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란하마 Dec 16. 2022

<아바타 : 물의 길> 결국은 가족이다

  


  <아바타 : 물의 길>. 러닝타임 192분. 서사는 간결합니다.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로 이어지는 물의 상징성은 액션으로 감득됩니다. 섬세한 시각적 표현은 감각의 경이를 체험하게 만듭니다. <아바타 : 물의 길>은 미친 영화입니다. 아니 관객의 감각을 미치게 만듭니다.   


  <아바타 : 물의 길>의 스토리는 지구인의 탐욕과 가족애로 요약됩니다.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네이타리(조 샐다나)는 네테얌, 로아크, 투크 등  세 명의 아이를 낳고, 키리와 스파이더를 입양해서 가족을 이루죠. 입양해서 가족을 이루는 형태는 지금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지구인들은 자원을 침탈하기 위해 멧케이나 족을 침공합니다. 쿼리치(스티븐 랭)는 설리와 네이타리에게 복수하기 위해 기꺼이 침탈행위의 전위대 역할을 자임합니다. 그야말로 자원침탈과 복수라는 소용돌이에 휩싸인 가족이 겪는 어려움과 그로 인한 상처를 보듬는 가족애가 스토리에 녹아있습니다. 화려하고 다양한 장면들이 산만하게 흐트러지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집중하게 만드는 게 거기에서 비롯됩니다. 러닝타임이 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은 건 개연성이 있는 스토리와 CG의 테크닉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아바타 : 물의 길>를 보면서 느꼈던 점 몇 가지를 정리해봅니다.

   첫째, 미래영화에서도 스토리의 라이트모티브는 가족애입니다.   "어디로 가든 이 가족이 우리의 요새야." 이 대사속에 주제가 함축돼 있습니다. 가족의 형태와 개념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가족구성원을 묶는 정신적 연대감은 사랑입니다. 학교든 직장이든 집으로 들어와서는 재빠르게 각자 제방으로 들어가 처박히는 바퀴벌레 가족이라도 사랑이 있기에 함께 동행하는 게 가능합니다. 가족인데도 무관심하고, 보호하지 않아도 가책이 들지 않는다는 건 이미 타인의 관계로 떨어졌다는 증거입니다. 서글픈 일이죠. 설리와 네이타리가 아이들을 보살피고, 걱정하고, 야단치는 장면은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일상이기에 스토리에 신뢰가 갑니다.


   둘째, 악당도 물보다 피가 진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레이스 어거스틴(시고니 위버)과 악당 쿼리치의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암시되는 스파이더는 묘한 캐릭터입니다. 메인 빌런인 쿼리치 대령이 겉으로는 스파이더를 타인처럼 여기고, 스파이더도 남보다 못한 시선으로 쿼리치 대령을 바라보지만 결정적인 위기의 장면에서는 혈연의 유전자 자력이 강력하게 두 사람을 묶어놓습니다. 죽음 직전에 놓인 쿼리치 대령을 외면하지 못하고 스파이더가 구해주는 장면을 보면서 <스타 워즈>에서 다스 베이더가 했던 대사 ‘I Am Your Father’가 떠올랐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그런 장면만큼 더 드라마틱한 게 있을까요. 그런데 이 세상의 아버지들은 왜 그런 결정적인 순간이 돼서야 아버지의 정서를 회복하는 걸까요.


   셋째, 나비족 아이인 키리는 매력적이고, 신비한 인물입니다. 자연과 영적인 대화를 나누고, 놀라운 예지력을 보여주죠. 천진난만한 동심을 가진 아이는 대자연이 보낸 정령인 게 틀림없습니다. 불신과 반목으로 대립하고, 이기와 탐욕으로 만연한 인간세계를 구하는 영혼인 셈이죠. 그 영혼은 어른들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잊혀져 모를 뿐이죠. 슬프게도.



   넷째, 영화를 보는 내내 다양하고, 다이내믹한 해양생물을 보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루, 스킹윙, 아쿨라, 툴쿤. 이름도 생소하고, 생김새도 특이하죠. 특히 혹등고래와 유사하게 생긴 툴쿤이 고도의 지능과 감각을 가지고, 인간과 교감하는 장면은 감동이었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은 언제나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들 <The Bear>, <Free Willy>, <아름다운 비행>, <킹콩>이 떠올랐습니다.


   다섯째, 점점 고도로 진화하는 CG를 경험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인물들의 희로애락 표정, 생생한 눈빛과 피부, 햇살을 받은 포말, 수중 동물들의 움직임, 공기방울과 먼지 같은 부유물이 버추얼 한 게 아니라 실제라는 착각까지 들게 합니다. 말미잘의 촉수가 눈앞에서 살랑거릴 때는 마치 내가 심해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섯째,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인간과 자연의 공존, 자원고갈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메시지를 계몽적인 거대 담론으로 내세우기보다 가족애와 복수라는 스토리의 배경으로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극적 효과를 높입니다. 


   일곱째, 스토리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명대사가 있습니다. 전편에서도 나오죠.

  “I See You.”

  김춘수 시인도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죠.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서야 꽃이 된 것처럼 ‘보는 것’은 단순이 눈에 띄었다는 게 아니라 내면세계를 보고, 영혼과 통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관계를 통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의미를 쌓아가겠죠.

  

  여덟째, 수중 퍼포먼스 캡쳐를 위해 연기자들과 제작진이 들인 노력과 시간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로날 역할을 맡은 케이트 윈슬렛이 전문적인 잠수요원들과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 나머지 물속에서 7분 14초나 숨을 참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걸 말해줍니다. 놀라울 뿐입니다.      


  *시각의 경이로운 체험을 하려면 IMAX을 추천합니다. 저는 왕십리 CGV IMAX관 거의 앞좌석 사이드였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목캔디에 대한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