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하늘로 날아가는 마음
내 마음은 새장 속의 새 같아.
네게 길들여지고 나면
새장 문 열어 날아가라 해도
한동안 나가지 못해
여느 때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지.
열린 문 틈으로
언제나처럼 나를 꺼내주는
커다란 손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나갈 수 있는데도 말이야 난
그 온기를 기다렸던 거야.
한동안 나가지 못해
가만히 새장 안에 서 있다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손에
내 마음이 작은 소리를 내며 울었어.
그 소린 작아서 나만이 들을 수 있었고
내 심장에 부리가 돋아났을 때
벌어진 틈에 아파서 조금 더 크게 울기도 했지.
한참을 새장 속을 서성이며 울다
문득 새장 안에서 나오지 못하던
부리가 난 내 심장에 돋아난 깃털 하나가
새장 아래로 떨어지는 걸 봤어.
그 깃털 하나, 나를 간지럽히더니
벌어진 틈으로 미소가 새어 나와.
사랑이 자리잡았던
새장 한 가운데서 울고 웃다가
돋아난 깃털들이 날개가 되었고
항상 네 손이 찾아오던 열린 문으로 가
매달려 하늘을 바라보고 있어.
하늘 채운 구름 다 사라지고
파아란 가을의 빈 하늘로
내 심장이 날아갈 준비를 해.
새장 속에 앉아있던 내 자리에
그동안의 시간만큼 내 온기가 묻어있어.
뒤돌아 내가 앉은 곳 가만 바라보다
어쩌면 네 손이 가졌던 따스함이
내 온기가 내려앉아 그런 건 아니었을까
내가 가진 온기가 그만큼 따뜻했을 지도
모른단 생각에 작게 울던 부리를 닫아.
충분히 따스했던 마음이
이제는 날아갈 시간이야.
내 심장의 온기를 기억 속에 묻혀두고
돋아난 날개만큼 팔을 활짝 뻗어.
저기 아무도 없는 빈 하늘로
날아갈 거야 자유롭게.
넓은 나의 세상으로,
내 심장,
문 열린 새장 밖으로 날아가.
-새가 되어
사랑은 문 열린 새장 속의 새와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누구도 나의 마음이란 것을 가둬둘 수 없지만, 사랑을 할 땐 자발적으로 누군가의 새장 안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구속한다. 내 마음속에 남은 사랑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더 이상 상대방이 나를 찾아오지 않더라도 한동안 관성 같은 기다림에 깊이 슬퍼하며 이제는 나더러 날아가라 말하며 문을 활짝 열어 둔 지가 꽤 지나고도 거기서 한참을 서성거리곤 했다. 다른 손의 온기를 찾아 떠날 수 있음에도, 또는 더 넓은 나의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음에도, 사랑은 그 모든 것을 택할 자유 속에서 내 사랑이 향하는 대상의 새장 안을 택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내 마음은 한참을 날아가지 못하는 새 같았다. 새처럼 돋아난 마음의 부리로 내 마음은 작게 소리 내어 울곤 했다. 문 열린 네 새장 속에 있는 내 마음은 새가 되어 울 수밖에 없었나 보다. 그 속에서 나를 찾아오던 따뜻한 온기를 떠올리며 슬퍼하다가, 시간이 흘러 마음에 깃털이 돋아나기 시작했을 때 울기도 웃기도 했다. 그러던 마음이 자라 비로소 날개가 돋아났을 때 나는 항상 누군가 찾아와 온기를 전해주던 새장 문 앞으로 나아가 내가 한참을 서성이던 자리를 돌아본다. 나의 온기가 따뜻하단 사실을 발견하고, 어쩌면 내가 애달파했던 누군가의 온기가 사실은 이미 나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온기였는지도 모른단 생각에 더 이상 이전처럼 타인의 온기가 필요하지 않았고, 내가 가진 온기를 안고 나 홀로 따스히 날 수 있단 걸 알았다. 문에 매달려 구름 가득한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이 다 사라지면, 아니 구름 사이 빈 하늘로, 아니 구름을 뚫고서라도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돋아난 날개만큼의 용기를 펼쳐본다.
부리가 돋아난 심장은 날개가 돋아 진짜 새가 되었고, 열어둔 새장 밖으로 이제야 나갈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이미 나로 충분하구나. 나 자신의 온기로 스스로 날아갈 수 있겠구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던 자리에 묻은 나의 온기가 내가 얼만큼 따스한 온기를 가진 존재인지 알게 했다. 내가 그리워하던 온기는 이미 내 안에 있다.
나는 새가 되어 아무도 없는 빈 하늘로 날아간다.
텅 빈 사랑의 자리에서 나는 내가 묻혀둔 온기를 끌어안고,
당신의 빈 마음으로 날아간다.
비록 새장 속은 아닐지라도,
우리 날개 달린 새가 된 심장으로
빈 하늘에서 서로의 빈 마음을 부둥켜 안자.
당신의 빈 마음에서 스스로 가진 온기를 발견하기를 바라며,
나는 내 빈 마음을 온기로 가득 끌어안고 당신에게도 건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