의 동물세계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은 더 이상 힘없는 조선이 아니다.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문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고, 중국과 러시아의 아시아·태평양 진출을 견제하는 전략적 저지선으로서 분명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미국 또한 한국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할 일은 분명하다.
한국인의 Invest(투자)를 쇠사슬 Arrest(체포)로 바꿔버린 폭거를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인의 분노가 아니라 마음을, 강제가 아니라 진정성으로 Arrest(사로잡다) 하여야 한다.
Arrest는 단순히 범죄자를 붙잡는 말만은 아니다.
Arrest는 단순히 범죄자를 잡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의 시선을 붙잡다(arrest one’s attention),
마음을 사로잡다라는 긍정적인 뜻도 지니고 있다.
“나는 당신의 마음을 나의 가슴속에 체포하였다”라는 유치한 농담조차,
Arrest의 숨은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다.
트럼프는 바로 그 긍정적 Arrest를 배워야 한다.
한국인의 마음을 억압이 아니라 신뢰로, 쇠사슬이 아니라 우정으로 붙잡아야 한다.
그날이 오면 Arrest는 감옥의 언어가 아니라, 화해와 우정의 언어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동맹’이라는 말은 다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P.S. 그래도.... 영어 한마디^^
(연인에게)
“I arrested your heart into my custody.”
→ 나는 당신의 마음을 내 품에 체포해 버렸다.
“Your smile arrested my soul.”
→ 당신의 미소가 내 영혼을 사로잡았다.
* 조금 더 시적이게
“My love arrests your wandering heart.”
→ 내 사랑이 당신의 방황하는 마음을 붙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