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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Jun 29. 2022

영화 <탑건 : 매버릭>을 보는 즐거움

- 속편이 아니라 완결판


 톰 크루즈가 24살에 찍었었던 <탑건>을 36년이 지난 뒤, 60세가 되어 <탑건 : 매버릭>을 찍은 건 영화사에서 찾아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그것도 오락 영화를 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스크린으로 소환해냈다는 게 신기한 일이죠. 어쨌든 <탑건>이 있어서 <탑건 : 매버릭>을 찍었다기보다 <탑건 : 매버릭>을 통해 36년을 뛰어넘어 두 영화가 동시에 완결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감동적인 스토리의 연속성과 구성의 유사성, 그리고 아날로그적인 실사(實寫)를 통해 다이내믹한 시청각의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탑건 : 매버릭>의 매력 포인트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첫째, 두 시간 내내 극적인 긴장감이 유지되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됩니다.  긴장과 몰입은 감동적인 스토리 라인을 가능케 한 캐릭터와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핵물질 저장소 폭파라는 뚜렷한 목표에서 비롯됩니다.

  여전히 고집불통인 탑건 교관인 매버릭(톰 크루즈)과 팀원인 루스터(마일스 텔러)는 갈등 관계에 있습니다. 루스터는 매버릭의 절친인 구스의 아들이죠. 구스는 비행훈련 중 사고로 죽게 되고, 매버릭은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버릭은 구스의 아내로부터 아들은 결코 파일럿의 길을 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루스터가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하지 못하도록 원서를 두 번씩이나 비토를 해서 낙방하게 만들죠. 루스터를 위한 것이었지만 루스터에게는 상처였던 셈이죠. 살다 보면 상대를 위한다는 게 오히려 상처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거기다 루스터는 비행사고로부터 아버지를 살리지 못한 게 매버릭이라고 원망하고 있으니까 이 두 사람의 관계는 갈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갈등 관계는 탑건의 교육과정에서 고조되어 가다가 실전으로 적국의 우라늄 농축 저장소를 폭격하고 모함으로 귀항 중 위기에 빠진 루스터를 매버릭이 구해주고, 동시에 적에게 죽을 위험에 놓인 매버릭을 루스터가 구해주는 것으로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되죠. 특히 적지에서 한 팀이 되어 고물이나 다름없는 F-14를 탈취해서 엄청난 중력을 견뎌내고, 오직 경험과 감각으로 적의 5세대 전투기를 물리치는 건 두 사람이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화해를 이루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매버릭과 루스터에게 중력은 물리적인 한계이면서 동시에 과거의 상처와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매버릭, 루스터, 구스 세 사람은 과거의 상처와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존재가 됩니다.   



  스토리를 풍성하게 해 준 건 페니(제니퍼 코넬리)와 아이스맨(발 킬머)입니다. 페니는 <탑건>에서 실제로는 등장하지 않고, 매버릭의 대화에서 딱 한번 언급된 인물입니다. 매버릭의 헤어진 연인이었는데 그 인물이 극적으로 멋지게 부활한 겁니다. 더구나 중후하고, 성숙한 커플로 재결합해서 짠한 로맨스를 만듭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가 아이스맨(발 킬머)입니다. 탑건의 수석이었고, 지금은 제독이 돼서 매버릭을 탑건의 교관으로 소환한 당사자죠. 빌 킬머는 실제 후두암으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는데 영화에서도 비슷한 상황으로 설정해 자판을 두드려 의사소통을 하게 되죠. <탑건>에 등장했던 매버릭, 루스터, 페니, 아이스맨에게 36년이란 세월은 육체적 변화와 함께 감정도 배양이 된 시간이었기에 그 스토리가 더 감동으로 와닿지 않았나 싶습니다.   



