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에게 화가 나는 사회복지사
지수(가명)가 낳은 아이가 7개월이 되었다. 아기는 태어날 때의 무호흡으로 뇌에 문제가 없는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해 생후 3개월간은 매달 뇌초음파를 찍었다. 그 후에 6개월 차 검사 때, 뇌수가 많이 차서 뇌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발견되었다. 애란원에서 나오자마자 정신없이 아이 돌봄과 어린이집, 시청 등과 연락하고 알아보던 와중 아기 뇌에 관을 삽입해서 물을 몸으로 빼주는 수술을 하게 되었다.
아기는 입원을 하고 보호자로 지수가 병원 생활을 하게 되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지수 모자를 안타까워하며 병원 사회사업실로 연결해 주었다. 병원 사회사업실은 병원비에 어려움이나 경제적, 환경적 문제가 있는 환자를 돕는 사회복지사들이 일하는 팀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친구들 중 의료 사회복지사들이 많아 매우 친숙한 곳이기도 하고, 내가 대학원 실습을 한 곳도 병원 사회사업실이다.
지수에게 사회사업실에 찾아가 보라고 해도 반응이 없고, 아기 간병만도 힘들 것 같아 일단 사회사업실에 내가 전화를 했다. 내가 누군지 밝히는 일부터 수월치가 않다.
"저는 같은 교회를 다니는 지인이고요... 직접 소통이 쉽지 않을 거라 제가 중간에서 좀 도와드리려고 합니다"
병원 사회사업실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아주 명확하다. 의료비 지원. 병원 안에서 발생되는 일 중심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 다른 문제는 얘기해 봐야 소용도 없다. 그런데 자꾸 누가 애를 보냐, 생계비는 어떻게 하냐, 어린이집은 다니냐, 입양 고려는 안 하냐, 시설입소는 안 하냐 질문이 길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제출해야 할 서류를 읊기 시작한다. 수급자 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설명도 뭐도 없다.
"서류를 왜 제출하는 거죠? 서류를 제출하면 수술비가 지원이 되는 건가요? 얼마가 되는 건가요?"
무조건 서류부터 내라는 태도에 화가 난다. 질문은 버라이어티 하고 설명은 없다. 나의 질문에 정신이 들었는지, 한국심장재단에서 수술비 지원이 있는데 그거를 신청해보려고 한단다. 아, 지원을 받을 건데 이러면 안 되지. 나도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공손 모드로 전환해 본다.
다음날이 되니, 한국심장재단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다시 내가 누군지부터 설명이 시작된다....ㅠㅜ 그래도 하루 만에 수술비 100% 지원이 확정됐다. 하루 만에 이게 결정되다니 초고속인걸!!!!! 갑자기 불편했던 마음이 눈 녹듯 녹으며 고마운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지원이 확정되며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또 있단다. 이건 한국심장재단으로 팩스를 보내라고 한다. 수술한 아기를 혼자 보고 있는 지수에게 자꾸 시키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불편하다. 서류를 빨리 팩스로 넣어야 퇴원 전에 수술비가 지원된다는데 마음이 급하다.
그래도 우리 지수는 서류 떼는 데는 이골이 났는지 수술비 받겠다는 간절한 마음 때문인지 반나절이면 서류를 떼놓는다. 사회사업실에 전화해서 "애 엄마가 서류를 준비했는데 심장재단 쪽으로 팩스를 좀 넣어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으니 사회복지사 답이 돌아온다.
"저희가 팩스가 안돼서요. 원무과에 부탁하세요"
???!!!
나는 연결만 하지 절차는 이제 니가(내가) 알아서 하라는 건가? 설마 사회사업실에 팩스가 없은들, 지금 애 혼자 보는 장애 청년 엄마가 팩스 찾아 돌아다니는 게 옳은가?
"아 서류되셨어요? 제가 전달할게요."라는 답이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올 줄 알았던 나는, 설마 사회복지를 한다는 사람에게 이런 영혼 없고 드라이한 답을 듣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저런 답을 얼마나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에 담아서 전달하던지... 황당함이 물러나자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으나 수혜자인 나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그 짧은 시간 안에 100% 병원비 지원이 되어 비용을 하나도 내지 않고 퇴원하게 되었다는 사실! 하지만 지수와 아기가 병원에 있는 동안 병실은 온통 비상이었다고 하니, 지수가 아기를 돌보는 것을 가까이서 본 간호사들이 퇴원하여 둘이서만 사는 건 안된다며 퇴원까지 미뤄준 것이다. 과연 지수는 아픈 아기를 혼자 돌볼 수 있을 것인지 우리도 그것이 의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