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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원 Sep 16. 2023

영화 '인디에어' _ 해고 & 동기부여

해고통보 대행을 하다가 느낀 진정한 인생의 발견

조지클루니 주연의 ‘인디에어’라는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노동법 강의를 할 때 '해고' 주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중간에 교보재로 자주 사용하던 영화인데, 전편을 다시 보는 것은 거의 10년이 다 된 듯하다. 조직클루니의 극 중 이름 “라이언 빙햄”은 동기부여 전문가인데 실제 주로 하는 일은 회사의 해고 통보를 대행하여 진행해 주는 일을 한다. 해고 통보를 주로 업으로 하지만 동기부여 특강도 많이 한다. '인생이라는 배낭'을 주제로 특강도 한다. 소유한 모든 것을 배낭에 넣고 걷기 쉽지 않다 이게 우리의 인생이다 이 배낭을 없앤다면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다. 그리고는 다시 본업인 해고를 통보하러 미국 전역을 누빈다. 영화 제목이 'In the air'인 이유가 인생의 대부분을 비행기 안에서 보내서인 듯하다. 한국에서 이런 유형의 영화가 있었다면, 'In the KTX'인가?


영화의 주된 소재는 '해고 통보'이지만, 전체를 꾀는 스토리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족과 친구 등 소중한 존재'라는 큰 맥락이 있다. 아무리 성공해도 아무리 실패해도 배우자가 있고 가족이 있다면 이들과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중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영화가 맨 처음에 내 관심사를 끌게 된 것은 HR담당자로서 '어떻게 해고 통보를 외부 업체를 활용해서 할 수 있지?', '미국 노동법상 해고가 자유로운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하나?'라는 의구심에서 시작되었다. 영화를 한번 보고 지나갔었을 때에는 '해고'를 대행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다시 보니 '해고'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더 이상 회사의 직원이 아니다. 회사의 결정이다. 짐을 싸서 가라. 회사는 외부 업체를 통해서 향후 미래 인생계획에 대한 도움을 주겠다.'라고 이야기한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전직지원회사'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앞단에 해고통보도 대행해 주는 것이 다른 상황으로 이해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고는 근로기준법상의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절차 등을 거친 후 서면에 의해서 상세 사유와 시기를 정해서 통보하게 되어 있는데 미국 법제는  우리와 다른가 보다. 그래도 이런 방식의 해고 통보가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서 놀랐고, 직원들이 이에 순응해서 해고를 받아들이는 것도 신기했다. (물론 영화이지만……) 


이 영화에는 해고 통보를 받는 사람들의 단막 장면이 약 10개 정도 나온다. 물론 대부분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고 절망하는 모습들이 담겨 있다. 울분, 분노, 포기, 걱정 등. 역시 직장에서의 해고는 다른 인생을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인원들에게는 분명히 가혹한 조치일 것이다. 본인이 분명한 비위를 저질러서 진행되는 징계해고나 업무를 도저히 할 수 없어서 단행될 수밖에 없는 일반해고와 다르게, 본인의 귀책사유를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스스로 해고를 인정하게 하는 대화기법이 많이 나온다. 


이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해고 통보 대화 장면이 있다. 해고에 대해서 못 받아들이는 직원에게 '부전공이 프랑스요리였던데, 요리사라는 꿈을 버리고 이 직장에서 받은 급여가 얼마죠? 이제 예전에 실현하지 못한 본인의 꿈을 실현해 보는 것을 어떤지요?' 누구나 꿈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혼-육아 등 본인의 현실 속에서 타협을 통해서 안정적인 직장에서의 삶을 선택하는 일이 많은 것이다. 가족을 위해서 본인의 꿈을 잠시 접어놓고 (아니면 아예 접어놓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수많은 가장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는 해고 통보 스킬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남들을 해고하는 일을 대행하는 전문가이고 (해고되면 가족이나 친구의 품으로 간다) 본인은 결혼이나 아이 생각도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후배 사원의 실연과 출장지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으로부터 엑스트라 존재로 여겨지는 현실에서 다시 한번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제일 행복했던 순간에 혼자였는가?'인 듯하다. 행복은 혼자 느끼는 것이 아니고 주변과 함께 느끼는 것이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인생에는 배우자라는 부조종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결혼을 하는 거다.', '친구나 가족이 필요하다. 가족 때문에 힘을 내서 다시 재기하는 거다.'라는 대사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해고는 당연히 안 좋은 것이지만 해고를 당하는 것은 그 회사에서 해고이지 인생에서의 해고나 끝이 아니다. 본인을 이해해 주고 아껴주는 가족과 같은 존재들과 함께 하면서, 본인의 인생을 살아나가면서 주도적인 인생을 계획하고 실천한다면 그 과정에서 회사는 스쳐 지나가는 정거장에 불과할 것이다. 동기부여 전문가? 해고 통보 전문가? 영화를 보면서 직업이 다소 헷갈리기는 했으나, 영화를 모두 보고 다시 생각해 보니 동기부여 전문가가 맞는 거 같다.


[커버 이미지 출처 : 네이버 - 영화 - 포토 -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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