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빨리 가려 할 때, 나는 멈춰보기로 했다

천천히가도 결국 도착할거니까

by 백조지은

나는 늘 바쁘게 살아왔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 목표를 빠르게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 속에서 계속 달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숨이 막혔다.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 퇴사 후 처음 과호흡을 경험했고, 이후 조금만 압박을 받아도 숨이 가빠졌다. 그럴 때마다 4초간 숨을 들이마시고, 잠시 멈춘 뒤 천천히 내쉬며 스스로에게 되묻곤 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서둘러야 하지?"

회사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나를 잘 들여다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두려웠다. "너 아직 거기 있어?" "다른 사람들은 벌써 이만큼 갔는데?"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말들이 내 속도를 재촉했다. 나만 멈춰 있으면 안 될 것 같았고, 나도 함께 달려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멈춰보기로 했다.



빠르게 성공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살아보기로 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인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반대로 어떤 순간들이 나를 편안하게 하는지 하나씩 들여다보았다.

일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는 내가 하는 일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일했다. 하지만 이제는 재미를 찾아가며,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 목표다. 일이 들어오면 마감일을 기준으로 작업 일정을 짜고, 큰 그림을 먼저 그린 뒤 클라이언트와 조율한다. 그리고 마감 직전에 3~5일간 집중해서 작업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더 이상 나를 소진하지 않기로 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작은 변화를 실천했다.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신 건강한 음식 덕분인지, 나는 여전히 기름지거나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으면 몸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건강한 음식을 찾고, 때때로 도파민 디톡스를 하며 몸과 마음을 돌보려 한다. 몸이 건강해야 생각도 건강해진다는 걸 이제는 알기에.

인간관계에서도 조급함을 내려놓았다. 예전에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사면 안 된다고, 거리를 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관계를 붙잡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났다. 때때로 미운 사람이 생기지만, 그런 사람에게 ‘떡 하나 더 주는 마음’으로 다가간다. 손해 보는 것 같아도, 그것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내가 할 만큼 했다고 느끼면, 더 이상 후회도 미련도 남지 않는다.


이제는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더 이상 앞만 보고 달리지 않는다. 요즘 잠이 많아졌거나, 숨이 답답하거나, 몸이 계속 처진다면, 그것은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다. 그런 순간이 오면 나는 다시 나에게 집중한다. 생각을 붙잡고, 감정을 인정하고, 천천히 길을 걸어간다.

모두가 빨리 가려 할 때, 나는 내 속도로 살아보기로 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빠른 성공이 아니라, 나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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