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old, 펼쳐지다
un- 은 고대 영어로 "아니다"라는 뜻을 가졌고 fold는 fealdan "접다, 감싸다"에서 왔어.
unfold는 "접은 것을 펴다" 였지만, 점차 "숨겨진 것을 드러내다"를 넘어서 "잠재된 것이 드러나다"라는 뜻까지 갖게 되었어.
꽃은 아주 작은 봉오리이다가 펼쳐지는 걸 생각해 봐. 그 작은 꽃망울 안에 꽃잎이며 수술이며 꽃가루며 꿀을 어떻게 다 담고 있었을까?
너를 태에 품었을 때부터 엄마는 말이 많았어. 드림아, 나무에 열매가 맺혔어, 드림아, 하늘이 오늘따라 파래, 드림아, 지금 도서관 가는 길이야, 드림아, 지금 먹는 돈가스 맛은 어때? 드림아, 드림아, 드림아.
태담, 그러니까 뱃속에서부터 아이와 나누는 대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육아서들을 읽었지. 그 책들에서 아가가 뱃속에서부터 다 듣고 있다고 했어. 그 말을 믿고 계속 말을 걸었지만 나는 가끔 내가 대체 어디다가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생각할 때도 있었어.
네가 태어나고 6개월, 늘 하던 버릇대로 나는 네게 말을 걸었어. 수하야, 바람이 불어서 나무가 흔들리고 있어, 수하야, 저기 주황색 자동차가 지나가네 택시라는 거야, 수하야, 매미 우는 소리 들리니?
18개월, 자려고 누웠는데 너는 한참 동안 내 가슴팍에 비비적대더니 "아이 꽃 냄새, 행기로워."라고 몇 번을 되뇌어. '향기로워'라 말한 게지. 내가 사랑한다고 고백하니 "엄마 고마워요, 엄마 감사해요"라고 말하고 스르르 잠들었어.
24개월, 벚꽃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돗자리를 폈어. 오늘의 보물이라며 우리는 나뭇가지를 하나씩 찾아들고 흙바닥에 그림을 그렸지. 너는 가는 길에 봤던 솜사탕을 잊지 않고 오는 길에 사달라 했어. 낮잠을 자지 못해 저녁 무렵 무척이나 졸렸던 너는 나를 안으며 말한다. "졸린 만큼 사랑해요. 하암" 엄마는 너를 벚꽃 잎 수만큼 사랑해.
요즈음 너는 말들을 꽃망울처럼 터뜨리고 있어. 네 안에는 말주머니가 있나 봐. 그 안에 언젠가 엄마가 했던 말들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는 저 말들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상상이 안 돼.
불 끄고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네가 그러더라. 네가 스스로를 "찌"라고 불렀잖아.
"엄마 찌 친구(엄마는 수하 친구), 사랑해"
"엄마 찌 친구(엄마는 수하 친구), 고마워"
"엄마 찌 친구(엄마는 수하 친구), 진짜 친구, 진짜 친구"
가만히 네 얼굴을 들여다봤어. 네 안에 수많은 단어가 쌓이는 것도 신기한데, 이렇게 조합되어 나오다니.
잠자리에서 이 말 저 말 주고받다가 "그래 오구오구~"하며 엉덩이를 토닥여주니 "엄마, 내 새끼 해야지"해. 응? 그래 알았어. "오구 내 새끼~"하니 너는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해. "내, 새, 끼, 새, 끼, 새, 끼..."엄마는 거북해져서 "내 새끼라는 말은 좋은 거야. 근데 새끼는 하면 안 돼, 안 좋은 말이야" "내, 새, 끼, 내, 새, 끼..... 내 새끼는 좋아" 내 새끼라는 단어가 좋다는 건지 내 새끼인 자기 자신이 좋다는 건지. 네 말이 웃기기도 하고 따듯하기도 해서 엄마도 웃어버렸어. 언젠가 엄마가 사랑을 담아 했던 말을, 네가 다시 엄마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거겠지.
'나 혼자 건넨다'라고 생각했던 말들이 '우리가 나누는' 대화가 되었어. 어쩌면 오래전부터 내가 거는 말에 너는 계속 대답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네 안에도 이미 수많은 말들이 꽃망울처럼 들어있었던 거야. 이제 하나씩 펼쳐지고 있어. 엄마는 꽃잎 하나하나가 궁금해. 너는 또 어떤 말을 들려줄까.
엄마에게 물어봐.
엄마에게 말을 걸어.
이제 엄마가 알아들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