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어른'은 존재하는가-
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 북랩出)의 저자
얼마 전 뉴스를 통해 한 역사학자가 권력의 주변에서 ‘금빛 상징물’을 주고받았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 인물은 국가의 교육 철학을 설계하고, 백년지계를 구상하는 자리의 수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자리가, 국민의 신뢰로 세워져야 할 그 수장자리가,
은밀한 인맥과 이해관계 속에서 오르내린다면 교육의 백년지계를 구상하는 자리가
매관매직의 무대가 되어버린 셈이다.
역사를 연구한 이가 권력 앞에서는 역사의 교훈을 잊고,
스스로 권력의 장식품이 되어버린다면 그것은 학문 이전에 양심의 실패다.
언론을 통해 이런 보도를 접하면서, 나는 불현 듯 15년 전,
광화문광장에 시민 스케이트장을 만들던 시절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세종대왕상 앞에서 마음껏 웃으며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그리며 추운 겨울을 견뎠던 기억이다.
그 시절에 눈은 왜 그리 많이 내리던지^^
체육진흥과 직원들과 함께 쌓인 눈을 치우느라고 고생했던 기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그러나 조성단계에서 반대여론도 만만치않았다.
광화문광장에 스케이트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모 여대 총장께서 이를 반대한다는
비판의 글이 언론에 알려졌다.
그 이유는 뜻밖이었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날카로운 스케이트 날이 반짝이
는 것은 불경스럽다.”
즉, 성군의 위엄 앞에서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공간의 품격을 훼손한다는 논리였던 것 같다.
그 말이 전혀 일리가 없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진정한 불경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 싶다.
세종대왕의 정신은 결코 아이들의 웃음이나 시민의 활력에 눌릴 존재가 아니며,
오히려 그런 생동감 속에서 더 큰 빛을 발하는 것 아니겠는가.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면 세종대왕께서 더 좋아하시지 않았을까!
시간이 흘러, 그 역사학자가 다시 공직의 한복판에 등장했다.
이번에는 국가의 교육철학을 설계하는 자리에서,
금빛 상징물을 주고받으며 정권의 실세와 교류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영부인의 임금님 어좌 착석에도 동행하였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분이 예전처럼 “불경스럽다”는 말을 꺼내지 않은 것은
세종대왕이 아니라 권력의 그림자 앞이었기 때문일까.
그러나 오늘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교육의 백년지계를 세워야 할 자리가
‘금거북이 몇 개’로 사고팔리는 자리가 되었다면,
우리 사회의 교육은 이미 방향을 잃은 것이다.
권력의 그림자 아래에서 역사를 왜곡하고
도덕의 이름으로 침묵하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큰 해악이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비추는 등불이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 역사의 무서움을 잊을 때,
그 사회는 미래를 잃는다.
이제라도 묻고 싶다.
금빛으로 치장된 권력의 자리보다,
한겨울 광화문에서 얼음 위를 달리며 웃던 아이들의 눈빛이 훨씬 더 고결했음을....
역사를 연구한 어른들이 먼저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어른이 제대로 서야 어린이도 제대로 설 것이다.
나도 이번 글을 계기로 나의 지난 날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어른다운 모습을 갖추기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