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한 스토리와 시골생활

- 사과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익어간다

by 노란하마

할 거 없으면 농사나 짓지 뭐. 개쌉소리입니다. 극혐! 농사는 욕심을 버리고 하늘의 소리를 들으며 땅을 일구는 겁니다. 농부는 아무나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야구에서 타자가 병살타를 쳤어도 다음 타석에서는 홈런을 칠 수 있죠. 고3 수험생이 수시에 실패했어도 정시로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해 농사에서 두번째 기회란 없습니다. 한번 잘못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러니까 전력을 다 할 수밖에요.


<사과가 익어가는 중>


온난화로 우리나라의 사과 재배지역이 자꾸 북상하는 중에 있습니다. 양구의 해발과 기후적인 조건이 사과 농사하기에는 그만이죠. 몇 년 전부터 성문네도 사과농사를 짓는데 성문이 댁네는 사과 박사입니다. 겨울 내내 거름을 내고 가지치기했고요. 봄에는 적화와 적과까지 하느라 정신없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거의 매일 가지에 달린 어린 열매를 들여다보며 전지작업을 하더군요. 영양제를 주고, 병해충 방제와 잡초 제거도 빠뜨리지 않죠. 사과는 자연적으로 크는 게 아니라 주인의 손끝으로 다듬어지는 조각품입니다. 지금은 고도를 한껏 높이 햇빛을 받아가며 색깔이 서서히 변해가고 있죠. 작년의 사과도 맛이 그만이었는데 올해는 더 아삭하고, 당도도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까지는 날씨가 잘 도와주고 있거든요. 특히 수확할 때 태풍이 몰려오기 일쑤인데 별 탈 없이 잘 넘겼으면 좋겠습니다.


<잘 가꾸고 키운 사과밭>


농사는 결실을 잘 내고서도 유통과 가격 때문에 눈물짓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왜곡된 유통구조 때문에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서운하고, 또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만이 있죠. 번거로운 일이지만 직거래를 하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윈윈 할 수 있죠. 품질 좋은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으니까요.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농가에서는 가능하지만 성문네는 그것도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올해는 시도를 해보겠다고 하니까 좋은 결실이 있으면 합니다. 농사 기껏 잘 지어놓고 눈물 삼키는 일이 없어야겠죠. 당연히 없어야죠. 사과가 잘 익어갈 때쯤 다시 사진으로 올려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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