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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원 Sep 10. 2023

영화 '인어공주' _ 일과 가정의 양립

보수적인 부모와 진보적인 딸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해결

여러 가지 논란 속에 있었던 '인어공주' 실사판 영화를 보았다.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할 때의 각종 논란 + 여주인공 캐스팅 논란까지 있던 터라 영화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이가 같이 극장가자고 해서 청소년 관람가 영화를 찾던 차에 선택된 영화였지만, 영화 자체는 볼만한 영화였다. 


줄거리는 모두들 아는 스토리. 그런데, 왕자와 인어공주의 로맨스로만 바라보지 말고, 살짝 다른 측면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지배하는 주제는 "인어공주의 인간세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반대를 뒤로 하고 딸이 하고 싶은데로 하다가 결국은 딸이 하고 싶은 것이 이루어지는 내용이다. 대부분 부모들이 비슷한 상황이 있었을 것이고, 그때마다 이런 갈등이 있기에 영화 속 스토리라기보다는 아주 일반적인 사춘기 또는 혼인 적령기의 딸과 부모의 갈등 모습을 보는 듯했다. 


줄거리는 (모두 다들 알겠지만 간단하게) 인간세계를 동경하던 인어공주가 인간세계로 가기 위해서 마녀에게 목소리를 빼앗겨 버리고 나중에는 아버지까지 위험해지게 하지만, 다시 마녀를 물리치고 아버지까지 구하게 되면서, 아버지의 허락하에 인간세계의 왕자님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이다. 


제일 특이했던 사항은 구태여 마녀에게 의존하지 않았어도 아버지도 인어공주를 인간으로 만들어 줄 수 있었는데, 아버지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도 인간세계로 가려했다는 것이 좀 이해는 안 갔다. (현실에서도 부모가 해결해 줄 수 있는데도 본인이 알아서 한다고 해 놓고 문제만 일으키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영화 같은 이야기가 많이 존재하기는 한다.)


영화의 주된 스토리 외에 내가 주목한 것은 바로 "보수적인 부모와 진보적인 자녀"의 대립이 가져온 갈등과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인어공주는 보수적인 아버지와의 갈등을, 왕자는 보수적인 어머니와의 갈등이 존재한다. 인어공주는 인간세계를 동경하고, 왕자는 바다세계를 동경한다. 부모들은 이러한 동경을 각각 반대한다. 현재 본인들이 구성한 안정적이고 보장된 세계에 자녀들이 안착해 주기를 바라지만, 자녀들은 이보다 더 큰 열망을 가지고 각각 다른 세계를 동경하고 모험을 떠나고 싶어 한다. 모험에는 당연히 위험이 따른다. 이를 악용해서 본인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무리도 있고, 모험 자체가 엄청 큰 도박과 같은 것이라서 만약 실패 시에는 현재까지 누리던 기득권을 모두 잃어버릴 수도 있다. 오로지 본인의 꿈과 희망만이 존재하며 그 외에 다른 사항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부모들의 판단 기준은 과거이다. 영화에서도 부모들은 각각 인간세계와 바다세계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바다세계 사람들은 인간들에게 죽음을 당했으며, 인간세계 사람들은 바다에서 풍랑 등으로 많은 사상자가 꾸준히 발생했다. 과거의 기준에서 보면 자녀들이 다른 세계를 동경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안 좋은 상황들을 보고도 그러한 동경을 한다는 것이 아마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자녀들은 해당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반드시 본인들이 하고 싶은 사항을 위해서 노력한다.


열정이 대단하다. 위험을 알지만 그렇게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요즘 세상에 흔치는 않은 사항인 거 같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열망에 왕자를 사모하는 마음이 커지면서 더욱 불을 지르게 되는 측면도 있었다. 

현실에서도 부모와 자녀의 갈등 장면은 

1) 학업 문제 (자녀는 다른 것이 하고 싶은데 공부만 하라고 할 때), 

2) 진로 문제 (다른 것을 하라고 하면서 현재 분야에 반대할 때), 

3) 이성문제 (부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성과 교제할 때)

이렇게 3가지 이슈로 인해서 십 대 중반~삼십 대 초반까지 부모와 자녀 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강한 열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매우 격려할 일이라고도 생각된다. 학업 문제나 진로문제도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가 뚜렷해서 벌어지는 것이고, 이성문제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벌어지는 문제이다.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무조건 공부만 열심히 하거나, 사랑 한번 못해보고 혼인 적령기에 떠밀려서 소개팅을 전전하는 것보다는 본인 주도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더욱 멋지긴 하다.


물론, 나도 애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애들이 너무도 우려되는 길을 가거나 형편없다고 느껴지는 길을 간다고 하면 나도 엄청나게 반대할 거 같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 길의 방향만을 보지 말고, 내가 열심히 키운 우리 자식들이 알아서 잘 결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데로 놔두는 것도 훈련이 필요할 듯하다. 


[커버 이미지 출처 : 네이버 - 영화 - 포토 -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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