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장애청년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오아시스 같은 희망의 손길들

by 유원선


장애청년 지수(가명)가 지역사회로 아이와 함께 나온 후 지수를 돕는 우리 팀은 온탕과 냉탕을, 천국과 지옥을(주로 지옥을) 수시로 맛봤다. 대부분의 시간이 절망이었지만 그 사이에 오아시스 같은 희망들을 만났다.


#첫 번째 희망의 큰 줄기_어린이집

지역사회에 나온 후 6개월 된 아기를 돌봐줄 사람, 기관을 연결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했다. 아기를 어린이집을 보내는 게 최우선 과제였는데, 엄마가 장애 엄마라고, 심지어 아기도 건강하지 않아 안 받아주면 어떡하지가 제일 걱정이었다. 동네 여러 어린이집에 전화를 하고 상담을 갈 때 우리 팀의 현미가 동행했다. 지수는 연고자가 아무도 없어 아기 긴급 연락망으로 지수 외에 현미와 내 연락처를 넣기로 했다. 세 군데 정도 방문을 했을까 마지막에 간 어린이집은 시립 어린이집이었고 지수네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최적의 위치에 있었다. 원장님은 아기와 엄마를 보자마자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상황을 파악하셨다고 한다. 아기에게 최대한 다른 사람의 자극과 케어가 필요하다는 것, 아기가 안전한지 누군가 매일 확인해야 한다는 것, 엄마도 케어가 많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 모든 것을 종합하여 볼 때 어린이집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하시고 두말 않고 받아주셨다. 엄청난 총대를 같이 매어주는 사람이 생겼다니!! 천군만마를 만난 것 같았다.

처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 지수는 오전에 일어나지 못했다. 워낙 밤에 늦게까지 안 자고 아침에 못 일어나는 생활을 오래 한지라 9시 등원 시간을 지키는 것을 힘들어했다. 등원 시간이 10시, 11시, 12시로 들쑥날쑥 인 적이 허다했고, 기저귀나 분유, 이유식 등을 안 챙겨가 두세 번 걸음 하기 일쑤였다. 어린이집 담임 샘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린이집 원장님은 이렇게는 지속하기 어렵다, 제시간에 제대로 맞춰 보내야 한다고 얘기하시면서도 안쓰러움과 걱정, 사랑이 먼저였다. 아기가(지수) 아기를 키우려니 얼마나 힘드냐,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 게 맞다고 인정과 응원도 잊지 않으셨다. 아기가 등원하지 않으면 직접 집에 들러서 지수를 깨워서 아기를 등원시키게 하셨다.


#두 번째 희망의 줄기_아이돌봄 선생님

9시에서 4시까지, 주중의 시간은 이렇게 어린이집이 아기의 육아를 맡아주셨다.

공공 육아 시스템 만쉐!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온 4시 이후의 시간에 아이돌봄 샘을 신청했다.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에 신청을 하면 정부지원금으로 아이돌봄 선생님을 파견받을 수 있다. 일찍부터 신청했지만 한 달이 넘어가도록 연결이 되지 않았다. 센터에 전화해서 급하다며 사정을 얘기해 본다. 시청 복지사도 센터에 전화하여 급한 사정을 설명하고 독촉을 해주었다. 하지만 하겠다고 나서는 선생님이 없으니 담당자도 어쩔 수가 없단다. 애가 타는 와중 한 달 반 정도 지났을까 근처 사시는 돌봄샘이 허리가 안 좋아 안 하려고 했는데 사람이 찾아질 때까지만 하시겠다며 연결이 되었다. 이 돌봄샘도 지수네 모자를 보시더니 바로 상황을 파악하셨고, 도망가기보다는 손을 보태고 어떻게든 더 도와주시려는 쪽이었다. 돌봄 샘이 오시고서야 아기의 이유식과 씻기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후 4시~7시의 시간이 또 다른 돌봄으로 채워졌다.


#세 번째 희망의 줄기_활동보조 선생님

마지막은 아침에 지수를 깨워서 아기 어린이집 보내는 것을 도와주고 지수의 청결과 식사를 도와줄 활동보조 선생님의 연결이었다. 지수는 생활습관이 엉망이었다. 씻지 않고, 잘 먹지도 않는다. 대소변 실수가 종종 있어 이불을 계속 빨아야 하고, 아토피도 심하다. 교회의 10명 정도 되는 봉사팀에서 당번을 짜서 격주 1회 정도 방문을 했는데 그 정도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피부과 데려가서 약을 받아오면 먹지 않았다. 밥도 같이 앉아서 먹을 때는 잘 먹고 챙겨놔 주면 혼자서는 먹지 않았다. 도와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일시적 도움이 의미가 있냐는 의견이 나왔다. 누군가의 일상적 도움이 꼭 필요했다.

활동보조샘도 잘 연결되지 않았다. 지역사회 나온 후, 두 달 정도가 지나고 겨우 연결된 샘이 처음 지수를 방문한 날 우리 대표님(교회 목사님)이 출동하실 만큼 이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오전 9시~오후 1시의 지수를 돕는 활동보조샘이 연결되었다. 결국 지역사회에 나온 후 3개월 만에! 연결할 수 있는 모든 지역사회 돌봄 시스템이 연결되었다.


어린이집 원장님, 아이돌봄 샘, 활동보조 샘과 우리는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무슨 일은 없는지 이건 왜 이렇게 된 건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고맙다. 아이돌봄 샘이 이유식을 만들어주고 가끔 가는 날이 아닌대도 지수네 집을 들여다봐 주신다. 그런 돌봄샘이 너무 고맙다, 너무 감사하다고 하면 그분도 나에게 고맙다고 하신다. 이유식을 제대로 가져와 어린이집에서도 아마 돌봄샘이 고마우실 거고 아침에 늦게까지 안 오면 가정방문을 손수 와주는 원장님이 활동보조샘은 고마우실 거고, 아침마다 그 집을 들여다봐주는 활동보조샘이 있어 우리는 간 밤 지수네가 무사한지 여부를 알 수 있었다.

물론 늘 간밤 무사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이전 08화동네언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