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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Aug 02. 2022

<대통령의 염장이>를 읽고

 


    

  젊었을 때는 친구 결혼식에 가는 게 주례 행사였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결혼한 친구의 아이 돌잔치에 가는 게 일이었죠. 그러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친구 아이들의 결혼식에 가거나 친구 부모님의 장례식에 가는 게 일상이 됩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장례식의 주인공은 자신이 될 테죠.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죽을 운명도 함께 가지고 태어납니다. 누구나 죽음을 피하고 싶지만, 아니 가능한 가장 늦게까지 삶을 누리고 싶지만 죽음은 불쑥 닥칩니다.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람은 죽음이 있어서 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사는 것에 대한 절실함도 적고, 사는 게 형벌이지 않을까요? 죽음이 있기 때문에 오늘도 죽을힘을 다해서 삽니다. 그러니까 죽음은 삶 전체를 드러내는 계산서 같은 겁니다. 

  죽은 뒤, 모든 영혼은 제각기 자기 별로 돌아가겠죠.

  최근 <대통령의 염장이>를 읽었습니다. ‘대통령의 염장이’로 알려진 유재철 씨는 대한민국 전통 장례 명장 1호로 지정되기도 했죠.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과 법정스님,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의 장례까지 맡았죠. 장례 업계에서는 유재철 씨가 많은 대통령과 유명 인사에 대한 장례를 맡다 보니까 왜 그 사람한테만 맡기냐는 뒷말도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유명 인사만 장례를 맡은 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유명 인사들의 장례를 유재철 씨에게 맡기는 건 오랫동안 전통 장례에 대해 연구를 해왔고, 대학에서 석,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장례지도사로서 망자를 보내는 마음가짐도 유족들에게 신뢰를 받았겠죠.

  <대통령의 염장이>를 읽으면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망자와 대면하는 시간’의 챕터에서 망자에 대한 죽음의 이유를 찾는 사람과 죽음의 이유를 덮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장례지도사가 바라보는 고독사와 자살해서 죽은 망자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사회 문제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염장이, 유족들에게는 망자를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도록 메이크업을 해주고, 동시에 망자를 삶의 마지막 플랫 홈에서 예를 갖춰 저승으로 보내주는 안내인이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습니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죽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은 어떠할 것이며, 자신의 주검을 거둬줄 장례지도사는 어떤 마음을 가진 분일지. 

  지금 이 순간 숨을 쉬는 숨결에 죽음의 결을 함께 얹어서 후텁지근한 장마철의 오후 시간을 견뎌냅니다. 열심히 살아볼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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