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도둑은 못한다.

by 김세

서울에서 근무하는 아들과 딸이 같이 사는 집에 방문한 지가 두 주가 훌쩍 넘어버렸다.

가봐야 청소하고 반찬 좀 해주고 수다만 떨고 오는 것이 다이지만 결혼을 안 한 우리 집 애들은 엄마가 오는 것을 상당히 반긴다.

결혼을 안 했기에 아주 반김을 잘 알고 있다.

삼사일 정도만 머물고 나는 다시 나의 짝이 있는 곳으로 가 또 청소하고 반찬하고 수다를 떤다.

언제쯤 벗어나려는지....

서울 상봉터미널로 버스는 향하고 30분 후 나의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이는 창쪽에 햇볕이 들어오는지 앙증맞고 귀여운 목소리로 엄마를 부른다.

"엉마 뜨고워"

엄마는 3살의 딸이 뜨겁다는 소리에 얼른 커튼을 치고 나도 뜨거운 것 같아 차유리 커튼을 치려다 무심코 버스의 바로 옆 카니발의 차에 눈이 간다.

조수석 뒤에 앉은 어르신이 빤히 버스를 아주 노골적으로 몸까지 돌려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수석의 자리에도 많은 짐이 있었고 운전석의 뒤에도 짐이 있었던 것인지 할머니는 차문 쪽으로 몸이 바싹 붙어있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오른쪽으로 무엇을 찾는지 너무나 노골적으로 보시기에 나도 어르신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버스와 달리는 속도를 같이 해보려는 의도도 있어 보였고 웬만하면 내가 탄 버스 옆을 달리려는지 가는 내내 바로 옆에서 자주자주 보였다.

조수석 뒤 어르신의 생김은 전형적인 백발이었지만 눈썹만큼은 신선의 눈썹처럼 짙고 숱도 많았다.

눈이 나쁜 나의 눈에 선명하게 보일 정도면 진짜 많은 눈썹의 소유자인 것이다.

그러고 잠시 꾸뻑꾸뻑... 나는 참으로 맛있게 졸았다.

20분밖에 안 잤지만 전날 저녁의 고양이가 물 달라고 우는 통에 괜히 깨어 그 다음으로는 잠을 자지 못했는데 20분의 낮잠은 충분히 개운하게 몸을 만들어주었다.

1시간이 지나서 3살의 아이는 답답한지 칭얼대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3살의 랩이 시작되었다.

"엉마 집 다왔떠?"

"아니 아직 더 가야 돼"

1분 후

"어...엉마 집 다왔떠?"

"아니 아직 좀 더 가야 돼"

1분마다 물어보는 소리에 잠도 확 달아나고 "엉마'소리가 들리면 자연스럽게 당연히 들리던 '아직 더 가야 돼'라는 말이 나올 것을 나도 속으로 대답을 따라 하며 말을 해주었다.

아이의 물음과 엄마의 대답은 20분이 넘도록 계속되었고 이제는 그것도 지겨운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빤딱빤딱 작은 형"(반짝반짝 작은 별)

혀 짧은 소리의 노래였지만 음만으로도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 들울수는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빤딱빤딱 작은 형은 또 그렇게 계속 반짝반짝하게 조용한 버스 안에서 쭉 울려 퍼졌다.

아! 이것도 지겨워 진것인지 아니면 진짜 오롯이 생리 현상이 급한건지 이번에는 쉬를 급히 외치기

시작했다.

속사포 같은 아이의 입에서는 연신 쉬, 쉬, 쉬가 나오고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일으켜 기저귀를 채웠다.

의자에 올려 기저귀를 채우려는 아이는 엄마에게 기대어 서있고 3살쯤의 여자아이 얼굴에서 보이는 것은 짙은 눈썹과 눈이 작은 깜찍한 인형 같은 모습의 소유자였다.

참으로 보기 드문 그런 얼굴이었다.

나는 아까 본 카니발의 어르신을 잊어먹고 아이의 눈썹만을 보며 아 부럽다는 생각을 하며 아이의 힘을 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여자아이는 이번엔 다른 소식을 전해 줄 것인지 일가친척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엉마 하머니는 ? 하다버지는?"

"응 빠방타고 오시고 있어"

"하다버지 빠방?"

"응"

왼쪽의 창쪽에 앉은 남자아이가 졸다 벌떡 일어나더니 역시 일가친척의 안부를 무기 시작했다.

"엄마 할아버지 차 타고 따라오고 있어?"

"응 오시고 계셔"

다시 시작된 여자 아이의 질문

"엉마 집 다왔떠?"

"이제 조금만 가면 돼"

오빠는 다 와감에 쐐기를 박아버린다.

"야 다와가 그리고 내리면 우리 한참 걸어가야 돼"라고 했다.

여자아이는 창밖을 보며 카니발의 어르신에게 손을 흔들기 시작했고 여자아이는 그 짙은 눈썹의 어르신의 손녀로 보였다.

(오 유전자가 있었네 확실히)

난 눈썹을 보며 유전자의 신비함에 감탄을 했고 엄마는 아들에게 한참을 걷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냐 아빠가 빠방갖고 데리러 온다고 했어 안 걸어 가도되"라고

드디어 2시간 20분의 여정이 끝나고 난 나의 반찬이 든 캐리어를 가지러 가기 위해 짐칸으로 이동하고 몇 걸음을 걸어 나왔다.

나의 앞에는 마스크를 쓰고 얼굴에는 짙은 눈쎂밖에 안 보이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걸어오고 있다.

혹시나...

역시나...

여자아이는 아빠~라고 부르며 뛰어가고 나는 그 소리에 얼른 돌아보았다.

3대 3명의 숱검덩이의 눈썹을 보며 난 감탄을 했다.

'야 똑같다 얼굴도 똑같고 눈썹도 똑같어'

그래서 절대 씨 도둑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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