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 내 다른 직군과의 보상 차이가 있으면 위법인가요?
정규직인데 하는 일이 다르고 임금 등의 보수도 차이가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회사는 근로자가 입사하면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근로계약의 기본 골자는 근로의 제공과 임금의 지급이다.
따라서, 동일한 근로를 제공했다면 임금도 그에 맞는 임금이 지급되어야 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일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동일한 직무를 입사 20년 차와 1년 차가 같이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연공급의 색채가 짙은 임금 제도 하에서 이들의 임금은 2배 차이가 나기도 한다.
물론, 경험이 더 많으면 숙련도가 높아졌을 것이고 판단의 깊이나 해결방안 도출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요소까지 고려해서 ‘동일하다’, ‘아니다’를 판단하기는 너무 어려운 사항일 것이다.
결국, 표면적인 '동일 노동'보다는 '동일한 가치를 가진 노동'에 대해서 '동일 임금'이 지급되어야 하는 개념적 정의에 의해서 ‘차별금지’의 논리까지 나오게 된다.
차별에 대한 법규도 꾸준히 발전하여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 문제, 남녀 차별 문제, 장애인 차별 금지, 고령자 차별금지 등에 대해서는 익숙할 것이다.
그런데, 정규직 내에서의 차별은 어떻게 볼 것인가? 정규직과 무기계약직과의 차별은 어떻게 볼 것인가?
애매한 부분이다.
법률은 근로기준법 6조에 ‘남녀의 성,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 기타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는 균등처우 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을 가지고 있다.
남녀, 국적, 신앙은 대부분 이해할 것이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차별은 서로가 조심한다.
그런데, 사회적 신분으로 인한 차별에 대해서는 낯설다.
관련된 법원 판례상 '사회적 신분'의 정의는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으로서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 발휘에 의해서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분류’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이슈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또는 별도 직군’과의 차별 이슈이다.
비정규직법 (기간제, 파견법) 시행 이후로 '2년까지만' 비정규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한이 생겼다.
연속된 업무로서 지속적인 업무 운영이 필요하고 동일한 사람이 숙련되어 업무를 하면 좋겠는데 2년의 제한이 아쉬웠던 회사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상 계속 반복된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애초에 '비정규직'으로 운영하는 것이 부적합하였으나,
비용 및 단순 업무의 특성 등을 이유로 비정규직으로 운영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법 (기간제, 파견법) 시행 이후로 여러 가지 이슈에 따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였다.
다만, 고용은 보장된 기간의 정함이 없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거나, 정규직이지만 연봉 등 근로조건이 일반정규직에 비해서 낮은 별도 직군으로 전환되는 사례로 나뉘게 되었다.
(물론, 자회사를 설립하고 자회사의 정규직이 된 경우도 있다.)
이런 전환 사례에서 보면, 전환 이후의 신규 입사자 채용부터 채용방식과 절차도 다르고, 승진 체계도 다르며, 보직 부여의 대상여부도 달라지는 등 다른 인사제도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동일 유사한 직무’에 종사하는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직군은 다른데, 각 업무별 내용을 판단했을 때 사실상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 대한 문제였다.
하급심 판례상의 특정 회사의 내용을 보면,
일반 정규직 업무를 별도 직군이 수행하기도 하고, 서로 간에 선후임자 개념으로 인수인계하기도 하였으며,
교대제에 같이 편성되기도 했으며, 일반 정규직과 별도 직군의 업무에 별반 다른 차이가 없었다.
업무분장이 서로 구분되지 않았으며, 동일한 장소에서 혼재되어 근무하고, 서로 대체인력으로 투입되기도 하며, 업무의 내용과 범위, 업무의 양이나 난이도, 기여도에서 별반 다른 차이가 없다고 판단되었다.
한편, 별도 직군은 연봉은 물론 각종 수당 체계에서 제외되거나 차등 금액이 지급되고, 식대 같은 복리후생적 금전도 차이를 보였다.
결국 일은 동일하고 구분 없이 업무에 투입되는데, 보상에서의 차이만 있었다는 결론이다.
이에 법원은 동종유사 노동을 제공받았음에도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부당이득을 챙겼으며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판단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하급심 판례로 인해서 상당수 회사들은 정규직 중에서 일반적인 사무기획업무를 수행하는 사무직과 운영이나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별도 직군으로 운영하던 체계는 유지하되,
각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되게 하는 이른바 ‘혼재 금지’ 원칙하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에 정규직 공무원과 무기계약직 사례에서 위의 균등처우 위반 여부가 대법원에서 다루어지게 되었다.
특히, 전원합의체 판결이라서 관심이 많이 쏠렸다. (대법원 2023.9.21. 선고 2016이다 255941)
내용은 국도관리원에서 운전직/과적단속직 공무원과 도로유지 보수 업무 및 과적차량 단속 업무를 하는 무기계약직 직원들 간의 차별 문제였다.
여기에서도 쟁점은 이러한 직군 구분이 '사회적 신분인가?'이었다.
위에서 예시를 들은 하급심 판례와 마찬가지로 이 판결도 1심과 2심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동일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차별적 처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아 균등처우위반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대법원 전원 합의체의 판단 결과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판단 논리는
1) 공무원은 일반 근로자 대비 책임과 윤리성을 높게 요구받는다는 점
2) 공무원의 근로조건은 법령에 따른 사항이고 노동 3권 행사가 제한되는 등 특수성이 인정되는 점
3) 공무원의 보수는 근로의 대가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공무원 제도 유지를 위한 목적도 있다는 점
4) 공무원은 업무 변경 가능성도 크고 보수는 업무의 종류가 아니라 공무원의 종류, 직급, 호봉 등에 따라서 결정되는 점
등을 고려 시 무기계약직의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의 사회적 신분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물론 한계가 있는 판결이다. 공무원과 무기계약직을 비교하였을 뿐, 민간 기업 영역에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의 차별을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이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기존의 하급심들에 의해서
1) 직군의 차이는 사회적 신분이라는 판단하에서 바라보고,
2) 다른 직군 간에 동일 업무에 혼재해서 근무하게 하지 말아야 하고,
3) 만약 혼재하거나 동일업무에 종사하게 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단순하게 법 회피가 아니라, 외관상으로는 동일해 보이나 실제 업무 내용은 다르다는 내용)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다.
한 회사 내에서 여러 개의 직군을 운영하는 것은 최초에 설정된 '분명한 구분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이 분명한 목적과 구분이 비용절감이나 무원칙적인 임시 활용으로 변질되거나 잘못 운영되지 않게 원칙을 지키고 수시로 확인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직군의 목적이 더 이상 없게 되는 경우에는 1개의 직군으로 하되, 직급의 차이를 두고 재편성하여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회사 내에서 직군 간의 차이와 차별로 더 이상 갈등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