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뒤에는 이 책이 어떻게 읽힐까?

<현대 아프리카의 이해>

by 옆집 군대생

이 글을 쓰기 전, 지인 몇 명에게 물어봤습니다. ‘아프리카’하면 무엇이 먼저 생각나느냐고.



흑인 자연 사막 사자 기아



여러분도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리셨나요? 여태껏 언론과 미디어는 우리에게 아프리카의 이러한 면들만을 보여주었습니다. 아프리카는 덥고, 열악하며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식사 후 밥을 남긴 아이들에게는 “네가 음식을 남기는 동안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친구들은 굶어가고 있어!”라며 꾸중했습니다. 언제부터 이 대륙은 우리에게 가난과 고난의 상징이 되어버린 걸까요? 그것보다 우리가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한 걸까요? 저는 이런 의문들을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프리카라는 대륙에는 매우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함부로 일반화하거나 대표화할 수 없다.’ 이 책의 저자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그렇습니다. 아프리카에는 12.16억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55개국의 나라가 아프리카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경제, 정치, 종교가 숨 쉬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어떤 마을에서는 유니세프의 광고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힘든 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살고 있지만 또 다른 마을에서는 고급 시계를 차고 비싼 차를 몰고 다니는 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의 전망은 어둡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으며 놀랍도록 밝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통계자료에 기반하여 그런 두 면을 모두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한 명의 독자로서 저는 아프리카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지금부터 말해보려고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꼽으라면 ‘아프리카 민족주의’에 관한 부분을 고르고 싶습니다. 아프리카 민족주의는 제1,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말 그대로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함께 살고 있는 우리는 한 민족이며 우리가 뭉쳐서 이 대륙을 키워나가야 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대충 들으면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해 보이지만 사실 이에는 몇 가지 모순점이 있습니다.


근대 아프리카 국가는 아프리카인이 아니라 유럽인에 의해 인위적으로 형성되었고 이 과정에서 유럽인들은 해당 지역 사람들이 섬기고 있는 종교, 언어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자기네들 편한 대로 국가를 규정했다는 얘기죠. 리비아, 이집트, 알제리 등의 국경이 기이할 정도로 직선형을 띠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이 과정이 얼마나 비논리적이었을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지도


그렇다면 타의에 의해 민족성이 만들어진 아프리카라는 대륙에서 민족주의는 어째서 생겨나게 된 것일까요? 바로 아프리카의 독립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한 민족이고 우리의 대륙은 우리가 이끌어나갈 테니 유럽인들은 우리 대륙에서 발을 빼라! 이것이 그들이 민족주의를 외치는 목적이었습니다. 자연스레 그들의 목적인 독립을 이루어내고 난 후부터 민족주의, 국민 통합과 같은 개념은 흐려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게 됩니다. 민족주의가 목적성을 잃음에 따라 각종 단체들은 분열하기 시작했습니다. 독립 과정에서 권력을 얻게 된 이들은 그들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단체들을 짓눌렀습니다. 대표적으로 저지당한 것이 노동조합인데 1983년 튀니지에서는 정부가 밀가루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함에 따라 대중 폭동이 일어났으나 국가의 저지로 인해 노동조합은 이를 지원해줄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당시 아프리카의 권력층 중 다수는 독립을 거치며 잡은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흐름에 크게 충격받았습니다. 한때는 함께 살아보자고 민족주의를 외치던 이들이 돌변하여 그들 개인의 권력과 이득만을 추구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현실적이면서도 참혹하게 느껴졌습니다. 방향을 잘못 잡은 권력층들은 일당 국가제, 신후원주의 등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보다 사사로운 개인의 이득을 위한 정책을 발의했고 이런 정치적 행태는 지금까지도 다수의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들이 많은 와중에도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보여드릴 몇 가지 통계자료를 본다면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이에 동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프리카는 2000년대 내내 매년 5.5% 이상의 GDP 성장률을 보여주며 세계 평균을 앞질러 왔고 모바일 전화 이용자는 인구의 약 60%에 해당할 정도라고 합니다. 또한 24세 이하 인구 비율이 60%에 달할 정도로 역동적인 젊은 인구들이 대륙을 구성하고 있으며 도시에 살고 있는 인구는 40%에 육박하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 자료들만 본다면 그동안 우리 먹고살기도 힘든데 왜 아프리카에 기부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랬거든요. 그런데 과연 이 수치들이 아프리카의 호황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GDP 성장률이 눈에 띄는 것은 맞지만 이의 높은 비율을 1차 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석유, 다이아몬드 등 자원이 풍부한 대륙이고 2000년대 들어서 해당 자원들의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자연스레 돈이 벌리는 상황이었다는 것이죠. 특히, 중국과의 원활한 교류가 이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오일 쇼크로 인해 아프리카 전역이 경제 붕괴를 겪었던 점을 생각하면 1차 산업에만 매진하는 형태는 안정적인 미래 전망을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자원 수출 등 외부에 너무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 풍부한 자원들을 가공할 수 있는 기술, 능력을 갖추어야 안정된 경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높은 청년층 비율과 도시화 성장률이 좋은 의미의 수치라고 생각하는 건 선진국의 시각에 한정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주 소비, 노동층이 생기는 것은 좋지만 현재 아프리카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젊은 층은 성공을 바라며 도시로 몰려들지만 도시에는 이를 만족시켜 줄 일자리가 없습니다. 일자리뿐일까 주거지 또한 부족합니다. 아프리카의 도시화는 다른 대륙과 달리 산업화에 의해 추진된 것이 아니기에 일자리는 부족하고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을 끼치고 있는 것은 도시로 달려가는 청년층이 아닌 해외로 뻗어나가는 디아스포라라는 것이 통계의 결과입니다.


또한 아프리카는 도시 인구뿐 아니라 시골 인구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냥 인구 자체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라는 것이죠.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저하되고 있는 시점에서 아프리카의 이런 특성을 잘 이용하려면 정치, 경제적 시스템이 잘 형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정부들이 이를 잘 해낼지는 의문이 듭니다.



이제까지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저는 아프리카의 미래 전망에 대해 대체적으로는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나라에 대해서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프리카 국가들 중 유일하게 완전한 민주주의를 달성했다고 평가받는 모리셔스, 풍부한 다이아몬드 자원을 통해 경제 기반을 다지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법치가 잘 이뤄지는 나라로 꼽히는 보츠와나 등 희망적인 전망을 보이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1차 산업이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 무조건적으로 불안정한 전망을 가리킨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하는 것도 합리적인 해석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정치, 경제 체제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2013년 아프리카 연합(AU)은 ‘AGENDA 2063’이라는 타이틀을 내걸며 향후 50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의 협력을 통한 성장과 개발을 선언했습니다. 외부의 수출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보완할 뿐 아니라 과거 아프리카 민족주의를 통해 독립을 이루어낸 것과 같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놓은 셈이죠. 2016년 AU의 예산 중 40%만을 회원국이 담당하고 나머지는 기부금으로 충당하는 등 아직까지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과 같이 아프리카 55개국은 자신 국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지 알고 있고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것이 제가 아프리카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에도 이 글의 제목을 ‘50년 뒤에는 이 책이 어떻게 읽힐까’라고 정한 이유입니다.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더 멋진 성장 스토리를 그려냈으면 합니다.



* 커버 이미지 출처 : Pixabay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