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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Feb 14. 2023

시를 읽는 아침

  시인은 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메신저입니다. 그러므로 시를 읽을 때는 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주파수를 맞추는 게 필요하죠. 호흡을 가다듬고, 들뜬 감정을 가라앉히는 게 필요합니다. 허겁지겁 라면을 먹듯 읽는 건 신의 목소리를 소음처럼 그냥 흘려보내는 겁니다.

  시집을 읽는 건 성찰과 위로에 대한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절실한 소망이기도 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절실한 소망 없이도 살아가는데 별 문제가 없죠. 어쩌다 세상에 홀로 버려졌단 생각이 들거나 자신만 불행하다고 느낄 때, 시를 읽어보세요. 영혼이 따뜻해집니다. 인터넷은 잠언이 아니고, 유튜브는 결코 선지자가 아닙니다.

  늙은 시인이 식탁에 앉아 고독하게 글을 쓰는(키친 테이블 노블) 장면이 떠오릅니다. 시인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힘든 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값을 치르는 중!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 세사르 바예호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그러나, 뜨거운 가슴에 들뜨는 존재.

그저 하는 일이라곤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어두운 포유동물, 빗질할 줄 아는

존재라고

공평하고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 ……  

   

노동의 결과로

서서히 만들어진 것이 인간이며,

상사이며, 부하인 존재.

세월의 도표는 상사의 명패에

빠짐없이 투시되지만,

까마득한 그 옛날부터

백성의 굶주린 방정식에 대해

상사의 눈은 반만 열려 있음을 고려해 볼 때 ……     


인간이 때로 생각에 잠겨

울고 싶어 하며, 자신을 하나의 물건처럼

쉽사리 내팽개치고,

훌륭한 목수도 되고, 땀 흘리고, 죽이고

그러고도 노래하고, 밥 먹고, 단추 채운다는 것을

어렵잖게 이해한다고 할 때 ……    

   

인간이 진정

하나의 동물이기는 하나, 고개를 돌릴 때

그의 슬픔이 내 뇌리에 박힌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     


인간이 가진 물건, 변기,

절망, 자신의 잔인한 하루를 마감하면서,

그 하루를 지우는 존재임을 생각해 볼 때 ……  

   

내가 사랑함을 알고,

사랑하기에 미워하는데도,

인간은 내게 무관심하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할 때 …


인간이 모든 서류를 살펴볼 때 ……

아주 조그맣게 태어났음을 증명하는 서류까지

안경을 써가며 볼 때 ……

    

손짓을 하자 내게

온다.

나는 감동에 겨워 그를 얼싸안는다.

어쩌겠는가? 그저 감동, 감동에 겨울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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