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음과 맺음

by 참읽기

아이를 기르며 가장 어려운 점은 일의 열음과 맺음이 없다는 것이다. 집에는 내 손이 가야 할 일들이 늘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든 중간부터라도 시작하면 새로운 일들이 쌓여간다. 이것저것 조금씩 미봉만 해두는 중에 아이는 온 집안을 늘어놓는다.


원체 물건이 제자리에 있어야 마음이 놓이고 말끔하게 맺지 않으면 뒤통수가 당기는 나이기에 시작도 끝도 없이 흐르는 시간이 몹시 고달팠다.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두어도 10분이면 다 늘어지는 건 왜지? 매일 청소하는데 바닥에 점점이 부스러기는 뭐지? 그렇게 꼬박 10년이 지나니 이제는 부엌에는 설거지 무더기를, 거실에는 빨래산을 미뤄두고도 잘 잔다. 어차피 매듭이라는 게 없으니.


아이가 형님반에 갔다. 나는 아침에 신을 신기며 '새 학기'라는 단어를 알려줬다. 아이는 형님반이 좋은지 아침부터 얼른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재촉했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팔짝팔짝 뛰었고 어린이집에 노래를 부르며 들어갔다.


아이가 즐겁게 형님반을 시작해 주었으니 집에 와서 잠을 좀 자리라 마음을 먹었다만, 자꾸 눈이 떠진다. 어나 창문을 열어젖힌다. 겨우내 침대에서 웃풍을 막아준, 먼지 앉은 난방텐트를 걷어버리고 베갯잇을 벗긴 후 베개통은 해드는 창에, 베갯잇은 세탁기에 착착 보낸다. 변기를 닦고 욕실 바닥을 문지르고 아이 디딤대도 뜨거운 물에 씻어낸다. 현관문에 리스도 봄 것으로 바꿔 건다.


잘 열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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