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지원 May 06. 2024

근무하려 이동하는 시간도 근로시간인가요?

근로시간 11_이동시간

출근시간은 근로시간인가요?


업무를 하다 보면 실제 업무하는 시간은 아니지만, 업무수행을 위해서 수반되는 행위를 하는 시간이 있다.

기존의 글에서도 근로시간 주변의 시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다. (근로시간 6_대기시간도 근로시간?)

근로시간 주변의 유사한 시간들이 있으며, 이에 대한 판단이 확대되고 있다. 

대기시간도 회사의 지휘명령 및 사용범위 하에 근로제공 상태에 놓이게 하므로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교육시간도 회사의 공식적인 수강 의무가 있는 교육은 교육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근로시간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게 내릴 수 있다.

근로시간은 (제일 간단하게 표현하면) 회사(사용자)의 지휘명령하에서 지시받은 (또는 권한을 수여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이다.


이동시간에 대해서 살펴보기 전에 몇 가지 다른 예를 들어 보자.

(다음의 두가지 사례는 명확한 결론이 있는 사항은 아니다. 단지, 생각해 볼 문제인 듯 하다.)




개인적인 학습시간


업무가 종료되고 1) 회사 및 리더의 지시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2) 사무실에서, 3) 개인적인 학습을 하다가, 4) 퇴근했다.

그런데, 1)은 없었지만, 3)의 행위가 업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면 어떻게 할까?

예를 들면, 다음 날 업무상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본인이 담당자라서 특정 기술 이론을 확실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회의 자체가 진행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본인은 아직 이 기술이론에 대한 학습을 끝내지 못했다. 

리더는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생각하여 특별히 초과근로를 지시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혼자 남아서 새벽 1시까지 학습을 하다가 퇴근하였다.

이런 경우 이 시간이 근로시간일까?

업무상 필요성은 어느 정도 있어 보이나, 회사의 지시도 없었고, 본인이 스스로 내일의 근로를 위해서 필수적이라고 생각한 행위를 한 것이다.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에는 애매하다.




개인역량 부족에 따른 초과근로


다른 예를 들어보자.

통상적으로 4시간 정도면 수행할 수 있을 업무이다. (팀원 7명 중 6명은 대부분 이 정도 시간이면 수행해서 보고한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다른 팀원들과 동일유사 연차인 특정인 1명이 오전 9시에 지시한 업무를 도저히 못 끝내고 오후 5시경 리더에게 초과근로를 해도 되냐고 한다. 

리더는 마지못해서 초과근로를 허용했다. 

그런데, 매번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이 담당자는 다른 팀원보다 15% 더 많은 보상을 초과근로수당으로 지급받게 되었다.

통상적인 역량 부족에 따른 업무시간의 증가를 초과근로까지 하면서 수행하게 되어도 회사는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고, 심지어 주 12시간 연장근로시간 위반 여부까지도 신경 써야 한다.

이런 경우에도 이 업무시간은 근로시간이다. (왜냐하면 리더가 허용했다.)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한 리더의 탓을 할 것인가? 

역량개발에 소홀했던 이 담당자에게 탓을 할 것인가? 

아니면, 근로시간의 정의를 제대로 해 놓지 않은 입법자들을 탓할 것인가?

아니다. 이 또한 근로시간 개념에는 맞으니 모든 상황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실제에서는 이런 경우, 위의 예에서 언급했던 ‘개인학습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상황도 이런 상황에 포함될 수 있다.)

근로시간으로는 인정되나, 회사나 리더 입장에서 생각하면 애매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개인이 1) 수행의 필요성, 2) 수행방법, 3) 수행시간 모두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인데,

이런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면 근로시간의 정의와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이동시간


그럼, 이제 이동시간에 대한 예를 살펴보자.


출장을 가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꼭 거창한 해외출장 등 이외에도 이동이 수반되는 외근도 포함하자.)

출장 근무를 위해서 이동을 해야 한다. 

내일 아침 9시에 출장지에서의 업무시작이다.

그런 오늘 업무가 많아서 일과시간 중에 이동은 못 했다.

1) 퇴근 이후에 미리 출장지에 가서 숙박하거나, 

아니면, 2) 내일 새벽 등 이른 아침에 이동해야 한다.

방식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그럼, 출장 근무를 위해서 이동하는 것은 동일한데,

1)을 선택하면 이동시간이 연장근로이고, 

2)를 선택하면 일반적인 출근의 일환이니 연장근로는 아니다?

