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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물 Aug 23. 2024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책임질 순 없다.

-컨베이어 위 한 덩이의 육신을 이끌고


두 번째 기록.



몸이 한없이 무거운 날들이 있다. 

몸이 무거운 날이 며칠 간 지속될 때면, 희한하게 마음도 같이 무거워지곤 한다. 이번 주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말그대로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이었다. 설렁설렁 한다 하지만, 주 업무가 버거울 정도로 분주해진 와중에 여러가지 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이번 주엔 그래서 글도 패스했다. 


단지 딱 한 가지 지속한 것이 있다면, 일 끝나고 아파트 헬스장에 가서 런닝머신을 한 것. 

'일단 에어컨 쐬러 가자'는 마음으로 매일 매일 출석 도장을 찍었다. 가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걷다 보니, 마치 컨베이어 위 한 근의 고기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사는 현대인들. 먹을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먹은 것을 빼려 트레드밀로 올라가는 순환...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지워버리고 멍을 때리기 시작했다. 몸이 꺼져갈 때 운동을 하려면, 정신이라도 사망선고를 알리는 삐----- 소리가 나게끔 줄을 놓아버려야 그저 반복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정신줄을 놓고 잘 달리다 하루는 일하는 곳에서 너무 신경이 쓰이는 일들이 누적되고 터지고 있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금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하려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전처럼 다른 사람들의 마음까지 책임지며 살다간 내 삶이 아예 사라져버릴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불필요한 자책을 하면서까지 해야하는 일이란 없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내가 타인의 마음까지 책임지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가까운 관계라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내가 어디까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지는 나를 가장 잘 아는 내가 분명하게 설정해야 하는 선인 것이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타인의 마음에 항상 변함없이 쏙 들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끝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한 덩이의 육신과 그 속에 담긴 마음까지만 책임지는 것이리라 대답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날도 언제나처럼 오른 트레드밀 위에서 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달렸다. 당장 바꿀 수 없는 타인의 마음에 매여 아등바등 내가 할 수 없는 것까지 무리해서 하는 것보단, 당장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내 몸을 움직인다. 당장 내가 책임져야하고 가꾸어나가야 할 내 마음을 나 스스로 지킨다. 남는 것은 타인의 마음이 아니라, 내 몸과 내 마음이니 말이다.


나는 어떤 책임감이라도 가지고 태어난 사람처럼 항상 버티고 견디는 일이 익숙했다. 

실제로 같이 일했던 윗 사람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잘 버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마 예스맨이기에 고용주 입장에서는 어디에나 참 쓰기 쉬운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일터와 타인의 마음에까지 책임감을 느끼는 내가 정작 나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던가?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란, 다름아닌 나 스스로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다. 타인의 마음을 신경 쓰느라 정작 내 중심을 지키지 못한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아마 그래서 어떤 칭찬을 들어도, 내가 내 자신에게만큼은 떳떳하지 못하기에 그런 칭찬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인정을 받더라도 그 인정이 시시때때로 바뀌는 타인의 마음에 의한 것이기에 영원할 순 없어 쉬이 공허해지고,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또 생각과는 다른 반응에 인정을 고파하게 되거나 더 무거운 자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었다.


한 번 가동되면 멈추지 않는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사회로 나온 성인인 나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컨베이어 벨트같은 하루 위 한 근의 몸을 이끌고 가는 삶에서, 나는 타인의 마음에 쏙 드는 상품이 되기보다는 스스로의 몸을 일으켜 달리는 나 자신이 되겠다고 마음 먹는다. 시간이 흐르듯 흘러가는 벨트 위에서, 오직 나만이 책임질 수 있는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이끌고 건강하게 타인과 교류하며 중심있는 사랑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단번에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사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산책을 하듯 그렇게 걸어가자고 매번 다짐한다. 무겁게 사는 것보단 가볍게 살 때 모든 상황이 더 잘 풀리고, 관계적인 것들도 더 잘하게 되는-결핍과 대가없이 진심으로 가까워지는-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그것이 불필요한 책임이란 게 생각보다 많았다는 반증 아닐까? 반복되는 삶이란 벨트 위에서, 타인의 마음에 쏙 드는 상품처럼 포장된 하루가 아닌, 나만이 완성시킬 수 있는 온전한 나의 하루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p.s

이 글도 굉장히 피곤한 상태에서 상당히 가볍게 써서 다시금 읽을 여유가 없어 읽지 않았고, 잘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떤가? 했다는 게 중요하지! 

&아파트 헬스장 조명이 좋다. 우리 아파트 헬스장에서 내가 제일 귀엽다. 오늘은 너무 많이 먹어서 덜 귀여워 졌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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