  둘째, <탑건>과 <탑건 : 매버릭>은 구성이 일란성쌍둥이처럼 똑같습니다. 항공모함 갑판에서 이륙하는 오프닝 씬과 배경음악인 Kenny Loggins ‘Danger Zone’부터 그렇습니다. 매버릭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면과 탑건에서의 교육과정, 그리고 실전에 배치되어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흡사합니다. 매버릭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고, 전투기는 그 옆의 활주로에서 하늘로 이륙하는 장면도 그대로 재현됩니다. 뿐만 아니라 <탑건>에서 매버릭이 찰리(켈리 맥길리스)를 만나는 것과 <탑건 : 매버릭>에서 페니를 만나는 클럽의 배경과 로맨스의 동선이 일치합니다. <탑건>에서 구스가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를 때 어린 루스터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피아노 위에 앉아 있던 장면이 <탑건 : 매버릭>에서는 루스터가 직접 피아노를 치는 것으로 재현됩니다. 피아노를 치면서 부르는 노래도 같습니다. Jerry Lee Lewis의 ‘Great Balls of Fire’였죠. <탑건>에서 남성미를 물씬 풍기게 하는 장면이 비치 발리볼이었는데 <탑건 : 매버릭>에서는 비치 풋볼의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비행 배경이 <탑건>에서는 바다와 하늘로 단순했지만 <탑건 : 매버릭>에서는 바다와 하늘, 산과 계곡으로 다이내믹하게 펼쳐집니다.          

          


  셋째, 아날로그적인 실사(實寫)를 통해 영화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를 각인시켜 줍니다. 마블과 DC의 슈퍼히어로를 통해 현란하고, 화려한 장면에 관객들은 타성에 젖어 있죠. 낯설게 만들기는 이제 한계에 도달한 느낌마저 듭니다. <탑건 : 매버릭>은 실사 촬영으로 관객들이 물리적인 감각의 체험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전투기 안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서 중력을 거스르는 배우의 일그러진 표정은 관객에서도 그런 감각이 고스란히 전이됩니다. 중력의 한계를 뛰어넘은 물리적인 체험을 관객도 하게 되는 셈이죠.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 마치 나 자신이 직접 비행을 한 것처럼 온몸이 뻐근한 건 나만의 느낌이었을까요? 거기다 입체적인 사운드는 달팽이관을 오그라지게 만듭니다. 전투기의 이륙하는 굉음과 전투 씬의 파열음은 현장감을 훨씬 높여줍니다. 생물체로서 시각과 청각의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게 진정한 오락 영화로구나 하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됩니다.      



  넷째, 영화 제작의 환경이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오블리비언>으로 이미 비행 장면의 끝판을 보여준 조셉 코신스키가 연출을 맡은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시나리오의 메인 작가를 보면 입이 벌어집니다. <미션 임파서블 : 풀아웃, 로그네이션> <더 울버린> <유주얼 서스펙트>의 각본을 쓴 크리스토퍼 맥쿼리, <트랜스포머>를 쓴 에렌 크루거, <아메리칸 허슬>을 쓴 에릭 워렌 싱어, <헝거 게임> <타운>의 각본을 쓴 피터 그레이그, <정글북>을 쓴 저스틴 막스까지 메인 작가만 다섯 명입니다. 도대체 서브 작가는 얼마나 될까요. 우리로서는 상상하지 못할 일이죠. OST는 한스 짐머와 레이디 가가의 이름만으로도 더 설명할 필요가 없죠. 거기다 제일 부러운 건 미 해군에서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도록 무한제공을 해줬다는 사실입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토니 스콧 감독에 대한 추모를 하는 게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탑건 : 메버릭>은 고도의 과학기술로 이룬 전투기와 물리적인 중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인간의 콜라보레이션 같은 영화입니다. 아날로그의 촬영으로 무한대의 감각 체험을 하게 해 주고, 거기다 세기적인 스타의 연기력과 탄탄한 스토리는 짠한 감동까지 안겨줍니다. 감각 체험을 최대치로 느끼려면 <탑건>을 미리 보시고, IMAX 영화관에서 직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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