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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Oct 02. 2021

창문으로 이웃집 훔쳐보기

- 단편영화 <The Neighbors Window>

  

  

  혹시 당신이 살고 있는 이웃집을 훔쳐본 적이 있습니까?

  망원경으로 몰래 옆집을 본 적이 없는지요?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만 따른다면 힐끔 아니면 슬쩍 보고 싶은 호기심은 누구에게나 다 있기 마련이죠. 물론 관음증에 중독이 되면 곤란하겠지만 타인의 생활을 훔쳐보고 싶은 건 인간의 욕망입니다.    


  마샬 커리 감독의 <The Neighbors Window>는 인간의 훔쳐보기 욕망을 통해 진한 감동의 반전을 선물하는 영화입니다. 2020 아카데미의 단편영화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죠. Love & Radio라는 팟캐스트의 사연을 20분쯤 되는 분량으로 찍은 영화입니다.      

  앨리와 제이콥은 30대의 평범한 부부입니다. 어린 아들과 딸이 있고, 셋째는 임신 중입니다. 뜨거운 열정은 식어버린 지 이미 오래됐고, 남아 있는 건 의무적인 일상뿐이죠. 재미는 없고, 이유 없이 신경질을 부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부부의 삶이 벽지처럼 낡아가던 어느 날 밤, 창문 너머로 이웃집의 신혼부부가 대담하게 벌이는 애정행위에 바로 시선이 꽂힙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영화를 찍듯이 다양한 모션으로 서로를 즐깁니다. 보는 사람은 미칠 노릇입니다.         

  제이콥과 앨리도 경탄합니다.

  “저 여자 진짜 유연하다.”

  “자기도 알다시피 남자도 진짜 섹시하다.”

  “난 섹시하다고 하지 않았어. 유연하다고 했지.”

  

 

  앨리와 제이콥은 이웃집의 신혼부부를 좀 더 잘 보기 위해서 망원경까지 하나 구입합니다. 그런데 앨리는 이웃집의 젊은 부부의 삶과 자신의 생활이 대비되자 제이콥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눈 오는 동물원에서 애 셋이랑 쇼란 쇼는 다 했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코를 질질 흘리거나 똥을 싸질 않나 거기다 배고프다고 징징대다가 할퀴었어. 일초도 쉬지 않고 내 무르팍이 다 닳았다고.”

  제이콥은 할 말이 없습니다. 앨리는 쉬지 않고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애들 수유하고 토하는 거 때문에 어젯밤에 네 시간밖에 못 잤어. 그런데 집에 왔는데 남편은 발기한 채 느긋하게 음악을 들으면서 이웃이나 훔쳐보고 있네.”

  이웃집의 싱싱한 신혼부부 때문에 앨리와 제이콥의 갈등은 점점 커져갑니다.

  “난 항상 피곤에 절어 있고, 내 젖꼭지는 피라냐가 갉아먹은 것 같아.”

  “스무 살이 그리운 건 너뿐만이 아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자 이웃집의 신혼부부는 친구들을 불러 밤새 파티를 벌이고, 앨리와 제이콥의 집에서는 아이 우는 소리만이 가득합니다. 앨리는 망원경으로 이웃집을 보며 부러워합니다.  

  나도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겨울이 가고, 봄이 온 어느 날. 앨리는 음식을 만들다 창문을 통해 옆집을 보다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낍니다. 남자가 머리를 삭발한 채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망원경을 들어서 자세히 봅니다. 섹시하게 보이던 남자는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고, 여자의 표정은 어두워 보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웃집 남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 보입니다. 앨리가 다시 망원경을 집어 들어 살펴봅니다. 남자는 침대에 누워 기척이 없고, 몇몇 친구들과 의사인 듯한 사람도 눈에 띕니다. 여자는 절망과 슬픈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끝내는 침대에 누워 있던 남자를 시체운반용 바디백에 넣고 밖으로 옮기기 시작합니다.

  그것을 망원경으로 보고 있던 앨리가 갑자기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남편의 시신을 차에 실은 뒤 혼자 슬픔에 빠져 있는 그녀에게 앨리가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건넵니다.

  “괜찮으세요?”

  “바로 저기 건너편에 사시지 않으세요?”

  그녀가 앨리에게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당신 아이들은 정말 사랑스러워요. 발랄하게 보이고요. 남편과 저는...”

  그녀가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아냅니다.  

  “저희 남편은...많이 아팠어요. 그리고 우리는 그쪽을 둘러보고 아이들도 봤어요. 당신과 당신 남편도요. 새 아기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밤을 새우기도 하는 것 같았고요. 그 모습이...그 모습이 정말.”

  앨리는 통곡을 하는 그녀를 말없이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일상은 변함이 없습니다. 세 아이들과 외출했던 제이콥이 집으로 돌아온 뒤, 아이들은 집안에서 신나게 뛰어놉니다. 그리고 아이를 안고 있는 제이콥과 앨리를 롱숏으로 보여주는 게 라스트 씬입니다.

  30대 들어선 평범한 부부가 이웃집의 신혼부부의 젊음과 열정을 보면서 서로에게 불평과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하죠. 자유로운 삶을 선망하지만 그건 이미 다 지나가버린 과거의 흔적일 뿐입니다. 현실은 아내이고, 진력나지만 세 아이이 엄마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웃집의 신혼부부는 앨리와 제이콥이 되고 싶었던 겁니다. 상대의 삶을 훔쳐보면서 서로를 부러워했던 거죠. 무엇보다 부러워했던 그 젊은 시절은 이미 자신이 지나온 시간이고 흔적이며, 지금 자신의 삶은 누군가가 앞으로 살아갈 시간입니다. 누구나 그걸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가장 소중한 건 지금 이 순간이죠. 그걸 깨닫지 못하면 불행을 스스로 지고 사는 겁니다.  

  모든 선택에는 배제가 따릅니다. 결혼을 하면 혼자만의 자유분방한 몫은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합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다 누릴 수는 없죠. 그런데 결혼과 자유로움이 여전히 함께 한다고 생각하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대학까지 나왔으면서도 왜 그렇게 멍청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이기적인 거죠. 그걸 아직도 깨닫지 못한다면 그만큼 불행해지는 겁니다.  


  오늘 토요일. 코로나로 어디 외출하기 어려우면 YouTube에서 <The Neighbors Window>를 감상하세요. 영화에 삽입된 노래도 매력적입니다.  The National의 ‘Nobody Else Will Be There’. 영화의 분위기와 조금 어긋나긴 했어도 귓가에 잘 스며듭니다. 가사가 그림처럼 다가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느끼고 경험한 것 때문이겠죠.


Nobody else will be there then

Nobody else will be there

Nobody else will be there then

Nobody else will be there

Why are we still out here

Holding our coats

We look like children

Goodbyes always

take us half an hour

Can‘t we just go home

Hey baby where were you back then

When I needed your h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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