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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원 Sep 03. 2023

HR업무에 노동법 접목하기

법해석은 사실관계로부터

배치전환, 계약기간의 만료, 근로시간 범위의 확장, 징계, 겸업, 불법파견여부, 근로자성 판단, 해고, 임금여부 등등 HR담당자에게 노동법에 대한 해석의 장면은 많다. 물론, 법적인 이슈 해결에 대한 A-Z를 하지는 않는다. 변호사, 노무사 등 외부 조력자들에 의해서 아주 전문적인 판단은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외부 조력자들이 해 주는 역할은 법률적 이슈에 대한 전문적 해결이다. 법리적 해석이 팽팽한 사안에 대해서 전문적 해석을 하거나, 노동부 관련 행정절차들을 진행하거나, 법원에서 진행되는 송무에 대한 전문적 해결이다.


HR담당자들에게 요구되는 법률적 역량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사실 관계를 파악해서 판단을 잘하면 된다. 너무 간단하다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이게 만만하게 볼 대상은 아니다.


1. 사실관계를 잘 파악해야 한다. 발생한 주제, 날짜, 시간, 사유, 대상자 등등이다. 사실관계에서 뒤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항에 대한 판단기준이 갈린다. 예를 들어 출장 중 이동시간에 대한 주제라고 하자. 근로자는 이동시간도 근로시간이라고 주장한다. 해당 인원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장을 간다. 월요일 아침 10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월요일 아침 6시에 집에서 서울역으로 향했다. 7시에 기차에 탔다. 기차에서 개인적으로 음악을 듣고 넷플릭스도 보다가 9시부터는 30분간 회의 내용을 미리 스터디했다. 9시 40분에 부산역에 도착했고, 10시에 부산사옥에서 회의에 참석하였다. 사실관계는 이게 전부다. 그런데, 해당 인원이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려고 개인시간이 들어간 아침 6시부터 10시까지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한다.   


2. 쟁점을 잘 정해야 한다. 핵심이슈가 무엇일까? 무엇을 해결하면 될까? 위 사안에서 핵심이슈는 이동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볼 지 여부이다. 그런데 근로시간은 어떻게 정하지? 근로시간은 회사의 지시에 의해서 업무수행을 하거나 업무수행을 대기하고 있는 시간이다. 이동시간이 근로시간이 되려면 이것이 인정되어야 한다. 결국 위 이동시간에서 (1) 집에서 서울역으로 이동하는 시간, (2) 기차 안에서의 행동들의 내용, (3) 그 행동들의 자율성 및 회사 업무 관련성, (4) 기차에서 내려서 사옥으로 이동하는 시간. 대략 쟁점을 이루는 요소들을 나누어보면 이런 4가지 구분이 지어진다. (1)은 꼭 출장이 아니어도 집에서 회사로 이동하는 출근시간의 개념이다. (4)도 사옥으로의 이동시간이므로 일종의 출근시간이다. 결국 쟁점은 (2)와 (3)에서의 행동이 근로시간에 포함될지 여부이다.


3. 판단을 해야 한다. 회사의 인사제도상 특별 규정이 있는지? 그 규정에 해당하는지? 단체협약이나 노사합의서에 혹시 관련 사항이 없는지? 기존 선례나 관행은 없는지? 출장 중 이동시간에 대해서까지 규정한 회사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 노동조합의 이의제기로 이러한 내용이 규정화되어 있을 수는 있다. 꼼꼼하게 찾아보고 해당 사안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된다. 일단 규정된 사항이 없다면 이제 법리대로만 판단하면 된다.


4.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위에서 정리한 사실관계와 쟁점 그리고 사전 판단사항들을 통해서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쟁점에 대한 회사의 규정이나 단협이 없다면 이제 법률적 판단이다. 만약 기차 안에서의 행동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기에 충분하다면, 해당 시간에 일어난 행동들이 근로시간이었음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 대략적으로 지시여부나 근로수행 여부 등이 이를 가를 것이다. 근로시간의 정의에 입각해서 각종 판례 및 행정해석들을 검토하고 기존의 법리적 판단하에서 이번 사례가 어느 정도의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법률은 명확성의 원칙을 가지지만, 판례는 그 사례에 대한 판례이므로 다른 회사의 판례가 우리 회사에 반드시 적합한 것은 아니다. 중요 논리를 따오고 이 논리 하에서 동일하게 해석되는지를 판단한다. 결국, 내부 판단에 대해서 대상 근로자가 반대하고 소송을 제기하거나,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또는 노동조합이 나서서 이슈 제기를 한다면 결국 법정 쟁송으로 가게 될 것이다. 법적 검토는 이러한 쟁송에 갔을 때 회사가 유리한지 불리한지, 논거나 내용은 충분한지를 법률적으로 해석해 보는 시간이다.


5. 최종 판단이 필요하다.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그대로 인정하고 보상하고 향후 개선을 할지? 파급효과 등이 생각보다 커서 이런 사항들을 고려하여 회피하는 방법을 찾을 것인지? 현상을 그대로 감수하고 유지하며 Risk taking을 할 것인지? 물론, 위에서 예시를 든 사항 정도만 가지고 경영진들의 의사결정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사안에 따라서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법은 준수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사항은 회사의 기존 행정이 반드시 바로 법률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다툼이 있는 상태로서 향후 법률적 판단에 따라서 시정하면 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즉시 법률 위반이라고 보고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 이렇게 즉시 ~~ 을 하지 않는다, 아니면 즉시 ~~ 을 한다 가 의사결정이다.


HR담당자들이 법률 해석 장면이 발생했을 때 문제해결을 하는 순서를 간단하게 설명해 보았다. 결국은 담당자들의 몫은 사실관계 파악, 쟁점 정하기, 판단하기의 영역이다. 법적 검토는 외부 전문가들이 도와줄 수 있고, 최종 판단도 경영진들이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사실관계-쟁점-판단은 담당자들의 고유 영역임을 반드시 알아주었으면 한다. 법률적 판단도 잘해서 제도나 행정처리가 법적인 문제없게 잘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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