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지역사회 사회복지사들과의 협업

by 유원선

지수(가명)는 그렇게 미혼모 시설을 떠나 지역사회로 돌아왔다.

지수는 모든 사회복지서비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연고자(가족, 친척 등)가 전혀 없고 장애가 있고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자는 당연하고, 장애수당, 출산, 육아, 아동 수당 등을 받아서 크게 돈 걱정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한다는 것이 (어마어마한) 문제였다. 아이와 함께 지역사회 온 다음부터 나를 포함한 교회 사람들, 주위 모든 사람의 마음이 불안했다. 하루 하루 아이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수는 전화도 잘 받지 않고 집에 찾아와도 문을 잘 열어주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를 연결해주려고 하는 곳과도 잘 연결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주민센터에 내가 대신 전화를 했다. 주민센터 담당자는 그렇잖아도 청년과 연락이 너무 안되서 답답하던 참이라며 가정방문을 하겠다고 하길래 나도 그날 같이 가겠다고 했다. 지수네 집에 미리 가서 밥도 먹고 집 정리도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얘기하며 주민센터 담당자를 기다렸다. 주민센터에서는 3명의 공무원이 방문을 했다.

"사회복지 담당자가 세분이나 되세요?"라고 묻는 나의 질문에 (보통 주민센터 복지담당자는 많아야 2명이다)

"아뇨. 저희가 다 사회복지 담당은 아니고 궁금해서 같이 왔어요."

뭐가 궁금한건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주민센터에서 주의깊게 보고 있는 건 확실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걱정이 태산 같은 얼굴을 하고 온(아마 나의 얼굴도 같은 표정이리라) 주민센터 공무원 분들은 각종 신청할 수 있는 수당을 늘어놓았다. 기특하게도 청년은 그건 이미 모두 다 신청하여 받고 있었다. 아이를 어떻게 혼자 돌보냐, 어린이집과 아이돌봄, 장애인활동보조 등을 신청하셔라, 아니면 미혼모 시설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설명을 늘어놓았다.

시설을 들어간다는 건 안중에도 없는지라 하나마나한 얘기였고, 어린이집과 아이돌봄, 장애인활동보조 등이 아직 신청도 안되어 있는 상태였다. 주민센터에서 더 해줄 수 있는 건 없어보였다. 가지고 온 쌀은 이미 많으니 도로 가져가시라고 해서 가지고 돌아갔다.


며칠 후 시청 "무한돌봄" 담당자라면서 나에게 전화가 왔다.

주민센터에서 연결을 받았다고 하면서 지수네 가정방문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오호? 무한돌봄*이라고? 갑자기 기대감이 몰려왔다. 무한돌봄은 단순한 자원 연결이 아닌 "통합적인 사례관리**"를 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시 휴가를 내고 방문일에 맞춰 나도 함께 동석을 했다. 주민센터 때와 같은 걱정과 얘기가 오갔다. 지수와의 미팅을 마친 후 담당자에게 밖에서 차를 한잔 마시자고 제안을 했다. 커피를 사드리며 지수가 지역사회에 여러 자원이 연결되어야 하는데, 모두 각기 흩어져있고 아무도 전체를 총괄하는 사람이 없으니 무한돌봄에서 전체적인 연결을 좀 해주시면 안되냐. 사회복지에서 흔히 말하는 "사례관리자***"역할을 부탁을 했다. 내가 뭘 부탁하는지 너무 잘 아는 상대방은 잠시 당황한 얼굴을 하더니,

"저희가 한 사례를 오랫동안 담당하진 못합니다. 저희가 맡고 있는 사례도 많구요... 제가 드림스타트로 연결해드리겠습니다."

급, 발을 뺀다.

무한돌봄이라더니, 참으로 이름이 무색하다.

"드림스타트"란 지역사회 아이들을 위한 사회복지 지원시스템이다. "주민센터"는 "시청 무한돌봄"에게, 무한돌봄은 "드림스타트"에게 공을 던지는 모양새다.


내가 너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는지, 공공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주변 지인들과 교회분들이 따뜻하게 챙기는거만 하겠냐는 말도 안되는 말을 늘어놓는다. 이미 교회분들이 큰 역할을 해주고 계시니 자기가 뭘 도와드리면 좋을지 얘기를 해달란다. 이건 내가 던진 공을 다시 나에게 던지는 꼴이다. 이왕 교회에서 발벗고 나섰으니 니네가 책임지라는건가?

그저 교회 교인 중 한명인 내가 사례관리자가 되고 자기가 돕겠다는 심산이다. 그거라도 어디냐는 심정으로,

"그럼 저희가 어린이집과 아이 돌봄은 신청하고 연결할테니, 시청에서 장애인 활동 보조와 후견인과 소통 좀 해주세요." 로 역할을 분담한다. 2주 후에 서로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로 하고(나름 회의 날짜다), 내가 "사례회의****"를 좀 열어줄 수 있냐고 물으니 아, 그런건 좀 논의해봐야한다. 고 또다시 발을 뺀다. 빌어먹을.

이렇게 시청 무한돌봄 담당복지사와 그저 지인이지만 20년차 사회복지사인 나의 협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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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 무한돌봄 사업 : 여러 복지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에 빠져 생활고로 죽는 사건들이 연이어 나타나자 좀 더 촘촘한 복지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사업이다.

** 통합적 사례관리 : 각기 흩어져있는 자원과 지원들을 이용자의 필요와 욕구에 맞춰서 전체적으로 잘 연결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총괄 담당하는 것이 ***"사례관리자"이다.

**** 사례회의 : 서비스가 필요한 이용자를 중심으로 관련자들이 다 모이는 회의를 말한다. 이 경우라면, 후견인, 교회, 장애지원기관, 어린이집, 아이돌봄, 주민센터 등이 주변 전문가(지원자)들이 모두 모여 논의하는 회의가 되겠다. 보통 사례관리자가 회의를 주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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