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블라인드 오디션인 The Voice는 현재 많은 나라에서 제작, 방송하고 있습니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벨기에, 핀란드, 그리스, 폴란드, 불가리아, 포르투갈, 헝가리,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나이지리아, 일본, 몽고, 네팔 등등. 러시아, 우크라이나도 제작했었지만 지금은 전시 중이라 제작이 중지된 상태죠. 중국도 유난스럽게 무대를 만들어 몇 회 제작하다가 최근에는 잠잠합니다. 우리나라도 두 번인가 하다가 중단됐습니다. 첫 회, 가수 손승연이 우승자였죠.
The Voice는 출연자의 목소리만 듣고 코치가 선택하는 프로그램이기에 무엇보다 가창력이 제일 중요합니다. 오직 노래로서만 판단하는 거죠. 그래서 더 매력적입니다. 비주얼이나 무대매너 같은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The Voice는 코치들이 오직 출연자의 노래로만 뽑는 프로그램이지만 국가별로 조금씩 특성이 있습니다. 코치들이 제일 까다로운 국가는 영국입니다. 여간 잘 부르지 않고는 Tom Jones, Will.i.am, Anne Marie, Olly Murs가 버튼을 누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관중이 아무리 열광해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코치들이 쉽게 흥분하고, 소리를 지르죠. 그리스는 마치 KBS의 <전국노래자랑>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동네에서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이 출연해서 무대를 즐깁니다. 코치의 선택을 받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고, 심각하지도 않습니다. 코치들도 오버 액션으로 반응하기 일쑤죠.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The Voice는 노르웨이와 미국입니다. 노르웨이를 즐겨보는 바람에 노르웨이 가수 Espen, Wroldsen, 래퍼 Yosef까지 알게 됐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잘하는 프로듀서 Matoma도 알게 됐죠. 그가 얼마나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잘하는지 유튜브에는 그가 감동하는 것만 모아서 만든 콘텐츠까지 업로드 돼 있을 정도입니다. 노르웨이 출연자들의 특징은 노래를 정말 진지하게 부른다는 점입니다. 노래를 듣다 보면 그들의 표정에서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목소리와 표정은 결국 하나입니다.
The Voice의 매력을 보여주는 건 역시 미국 편입니다. 이제 season 24를 막 시작했는데요, 23 시즌 동안 한 번도 코치에서 빠진 적이 없었던 Blake Shelton이 빠지고 그 자리에 컨트리 가수이면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Reba McEntire가 새 코치로 영입됐습니다. 거의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노래 부를 때의 에너지와 열정은 대단합니다. Niall Horan, John Legend, Gwen Stefani와 함께 새로운 시즌을 알리는 코치 퍼포먼스로 Eagles의 <Take It Easy>를 부를 때 그녀가 왜 아직도 팬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The Voice USA의 매력은 다양한 인종과 여러 장르의 노래를 부르는 출연자가 등장한다는 겁니다. 코치들의 적당한 상호견제와 유머도 빼놓을 수 없죠.
오디션 프로그램의 매력은 다양한 출연자들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노래를 자신의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이가 있는가 하면 노래가 좋아서 즐겁게 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세계적인 가수로 성공한 사람들도 있죠. Olly Murs, Harry Styles, Kelly Clarkson, Niall Horan 등도 모두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얼굴을 알린 가수들입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풋풋한 에너지와 열정을 보여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야말로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듣는 사람에게 신선함과 즐거움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