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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원 Oct 07. 2023

드라마 '파트너 트랙' _ 직무전문가

회사에서 성장하고 성취를 하는 사내전문가란?

멜로드라마의 단조로움과 일반적인 주제에 싫증이 나던 중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얼마 전 한국 드라마 중 인기였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변호사가 주인공이었다면, "파트너 트랙"도 여성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이다. 여주의 극 중 이름은 "잉그리드 윤"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출연한다. 극 중에서 가끔 한국어 대사가 나와서 새롭기도 하고, 다른 출연자가 의상으로 입은 티셔츠에 한글로 "씨발"이라고 적혀있기도 하다. (비속어라서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단어가 미국 드라마에서 나오다니 신기하다.) 변호사가 주인공이지만 일반적인 법률 드라마가 아니라 전문가들이 다니는 회사를 배경으로 일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이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일반 변호사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오르기 위한 노력을 다룬 드라마이다. 헤드 변호사를 찾아가서 특정 사건에 대한 해결방안을 "엘리베이터 스피치"로 설명하고, 이에 대한 담당 변호사로 지정받는 의사결정을 받아낸다. 그리고, 해당 업무에 대한 전권을 받아서 해결하기 위해서 다시 분석하고 노력한다. 이러한 모습이 한편으로는 차갑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은근한 매력과 멋짐을 느끼게 되었다.   


이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직장에서의 "프로페셔널", "전문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물론 변호사라는 특정 라이선스가 있다면 일단 전문가라고 불리기는 하겠지만, 라이선스가 있다고 모두 전문가는 아니다. 라이선스는 전문가가 되기 위한 입장권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된다.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지, 라이선스가 있다고 전문가인 척하는 것도 금방 들통나게 된다. 그래서 라이선스 취득 후 해당 전문기관이나 회사에 다니면서 라이선스 분야에서의 전문가로 성장한다.


물론 일반 회사에는 라이선스가 없는 전문가들도 많다. 직장을 오래 다니면서 해당 분야에 많은 업무를 수행하고 자연스럽게 특정 분야에 통달하게 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라이선스를 가진 전문가들과 좀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보편타당한 논리와 원칙에 입각한 업무추진보다는 해당 조직의 히스토리와 인적 네트워킹을 통해 일을 진행한다. 그래서 해당 조직을 떠나면 해당 전문성이 크게 위축되었다가 다시 원상회복하거나 회복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일반 회사 조직들에서는 고령화로 인한 정년연장과 성장한계로 인한 포지션 수 동결이나 감소로 인한 고민이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는 히스토리와 네트워킹을 통해 성장한 인원들이 적절하게 관리자 트랙으로 승진을 통해 기업에 있을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관리자를 하다가도 면직되거나 아예 관리자를 해 보지도 못하고 정년을 맞이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회사들이 눈을 돌리는 분야가 "전문가" 트랙이 아닌 가 싶다. 능력은 있는데 관리자 트랙의 자리는 부족하니 전문가 트랙을 만들어서 일반 담당자와는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그런데, 해당 조직에서 관리자 트랙으로의 성장을 바라왔던 인원에게 자리가 없다고 갑자기 전문가 트랙을 부여하게 된다. 이들이 앞으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는 특정 분야에 대한 학술연구를 겸비하면서 대내외적인 전문성을 기초로 업무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아마도 이들이 업무 하던 기초는 이러한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 자리에 있으면서 결국 관리자 업무를 한다. 관리자 자리가 모자라서 전문가 타이틀로 자리만 만든 것인가?


드라마에서 나오는 전문가들 수준까지는 아니겠지만, 전문가 트랙으로 성장하고 회사에서도 전문가로서 기여하게 하려면 미리미리 준비가 되어야 할 듯하다.  

물론, 전문가를 회사가 만들어주는 것은 아닌 듯하다. 각 개인이 전문가로서 성장하고 싶고 본인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들이 모여서 전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교육체계가 훌륭하고 선배가 후배를 전문가로 키우려는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입한다 한들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들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그냥 현재의 자기 업무만 열심히 (결과와는 무관하게) 하고 근로시간으로 본인의 근로를 측정하고 본인의 판단영역과 선배들의 영역을 구분해서 의존형으로 일한다면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와우~ 저 전문가 멋있다."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 보았다면, 나는 현재 우리 회사에서 맡고 있는 직무에 대해서 "전문가인가?"를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 아무리 큰 대기업이라도 어느 특정 업무분야 종사자는 한 명이니 그 담당자의 전문성이 떨어지면 그 업무 분야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회사에 가용한 돈이 있다면 외부 전문가를 잘 활용해서 떨어지는 전문성을 보완하는 것도 일시적으로는 가능할 것이다.)


조직 내에서 "관리자"와 "전문가" 중 본인에게 맞는 트랙을 선택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둘 다 아닌 일반담당자는 회사에 들어온 지 5년 이내까지 정도만 용인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커버 이미지 출처 : 네이버 - 영화 - 포토 -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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