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의 겨울은 정말 춥습니다. 목덜미를 후려치는 칼바람이 장난 아닙니다. 사람이나 길고양이나 모두 힘든 때라고 할 수 있죠. 특히 며칠 사이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져 물기가 있는 손으로 손잡이라도 잡게 되면 손이 쩍쩍 달라붙습니다. 길고양이들의 겨울나기는 한마디로 전쟁입니다. 안전한 환경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시처럼 고양이를 살펴주는 집사님들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루하루 먹고 자는 게 노숙자랑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린 고양이의 생존율은 낮은 수밖에 없습니다.
어미와 어린 새끼 두 마리
얼마 전에 고양이가 새끼 다섯 마리를 낳은 게 눈에 띄었습니다. 생존 조건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고양이 어미가 약한 새끼는 죽인다고 하는데 그게 과장된 것 같지 않습니다. 다섯 마리가 며칠 뒤에는 네 마리밖에 안 보였습니다. 그러다 다시 세 마리로 줄었고요. 가끔은 어린 고양이가 까마귀나 까치의 공격을 받아 죽는다고도 하던데 어쨌든 세상에 태어나 봄볕을 쬐기도 전에 죽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계산상으로는 시골에 고양이가 많아 기하급수적 엄청나게 늘어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집에 찾아오는 고양이 가족을 위해서 사료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생선, 어묵도 섞어 줍니다. 새끼가 분명 세 마리였는데 오늘 보니 한 마리가 또 보이지 않습니다. 분가를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시골에서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밥을 챙겨주는 것도 눈치가 보일 정도입니다. 고양이 싫어하는 걸 탓할 순 없죠. 그렇다고 해서 고양이의 생명이 하찮을 순 없습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합니다.
고양이는 아홉 번을 환생한다고 하죠. 따뜻한 봄볕을 쬐지 못하고 이번 생을 마감한 수많은 고양이들이 다음번에 환생할 때는 먹고 자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곳에서 태어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