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도 감동한 사회복지사
시청 무한돌봄 복지사는 지수(가명)와 아기를 시청의 “드림스타트”팀으로 연계했다. 주민센터, 시청 무한돌봄, 지역장애인복지관, 병원사회사업실 등 수많은 복지사들을 응대해야 했던 나는 피곤했고 지역사회 공공시스템에서 누군가 이 가정을 책임져주겠지 하는 기대는 점차 사라져 갔다. 그런 상태로 나는 또 한 명의 사회복지사인 드림스타트 복지사를 만났다. 드림스타트는 아동이 있는 가정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정부사업이며, 특별히 “아동”에 대한 지원을 특화하고 있다.
그런데 드림스타트 복지사는 이전의 주민센터, 시청 무한돌봄과는 사뭇 달랐다.
주민센터, 시청을 처음 만날 때 나는 휴가를 내고 그 자리에 동석했다. 그만큼 그들에게 지역사회 복지와 돌봄을 책임져 줄 주체로서의 기대가 있었달까. 하지만 그런 기대는 번번이 좌절되었고, 나와 우리 교회의 어깨만 점점 무거워질 뿐이었다. 다시 또 드림스타트 복지사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이번에 나는 전화로만 응대했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이 복지사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나는 이 얼굴도 보지 못한 복지사와 거의 하루에 2-3통의 전화를 했고, 누구보다도 지수네 가정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드림스타트가 연결될 즈음, 우리는 동네 구립 어린이집에 지수 아기를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아이돌봄센터에 수없이 전화하고 읍소하여(연결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빨리 해달라, 찾아달라, 급하다 등등) 어린이집 하원 이후 4시-7시 돌봄 교사를 파견받았다. 시청에서 알아봐 주기로 한 장애활동보조인도 연결되어 오전시간대(9시-12시)에 방문을 오시게 되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수와 아기의 함께 돌봐줄 분들이 연결이 된 것이다.
드림스타트 복지사는 가정방문을 하고 모든 상황을 듣고 나더니, 그러면 일단 지수의 건강검진을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지수는 식사를 잘 챙겨 먹지 않고 아토피가 심했으며 빈혈이 있었다. 그 외에도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있었고, 피임도 과제였다. 건강검진 비용은 시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지수를 잘 설득하여 건강검진 날짜를 잡았고 복지사가 병원을 예약해 줬다. 나의 감동포인트는 그다음에 있었다. 나는 당연히 내가(혹은 우리 교회 지인들이) 그 병원을 동행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림스타트 복지사는 본인이 당연히 동행을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엄연히 따지자면 드림스타트 복지사는 아기를 담당하는 것이지 엄마(지수)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기에 지수의 건강검진을 그가 꼭 동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지원한다는 것은 칼로 자르듯 구분되기 어려운 것인데,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복지사들을 만나며 처음으로 그렇게 "자르지" 않은 지원을 경험한 것이다.
그 이후로 한 달 동안 이 복지사는 매일 8시 반에 지수네 집을 방문했다. 9시경에 전화가 없으면 그날은 무사한 날. 9시경 이 복지사에게 전화가 오면 지수네 무슨 일이 있는 날이었다.
한 번은 내가 “복지사님은 왜 이렇게 일찍 출근하세요?”라고 물으니,
“제가 담당한 가정이 많아서 지수네를 근무시간 중에는 잘 못 챙기게 될 거 같아서요. 30분 일찍 나와서 출근길에 들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특별히 지수네를 위해 아침 시간을 더 내고 있는 거였다. 감동이었다.
단순히 이 일을 업무라고만 생각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사례관리라는 것은 그 빈도와 깊이를 어느 정도 복지사 스스로 정하기 나름이다. 이렇게 매일 올 수도 있지만 사실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만 하면서 “통화 안됨. 연결 안 됨”으로 끝낼 수도 있는 것이다.
아침에 장애활동보조 샘이 연결되면서 매일의 방문은 주 2-3회로 변경되었고, 어느 순간은 내가 복지사에게 먼저 얘기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 테니 아침에 더 일찍 안 나오셔도 된다고. 그랬더니 이 복지사님 하는 말
“아, 그렇잖아도 새로운 가정을 하나 맡게 됐는데 거기가 학대 위험이 너무 높아서 제가 좀 그 집을 집중적으로 방문해야 할거 같아요. 그럼 여기는 이제 방문 좀 줄일게요.” 하신다. 여기가 끝났다고 끝나는 것이 아닌 것.
드림스타트가 다른 복지사업에 비해서 월등히 훌륭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복지란, 지역사회 돌봄이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며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
이름도 제대로 듣지 못해 “드림스타트 복지사”라고 저장해 놓은 그 복지사분이 그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그 지역사회를 계속 지켜주기를, 소진되지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