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년과 아기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있는 걸까

by 유원선

아기가 일주일가량 입원해 있었는데, 그때 병원의 의료진들이 장애를 가진 지수(가명)가 혼자 아기를 돌보는 것을 아주 눈여겨보았던 것 같다. 연고자가 없다고 하니 가끔 병문안을 가서 도와주는 우리 교회 교인들을 붙잡고 얘기하거나 전화해서 걱정을 했다.

담당 간호사실에서는 “저 청년이 혼자 아기를 본다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판단하신 것 같다. 퇴원하는 날 시설이 아닌 그냥 집으로 간다니까 깜짝 놀라며 그렇다면 아기 상처가 더 아물고 퇴원을 해야 한다며 퇴원이 연기되었다. 입원기간 동안 간호사들이 얘기하는 지수의 문제는 이런 거였다.

지수는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잠을 자고 길게 잠을 잔다. 자느라고 시간 맞춰 아기 분유나 이유식을 주지 않는다.

이유식이 상했는데도 모르고 주거나 뜨겁게 주거나 차갑게 준다.

기저귀를 제때 갈아주지 않아서 아기 엉덩이가 다 짓물렀다.

=> 둘만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우리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처음 걱정했던 것보다는 지수는 막상 아기가 태어나니 아기를 너무너무 이뻐하고 (생각보다는) 잘 케어했지만, 당연히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간호사실에서 얘기한 저런 내용들이다.

하지만 어떤 대안이 있으랴?

1. 미혼모 시설에 간다.

2. 아기를 입양을 보낸다.

3. 아기를 돌봐줄 위탁 가정을 찾는다.

4. 주변에 도와줄 사람 여러 명을 연결해 놓는다.

1번은 지수 당사자가 원하지 않아 이미 들어갔다 나온 곳이고, 2번은(원래 나의 목표였으나) 엄마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아기를 받아줄 입양가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아기가 치료 중이고 장애가 의심되기에 어려운 상태. 3번은 아직 안 알아본 상태. 4번은 현재 노력 중.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1번 아니면 2번을 생각했다. 장애 청년인 지수가 아기를 방임하거나 거부하거나 위험에 처하게 한다면 아동 학대로 신고하여 강제적으로 입양을 보내거나 분리하여 아기만 아동복지시설에 보내는 방법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지수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도록 아이를 예뻐하고 아이도 엄마만 보면 방긋방긋 울던 울음을 그친다.


알던 사실이었지만 병원에서 “지금 생각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의 시선을 받게 되자 마음이 심란했다. 알아보지 않았던 3번을 알아봐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시청 무한돌봄 복지사와 “가정위탁”을 의논하게 되었다.

“가정 위탁”이란, 우리나라에서는 입양을 보내기 전 잠시 아이를 키워주는 가정으로 알려져 있지만 보통은 보호자가 아동을 더 이상 돌볼 수 없게 되었을 때 한시적으로 아이들을 돌봐주는 가정을 말하고 원가정이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파서 입원을 하거나 교도소에 수감되거나 아동학대를 해서 아동과 분리되거나 하는 경우, 보통 위탁가정을 우선적으로 찾아보는데 우리나라 위탁가정의 90%는 조부모이거나 친인척이다. 워낙 위탁 가정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이런 경우가 발생할 때 친인척 위탁이 어려우면 대부분 그냥 시설로 보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병원에서 장애 청년이 아이를 제대로 못 본다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냐고 하시는데… 아기가 수술 후라 섬세한 케어가 많이 필요하다는데 걱정이네요. 그래서 가정위탁을 한번 알아보면 어떨까 하는데요.”

“가정위탁이요?????”

“만약 아이가 더 아프거나 엄마가 아프거나 할 때 둘이서는 해결이 안 될 거 같아요.”라는 나의 말에 복지사가 갑자기 발끈한 목소리로

“아니, 아이가 아프면 병원을 가야지, 왜 위탁 가정엘 가요?”

“......”

이게 왜 화낼 일이지? 잠시 생각한다.

이 복지사는 내 말을 전혀 못 알아들었다. -> 가정위탁이 뭔지 모르나? -> 내가 자기가 모르는 걸 제안해서 화가 났나?

여기서 뭘 더 설명하거나 의논하는 건 어렵겠다.라고 생각하며 빠르게 통화를 마무리했다.

화가 치밀어 올라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아니 왜 시청 무한돌봄 사회복지사가 가정위탁도 모르나. 모른다고 왜 화를 내나. 아무리 가정위탁이 활성화가 안되어 있다고 해도 그렇지, 알면서 연결을 못하는 것과 아예 모르는 건 너무 다른 거 아닌가.

내가 그냥 직접 알아봐야겠다. 고 생각을 접었는데, 다음날 아침 일찍 시청 복지사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가 어제 내 얘기를 곰곰이 생각해 봤단다. 자기가 가정 위탁을 좀 알아보니 왜 필요하다고 했는지 알겠는데, 위탁 가정이 워낙 없어서 연결이 어려울 거 같지만 그래도 자기가 한번 알아보겠단다. 나만 동네 산책을 한건 아닌 것 같다. 본인도 화를 내놓고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알아본 결과가 어떠했냐고?

직접 얘기해 보는 게 좋겠다면서 나에게 시청 가정위탁 담당자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하하하. 내가 설마 연락처 못 찾아 의논했을까 보냐.


이후로도 우리는 위탁가정을 수시로 고민하게 되었고, 나는 결국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일하는 후배에게 지수네 얘기를 하고 상담을 받았다. 지수네 케이스는 특별한 경우라 전문위탁가정과 연결해야 하는데 연결이 어렵지만 운 좋게 될 수도 있으니 필요하다 싶으면 일단 신청을 하라고 했다. 위탁가정이라고 단기적으로만 떨어져 지내는 것은 아니고 최소 6개월 이상은 분리되어야 하며 보통 그 기간이 장기적인 경우가 많다. 더욱이 아기가 위탁가정에 적응하는 과정에는 친엄마와의 잦은 왕래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였다. 임시적으로 잠시 떨어져 지내자는 식으로 가볍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뾰족한 대안이 없이 아기는 연장된 입원 기간을 마치고 지수와 함께 퇴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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