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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Mar 04. 2022

Mr Beast, 미쳤다. 개부럽다. 졌다!

호모 루두스의 제왕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한 뒤 오징어 게임의 실사판 세트장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이목을 끈 이십 대(1998년생)의 유튜버가 있습니다. 미스터 비스트의 운영자 지미 도널드슨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세트 제작비 23억과 상금 17억 원 등 40억 원의 비용을 들여 콘텐츠를 제작했다고 알려졌죠. 실제 게임에는 456명의 참가했고, 최종 생존자에게는 5억 4천만 원의 우승 상금이 주어졌습니다. 게임 중에 탈락한 일부 참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상금이 주어졌죠.



  그런 결과로 지미 도널드슨은 지난해 5,400만 불의 소득으로 유튜브 수입 1위에 올랐습니다. 이십 대 청년이 그런 엄청난 수입을 올린 건 인간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의성과 신속성, 그리고 호기심을 자극한 콘텐츠의 힘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드라마를 게임 콘텐츠로 만든 미스터 비스트의 지미 도널드슨을 보면 ‘계주생면(契酒生面)’의 한자성어가 떠오릅니다. 계주가 곗돈을 걷어 술을 사면서 마치 지 돈으로 사는 것처럼 생색을 낸다는 뜻입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속담과 같은 말입니다. 오징어 게임이란 드라마에 그야말로 잽싸게 숟가락을 얹어 대박을 터뜨렸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놀라운 성과는 단순히 운이 좋아 이루어진 게 아니라고 봅니다. 지미 도널드슨은 이미 13세부터 수없이 많은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고, 실패를 겪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는 집에서 쫓겨정도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좌절은 그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실패는 오히려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자양분이 되었죠. 끊임없이 노력했고, 신념도 있었으니까요.

  그가 만든 콘텐츠를 보게 되면 단번에 눈길이 가게 됩니다. 몇 개 살펴볼까요.      

 


  #. 신형 람보르기니 챌린지의 콘텐츠는 기발하다 못해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게임은 법칙은 간단합니다. 무작위로 선발된 50명이 신형 람보르기니에 손을 떨어뜨리지 않고, 오래 버티고 있는가가 핵심입니다. 화장실에 가는 경우는 와이퍼를 들고 가면 차에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게 되죠. 시간이 흐를수록 탈락자들이 생기게 되고, 때로는 참가자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 위해 피자와 햄버거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먹다가 한 순간이라도 차에서 손을 떼면 금방 탈락입니다. 50개의 모니터가 설치돼 있으니 그걸 피할 수는 없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번에는 탈락을 유도하는 상품을 내겁니다. 스스로 포기하는 참가자 한 사람한테 6천만 원 상당의 승용차를 주겠다고 유혹하죠. 이내 지원자가 나오고, 그는 현장에서 바로 차를 몰고 사라집니다. 때로는 참가자들에게 지금 포기하면 스포츠카를 주겠다고 제의하기도 합니다. 세 명의 경쟁자가 그 제의를 바로 받아들이고, 바로 승자가 결정됩니다. 승자는 스포츠카를 몰고 현장을 떠납니다. 그밖에 아쉽게 탈락하는 참가자한테는 천만 원이 넘는 현금뭉치를 주기도 하고, 가전제품을 마음대로 골라서 가져가라는 호의도 베풉니다. 결국 최종 생존자에게는 3억 원이 넘는 신형 람보르기니를 차지합니다. 그 자리에서 시동을 걸고 신나게 사라집니다.      



  #. 람보르기니 챌린지보다 더 끔찍한 건 12억 원 현금에 마지막까지 손을 붙이고 있는 사람이 그 돈을 차지하는 콘텐츠입니다. 람보르기니 챌린지와 흡사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액수도 크고, 하루에 그 12억 원 쓰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마크라는 흑인 청년이 최후의 승자가 됐는데 그 12억 원을 쓰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마크는 그동안 신세를 졌던 가족과 친구들에게 최고급의 IT 기기를 선물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고생만 했던 아내를 위해 차를 두 대 사고, 가전제품도 사죠. 어머니와 장모한테도 꽤 많은 현금을 줍니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 살 집을 삽니다. 너덜너덜한 침대와 가구 하나 변변한 게 없는 좁아터진 집에서 자신과 아내, 동생과 사촌, 네 사람이 살았는데 번듯한 집을 갖게 된 거죠.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 이루어진 겁니다. 하루에 12억의 돈을 쓰며 행복해하는 마크에게 지니 도널드슨이 말합니다.

  “네가 행복한 걸 보니까 나도 행복하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12억 원을 쓰는 게 미친 짓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니 도널드슨의 의도는 따로 있습니다. 물론 마크가 신나게 돈을 쓰는 즐거움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대리충족을 느끼게 하지만 그 돈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고, 사기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피하기 위한 거라는 뜻을 밝힙니다. 결국 세금을 낼 돈과 몇 천만 원의 미래 투자 비용만 남겨두고 다 써버립니다. 어쨌든 주인공 마크로서는 신나는 일이고, 보는 사람들은 부러울 뿐이죠.

  12억 원의 돈벼락을 맞은 주인공 마크와 그의 가족과 친구들이 좋아하는 표정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돈을 저렇게 쓰는 것도 나쁘진 않네, 하는 생각과 함께요.     


   #. 현금 1억 원이 든 가방을 가지고 고등학교 교실로 찾아가 밑도 끝도 없이 한 학생에게 제의를 합니다. 학교를 당장 그만두면 1억을 주겠다! 학생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었는데 이내 거절합니다. 학교를 다니는 자신의 미래는 1억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요. 미스터 비스트는 그 자리에서 그 학생에게 가방에 든 1억 원을 학생에게 건넵니다. 학생한테 듣고 싶었던 말이 바로 그것이었던 거죠.


#. 그 밖에도 100만 달러 상금을 걸고 누가 더 오래 줄에 매달려 있나, 좁은 주차공간에 차 주차하기 등등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콘텐츠로 만들어 참가자들을 열광에 빠지게 만듭니다.     


#. 그런데 지니 도널드슨이 게임의 즐거움만 주는 게 아니라 공익적인 콘텐츠도 제작합니다. 대표적인 게 ‘2,000만 그루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많은 유명 인사들의 동참을 이끌어냈고,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해변 청소하기’ 같은 공익적 콘텐츠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노숙자에게는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집을 마련해주는 콘텐츠는 돈은 저렇게 쓸 때 빛이 난다는 깨달음과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포브스에 의하면 지니 도널드슨이 작년에 600억쯤 수입을 올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유튜버 1위에 올랐다고 하는데요, 그게 다 근거가 있고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가 올린 수입의 70%는 다시 사회에 기부한다고 하니까 더 할 말이 없게 만듭니다. 그의 기발한 콘텐츠에 아연실색하고, 돈을 쓰는 그만의 방법에도 놀라울 뿐입니다.

  '멋진 놈, 부럽다. 그래서 졌다!'


  체 게바라의 초상이 디자인된 티셔츠 입고, “공무원이 되는 게 좋을 거 같아.”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젊은이들과 뭐라도 한번 도전해보려고 하면 “네가 아직 세상을 잘 몰라서 그래.”라고 정해진 답으로 기어이 기를 꺾어놓고 마는 꼰대들이 있는 한 우리의 환경에서는 죽었다 깨도 지니 도널드슨 같은 유튜버는 물론 콘텐츠도 어림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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