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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Mar 10. 2022

분홍색에 미친 왕

-옛날에 길에서 주워들은 이야기 

  옛날 어느 한 왕국에 분홍색에 미친 왕이 있었습니다. 분홍색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궁전의 모든 건 분홍색 페인트로 치장을 했습니다. 물론 자신의 의상 패션도 모두 분홍색이었고, 신하들의 의복까지 모두 분홍색으로 통일을 시켰습니다. 신하들은 미칠 노릇이었지만 대놓고 반대했다간 언제 목이 잘릴지 모르는 터라 입을 꾹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궁전만이 아니라 백성들이 사는 집도 모두 분홍색으로 통일하라는 엄명을 내렸습니다. 백성들도 속이 뒤집힐 노릇이었습니다. 옷이든 집이든 모조리 분홍색으로 통일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런데 말이 됩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의 명령이고, 그 명령을 거역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황천길로 떨어지고 말게 뻔했으니까요. 왕 한 사람이 분홍색에 빠져버리면서 나라 전체가 그놈의 분홍색 때문에 신하든 백성이든 자아분열이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 나라를 온통 분홍색으로 분칠하다 보니 분홍색 염료가 고갈되기 시작했고, 값도 엄청나게 폭등했습니다. 당연히 나라의 재정도 어렵게 되었죠.  





  그때 궁에 늙은 선비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늙은 선비가 어느 날 목숨을 걸고 왕에게 상소를 올렸습니다. 그 상소를 받자마자 왕은 그 늙은 선비를  불러 크게 치하했습니다. 그리고 노인 선비의 상소를 당장 시행하겠다고 말하고, 그것을 실천했습니다. 그제야 온 나라의 신하와 백성들은 분홍색 울렁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평화로운 날이 찾아온 거죠.      




  그 노인 선비의 상소를 다음과 같았습니다. 

  -전하, 전하께서 그렇게 분홍색을 좋아하시니 그걸 말릴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 분홍색을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사옵니다. 전하께서 분홍색의 선글라스를 끼게 되시면 온 천하의 분홍색을 더 즐길 수 있고, 백성들도 제 각각의 취향대로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부디 분홍색 선글라스를 착용해 주옵소서.   


   

  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됐습니다. 이제 곧 새로운 각료들로 행정부가 꾸려지고, 좋은 자리를 탐하는 정치 낭인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겠죠. 곡학아세가 정의가 되고, 아첨꾼의 논리가 상식으로 둔갑하는 일도 생길 겁니다. 이럴 때 무엇보다 분홍색 선글라스의 지혜를 짜낸 늙은 선비 같은 인물이 필요합니다. 

  강원도 촌구석에서 그런 낭만적인 꿈을 한번 꿔봅니다. 소설 같은 바람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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