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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발걸음으로 살고 싶어졌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by 햇물


첫 번째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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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 내고 싶은 욕심에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주체할 수 없는 욕심이 한창 내 안에서 꿈틀거리던 때, 빨리도 달려가는 하루가 아까워서 할 일을 꽉꽉 채워서 살았다. 그런 삶은 활기 있고 좋았지만, 목적이 '당장 빠른 성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에 있었기에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빠르게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금방 지치고 이내 모든 걸 놔버리거나 참았던 인내가 바닥나게 될 것 같았다. 나는 곰곰이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 재고했다.


식단이든, 운동이든, 일이든, 글이든, 공모전이든, 인간관계든, 취미든.

할 일이 많은 건 맞지만, 그 모든 걸 하나하나 전심전력으로 '완벽하게' 해낼 필요는 없었다.


내 삶의 모든 영역이 한번에, 단번에 철저하게 통제될 수는 없다. 누군가는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한 가지 영역에 집착하거나 모든 포커스를 그곳에 맞추면 가능할는지는 몰라도 모든 영역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건 불가능했다. 가능하더라도, 한 두 달 정도 참았던 것이 댐처럼 터져나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곤 했다. 일시적인 목표 달성이 나에게 순간의 뿌듯함은 줄지 몰라도, 장기적인 행복에 관여하지는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이든 '바짝'이라는 개념이 내 인생 전체에 걸친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정도로 미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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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히 마른 몸을 가지게 되고 일시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닌 '내가 가진 재능과 내가 해나가는 일들에 자부심을 가지며 살아가는 것,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최상의 건강한 몸으로 맑은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것'임을 알았다. 말만 거창하지, 사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하루하루 꾸준하게 조금씩 해 나가면 충분히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운동이든 글쓰기든 수업준비든 공모전이든 신앙생활이든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그 모든 일에 스며들어 가면 그 상태에 적응하며 자연스레 점점 더 높은 강도로 성장해 가는 삶을 지속하게 될 테니.


완벽하지 않은 시간들이 모여, 완전함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빠른 성과, 빠른 목표달성을 바라는 욕심만큼 해내려면 난 아마 턱없이 부족한 하루에 턱 끝까지 찬 숨을 헐떡이며 살아야 할 것이다. 채찍질하는 삶이 행복한가?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은 아니기에 나만큼은 그러한 삶이 행복할 수 없음을 안다. 반대로, 자꾸만 미루는 삶 또한 나에게 행복이 아니다. 되려 삶을 침체시키며 결국엔 불행을 가져다준다. 그 또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의 필수 선행 조건은, 다른 사람들의 욕망이 아닌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아는 것 아닐까? 원하는 목적지만 정확해도, 길을 잃지 않고 걸어 나갈 수 있으니.


집 앞 설렁설렁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을 하듯, 무리하지 않고 할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산책을 하는 시간엔 어떠한 목표도 없는 것처럼 그 순간 자체를 즐기듯이. 비록 모든 게 더디게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전력질주보다는 '꾸준히'가 나의 삶을 가장 확실하게 장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믿는다. 그 믿음을 최소 2년 뒤의 나 자신이 증명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오늘의 삶을 통해 잠시나마 그려본다. 이미 그 삶을 찬찬히 살기 시작한 나는 그 자체로 이미 행복을 손에 거머쥐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내가 원하는 행복으로 가는 걸음이 산책을 하듯 가볍고 행복한 발걸음이라는 사실은 매 순간 나에게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실망하지 말고.

안심하며, 즐겁게 산책하듯 하루하루를 걷자.

그렇게 평안하면서도 잔잔한 활기를 띠며 살아가보자.


이번에 만든 매거진에서는, 산책하듯 삶을 걸어가는 나의 발걸음들을 기록해 갈 것이다.

개인 시간부터 일하는 시간까지 어떤 순간이든 때로는 구멍이 숭숭 나 있고, 조금은 허술한 기록을 해나갈 것이다. 그 모든 순간들이 글로 모이면 시간이 지난 뒤에 어떤 책으로 완성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 모든 발자취들이 모이면 시간이 지난 뒤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완성되어 있을지 바라보는 마음으로.


따라서, 앞으로 이 매거진에 실릴 글들 또한 이랬다 저랬다 할 수도 있겠다.

애초에 나는 한없이 무겁기도, 가볍기도, 성숙하기도, 미성숙하기도, 멋있기도, 귀엽기도 한 사람이라.


나의 부실한 기록들로 당신을 초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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