같은 시간인데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연장근로여부가 나뉘는 것은 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들에 대한 분쟁이 간혹 생기곤 한다.


아직까지 2)의 상황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다.

(출근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출근시간을 유급으로 인정해 달라는 주장은 없다. 물론, 출장지까지 이동시간이 2시간인데, 평소 출근소요시간은 1시간인 경우, 이 1시간의 차이를 주장할 여지는 있지만 아직은 이 유형의 공식 분쟁은 없는 것으로 안다.)


1)의 상황을 근로시간으로 주장하는 경우는 개인시간을 침해당하는 영역에 비중을 두어서 주장할 것이고,

1)과 2)의 상황 모두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근무준비시간 (출근 및 작업준비의 일환)으로 해석하여 근로시간은 아니다고 설명할 것이다.




현재까지의 판례나 행정해석의 견해는 이동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려면,

▶ 그 시간이 사용자의 지휘명령 하에 있는 시간

 사용자의 처분 아래 있는 시간

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서 근로시간 여부를 판단한다.


이동 방법 및 시간 등에 대한 구속을 받는지

▷ 이동 자체가 귀중품 운반이나 물품 감시 등 특수업무 수행이 동반되어 자유로이 시간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

▷ 이동 중에 사용자의 지휘명령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그것을 이행해야 할 의무

가 있는지를 판단하고, 이렇게 해야 하면 근로시간이다라고 판단다.


전체적인 출장 업무에 차질이 없는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

◇ 단순한 이동에 불과

◇ 사용자도 이동시간 중 특별한 지시가 없음

이런 상황들이라면 근로시간이 아니다 판단한다.


결국, 근로를 위해서 이동했다고 하여, 이동시간도 근로시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업무 지휘명령 및 처분을 대기하고 이동 자체가 업무와 동일한 상황인 경우에 이동시간은 근로시간이다.

즉, 1) 이동시간 중명확하게 업무지시가 벌어진 경우, 

또는 2) 이동시 출발부터 도달까지의 시간 및 이동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사용자가 결정한 경우, 

그래서 3) 근로자에게 재량이 없는 경우에는 

이동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것이다.


단순한 이동에 불과하고 이동시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어 있고 사용자도 특별히 이동시간에 대해서 간섭이 없는 경우에는 

이동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다.




사회통념상 이런 상황에 대한 판단도 계속 변경될 수 있다고는 생각된다.

근로시간으로 확대 인정될 소지가 있는 상황들의 정도를 순서대로 표기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근로시간으로 인정됨] 근로시간 > 대기시간 > 교육시간 > 호출대기시간 > 이동시간 > 출퇴근시간 > 휴게시간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음]


(지휘감독하의 처분에 맡기고 실제 근로하는) 근로시간 > 

(작업을 위해 사용자의 처분에 맡기고 개인의 자유가 없는) 대기시간 > 

(의무교육도 있겠지만, 업무역량개발을 위해서 본인 스스로 학습하는) 교육시간 >

(만약의 작업 가능성을 위해 대기는 하지만 일정 수준의 개인의 자유가 있는) 호출대기시간 > 

(업무수행을 위해서 특정장소로 이동하지만 단순이동이고 그 시간 중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이동시간 > 

(업무수행을 위해서 근무지로 이동하거나, 업무 종료 후 귀가하지만 단순이동에 불과한) 출퇴근시간 > 

(업무 중 자유롭게 사용이 보장된) 휴게시간


근로시간으로 인정여부가 회사 내 큰 갈등의 고리라면 이런 분쟁은 최소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이동시간'에 대한 분쟁이 빈번한 회사는 간주근로시간제도 도입을 검토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근로시간의 일부 및 전부를 사업장 밖에서 수행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근로기준법 58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요건 없음.)

외근이 필수인 업무라면 예를 들어, 21시~22시에 외근이 있는 날은 근로자 재량으로 14시에 출근했다가 22시까지 업무 후 퇴근이 가능하게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오후 6시 이후대의 외근이 매일 있는 수준이 아니고, 주 1회 정도 수준이라면 위와 같이 직원에게 재량을 부여하고 업무는 제대로 수행하게 하는 방안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매일 아침 9시에는 사무실에서 모두 같이 근무를 시작해야 한다면 이런 제도를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드백은 잘 받고 계신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