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안국제공항 비행기 사고

by rootsoo

일요일 오전부터 카톡으로 사고소식을 들었다. 기체가 폭발하는 영상까지 돌고 있었다. "지금 이 사고가 났다는 거야?", "이게 지금 한국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태원 참사를 뉴스로 접했을 순간에도 그랬다. 길에서 수십 명에게 동시에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이게 현재 한국에서 일어난 사실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때도, 전원 구조라는 뉴스 속보를 보고 안도했다가, 오보였다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았다는 소식을 듣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사고에 대해 밝혀지는 소식들을 뉴스로 듣다 보니 마음도 점점 아파졌다. 무안에서 태국을 다녀온 비행기로, 전남, 광주에 사는 사람들이 태국 여행을 다녀오는 길이 대부분이었다. 세 살 된 아이를 데리고 떠난 가족여행, 부모님을 모시고 떠난 가족여행, 친구 동창들의 여행 모임, 직장 동기들의 여행 모임들.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 친구와 단란하게 휴가를 다녀온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후미 쪽에 있던 단 두 명을 제외하고 순식간에 일가족이 세상을 떠났다.


보도에 따르면 새와 충돌해 기체 엔진화재가 발생했고, 기장이 관제탑에 메이데이를 요청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승객들에게 알리고, 동체 비상착륙을 시도했다고 했다. 바퀴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상착륙까지는 잘 이루어진 것 같았으나, 감속이 되지 않아 공항 외벽에 부딪혀 기체가 통째로 폭발해 버렸다. 비행기는 막대한 기름을 싣고 다니기 때문에, 불이 붙으면 쉽게 폭발해 버린다. 엔진 화재 때문에 기름을 버릴 여유도, 외벽이 없는 방향의 활주로를 선택할 여유도 없었나 보다.


비행기 안의 승객들의 마지막이 상상되었다. 비상상황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떡하지?", "괜찮을 거야", "안전벨트 잘 매고 있어"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았을까. 아이와 함께 비행기를 탄 부모들은 아이를 꼭 끌어안았을까. "괜찮을 거야"라는 침착하기 위해 했던 애써의 위로는 사실이 되지 못하고 대부분 그 순간이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꼭 붙잡던 그들의 손이 마지막까지 서로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기를. 명복을 빈다.


사고 경위와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제대로 밝혀져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그리고 안전을 위한 시스템이나, 담당자의 판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까지 잘 마련되기를 빈다. 이렇게 해 걸러 발생하는 대형 참사 뉴스는 정말 그만 보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과최적화를 피하는 방법 - 표본을 늘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