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성장 발달

굽이굽이 고개 넘기

by 유원선

#첫 번째 고비_출생

지수(가명)가 뒤늦게 임신을 알게 된 이후 임신 기간 진료와 출산을 종합병원에서 했다. 그건 특별한 이유에서라기 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였다고 했다. 그런데 출산을 한 날 만약 그곳이 종합병원이 아니었다면 아기가 살 수 있었을까? 출산을 앞두고 촘촘한 검사와 진료가 있었지만 수술 예정 일자 전날부터 태동이 없었던 것 같고 출산을 위해 병원에 가서야 이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급하게 수술하여 꺼낸 아기를 종합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밤새 위세척과 응급처치를 했고 그 밤을 넘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살아난 것이다. 종합병원의 시스템과 밤새 아기를 돌본 중환자실의 의사, 간호사 샘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몰랐다.

아기는 그렇게 태어나면서부터 어려움에 직면했고, 인큐베이터 안에서 위태하게 삶을 시작했다. 그런데 신생아실에서 매일매일 아기의 사진을 찍어 보호자에게 보내주는데 사진 속의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처음엔 혈색도 안 좋고 호스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는데 며칠이 지나 호스가 다 빠지고 조금씩 살이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기의 회복이 생각보다 빠르다고 했다. 아기가 살고 싶구나. 살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첫 번째 고비가 넘어갔다.


#두 번째 고비_뇌의 성장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건강할지 여부 장애 여부가 걱정이었다. 장애 여부는 아기가 연령에 맞게 잘 발달하는지 지켜봐야 안다고 했다. 바로 판결 나는 것이 아닌 꾸준한 추적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생후 1년 동안은 종합병원의 소아신경외과, 소아과, 소아재활의학과 여러 과를 오가며 검사를 받았다. 특히 뇌가 잘 성장하는지가 관건이었는데 5개월이 되었을 때 뇌에 물이 찬다고 하여 수술을 받게 되었다. 뇌수는 그대로 놔두면 뇌의 성장을 방해하여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했고 관을 삽입해 뇌수를 장기 쪽으로 빼주는 수술을 했다. 매달 종합병원에서 가기의 뇌를 검사하다 발견된 것이니 장애 발생 위험을 없애면서 그렇게 두 번째 고비를 넘겼다.


#세 번째 고비_걷기

아기가 장애를 가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지수를 포함한 모두에게 있었다. 그런데 아기는 신생아 때부터 사람과 눈도 잘 맞추고 눈만 맞추면 방긋방긋 잘 웃었다. 어찌나 활짝 웃는지 보는 사람들의 근심 걱정을 모두 없애주는 미소였다. 그 미소를 바라보고 있자면 아기의 장애에 대한 걱정은 어느새 날아가버렸다.

아기가 때에 맞춰 고개를 가누고 뒤집고 배밀이를 했다. 그런데 앉는 것부터 발달이 좀 느려지기 시작했다. 혼자 앉는 것이 좀 느려 걱정하면서 기다리다 보면 뒤늦게 앉았다. 보통 돌을 전후하여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는데 걷는 것은 좀 더 느려서 주변 많은 사람들이 아기가 걷는 것을 기다리고 도왔다. 열심히 걷는 연습을 시켰는데 혼자 걷는 것이 18개월이 지나도록 어려웠다. 재활치료도 계속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마침내 21개월! 지수에게서 아기가 혼자 아장아장 걸어가는 영상이 왔다. 모든 사람이 기뻐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걷는 것이 이후 발달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하여 큰 고비라고 생각했는데 세 번째 고비도 넘은 것이다.


#네 번째 고비_언어

이제 다음 발달은 무엇인가? 말하는 것! 두 돌이 되도록 아기의 언어가 옹알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원래 남자아이들은 느려. 우리 아들도 30개월에 말했어. 하면서도 걱정이 많았다. 언어 자극이 너무 적은 것은 아닐까? 재활치료가 언어치료로 바뀌었다. 그래도 지수가 꾸준하고 열심히 그 모든 병원을 데리고 다녔다.

말을 알아듣는 것 보니 말을 못 하지는 않겠다. 생각했지만 부모의 마음이란 건 늘 그렇게 조급하기 마련.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아기의 발달을 도왔다. 우선 어린이집에서 많이 신경을 쓸 터였고, 교회의 집사님이 지인 중 놀이치료 하는 분을 연결해 주어 매주 자원봉사로 1시간씩 지수와 함께 혹은 따로 놀이치료를 해주셨다.(너무 감사하다 ㅠ) 아기의 말이 조금씩 늘어가면서 말할 수 있는 단어들이 조금씩 늘어났고 36개월이 되었을 때는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아기의 인지가 이제 거의 평균을 따라잡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언어 발달의 네 번째 고비도 넘긴 셈이다.


아기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고비를 넘겨야 할지, 셀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듯 인생의 고비를 넘어가는 것은 아기 본인 스스로의 몫 혹은 하나님의 영역이다. 남들보다 조금 더 어렵고 힘들게 그 길을 가고 있지만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더 많은 응원을 받는 길이 되기를 바라고 노력할 뿐이다.

이전 15화지수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