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이름 붙이다
옛날 게르만 사람들이 이름을 namô라고 말했대. 여기서 영향을 받아 현대 영어로 이름은 name, 독일어도 name, 네덜란드는 naam, 스웨덴어는 namn라고 쓴대. 한 뿌리에서 나와 여러 나라로 퍼지면서 조금씩 다른 모습이 되었지. 신기하지?
이름은 어떤 것을 불러서 다른 것과 구별하는 말이야. 본질을 잘 알려줄 수 있도록 붙여주어야 하지. 옛날에는 이름에 마법적인 힘도 있다고 믿었대.
우리는 최근 너의 이름을 바꿨어. '아가'에서 '언니'로. 그 이름 하나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 그때는 미처 몰랐지.
엄청난 일이 있었어. 벌써 한 달도 더 된 일이야. 너의 두 돌이 지나고 젖을 끊었어.
너는 젖을 오래 먹은 편이었어. 처음부터 많이 먹지 않아서 가능했지. 분유 옆에, 이유식 옆에, 밥상 옆에 늘 젖이 있었어. 네게 젖은 영양공급을 담당하는 시기별 소재가 아니라 엄마와 함께 있는 너무나도 당연한 존재였어. 그런 젖과 헤어져야 한다니.
2주일 동안 이제 쭈쭈와 헤어져야 한다고 매일같이 말해주었어. 달력에 네 생일을 D-day로 크게 하트 그려 넣고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려줬어. 너는 이제 아가가 아니라 '언니'니까 더 이상 쭈쭈를 먹지 않는 거라고 말해줬어. '언니'라는 새 이름. 그게 보상이 될 줄 알았지. 쭈쭈와 안녕하는 게 감이 안 오는 건지, 아가가 아니라 '언니'가 된다는 걸 알아들은 건지 너는 그저 하트 날을 기대하더라.
D-day 가 왔어. 첫 낮잠시간이 고비였지. 요즈음 네가 낮잠 잘 때 젖 물고 자는 버릇이 있었는데 젖이 없으니 잠을 안 자는 거야. 졸음이 쏟아질 때까지 놀아도 눕지를 못하고 부산을 떨며 돌아다니더니 결국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아. 밤에는 왜 쭈쭈 없이 자야 하냐고 서러워하면서 아랫입술로 윗입술을 꾹 누르고 잠들었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음날부터는 쭈쭈를 찾지 않았어. '언니'라는 말이 정말 너에게 힘이 된 것 같더라. 젖을 끊고 난 다음부터 너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제 나는 언니'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녔어.
그런데 한 주, 두 주 지나면서 '언니'라는 이름으로 그다지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네가 알아버렸어. 여전히 네가 할 수 없는 게 많았지. 높은 곳에 올라가면 안 되고, 요리는 엄마만 하고, 엘리베이터 버튼도 엄마만 누른다. 샤인머스킷도 방울토마토도 여전히 반으로 잘라서 주고—동그란 건 대체 언제 먹어보는 거야. 초콜릿도 왕창 먹고 싶은데 쪼끔만 주고, 아이스크림도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이라니 '언니'라면 일주일에 세 번은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너에게
"이건 큰 언니들이 하는 거야. 너는 작은 언니니까 좀 더 기다려야 해."
라고 말했어. '언니'라고 호들갑 떨어놓고서 이제 와서 언니계에도 '큰 언니' '작은 언니'로 나뉘니까 실상 너에게 별로 변화가 없을 거라고 말하는 게 되게 멋쩍더라.
지난주에 갑자기 네가
"엄마, 나는 아가도 아니고 언니도 아니야. 개구리야."라는 거야. 나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장단을 맞췄지.
"그래? 개구리 해. 엄마도 개구리 엄마 할게. 어이구 내 개구리, 이렇게 예쁜 개구리는 어디에서 왔어?"
그렇게 너는 개구리의 일주일을 보냈어.
어제 너는
"엄마, 나는 이제 나비야."
"그래? 내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오늘 아침은 토끼라네. 그래, 토끼야, 깡충깡충 어디 가느냐. 그러더니 밤엔 기린악어토끼래. 음, 뭔지는 몰라도 그래, 그거 너 하렴.
문득 네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가도 아니고 큰 언니도 아닌 너를 무어라 부를까? 엄마가 애매하게 작은 언니라고 불러놓고 할 수 없는 것 투성이로 만들어놨지. 지금 이 순간의 너를 표현하는 이름을 스스로 짓는 것. 그게 진짜 이름인데. 네 말대로 개구리, 나비, 토끼, 기린악어토끼로 부르는 게 훨씬 좋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다시 많아졌고. 너는 지난주에 진짜 개구리 같았고, 어제는 정말 나비 같았고, 오늘 아침엔 토끼 같았거든. 다만 기린악어토끼는 뭔지 몰라서 그거 같았는지 모르겠어.
앞으로 엄마는 또 너를 어떤 이름으로 부를까? 다른 사람들은 너를 뭐라 부를까? 언니, 누나, 학생, 회사원? 연구원? 선생님? 딸? ㅇㅇ엄마? ㅇㅇ사모님? 이모? 고모? 네가 스스로 붙이지 않은 수많은 이름으로 사람들은 너를 부를 거야. 그런데 수하야, 그 이름들대로 완벽하게 살아내려고 할 필요 없어. 어떤 이름은 '작은 언니'처럼 이름은 있는데 실상 알맹이가 없는 것도 있고, 어떤 이름은 네가 감당하기 너무 무거운 것도 있거든.
네가 지금처럼 스스로 이름 지어주면 좋겠어. 개구리든 나비든 토끼든 타고난 너의 아름다움과 어울리는 거라면, 기린악어토끼처럼 새로워도 시도해보고 싶은 거라면 스스로에게 지어줘. 너를 너답게 하고 자유롭게 하는 이름을.
나의 아가야. 인생의 가장 사랑스러움아. 세상의 반짝이는 모든 것의 결정체야. 매일 바뀌어도 돼. 네가 되고 싶은 것이 되렴. 엄마는 네가 불리고 싶은 이름으로 불러줄게.
내일은 무엇이 되어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