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_상태와 성질
아가가 졸리다.
The baby is sleepy.
아가가 배고프다.
The baby is hungry.
아가가 목마르다.
The baby is thirsty.
아가가 피곤하다.
The baby is tired.
아가가 속상하다.
The baby is upset.
아가가 흥분한다.
The baby is excited.
아가가 덥다.
The baby is hot.
아가가 춥다.
The baby is cold.
아가가 차분하다.
The baby is calm.
아가가 즐겁다.
The baby is glad.
열 개의 문장. 너를 낳고 처음 몇 달 동안 내가 알던 너의 전부였어.
형용사는 명사를 꾸며주는 말이야. 명사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성질, 성격, 그리고 명사의 상태를 “나타내주는” 거야. 그래서 형용사는 다양해. 하나의 명사만 해도 수많은 성질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그것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태까지 표현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단어가 필요하겠지. 미묘하게 다른 성질과 성격, 상태를 나타낼수록 그 명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거야. 너를 실제로 만나고 나서 나는 오롯이 "너의 상태"를 알아가는 데 나의 모든 시간을 썼어. 잠자는 시간까지도 네게 집중하고 있었으니 실제로 24시간 내내 네게 나의 모든 신경을 보냈지.
열 개의 문장 중 너에게 손이 안 가도 될 상황은 마지막 두 개뿐. 나머지 8개의 문장에서는 내 행동이 필요했어. 너를 안아주거나, 우유를 타거나, 유모차를 태우거나, 옷을 벗기거나 입혀서 너를 달래야 했어. ‘너의 상태 확인, 나의 행동 개시’가 기본 모드였지.
그러다 보니 나는 너의 성질이나 성격에 대해 살펴보고 이해할 여유가 없었어. 내 행동으로 너를 차분하고 즐거운 상태로 데리고 오느라 24시간을 다 썼어. 너는 아가니까 울음으로 표현하는 게 기본인데, 나는 그때마다 내가 뭘 잘못해서 네가 울고 있는 거라고 받아들였어. 최선을 다해 막고 싶었어.
점점 인터넷에서 "00일 아가 다루는 법"을 검색하는 시간이 길어졌어. 깊은 새벽, 네가 울 때마다 나는 휴대폰을 켜고 매뉴얼을 찾았어.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불안했어. 너를 알아가기보다 아가라는 대상을 다루는 법을 배우면 8개의 문장을 내가 다 커버할 수 있다고 믿었어.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세상에 그런 법은 없더라.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게 하나 더 있었어. “나의 상태.”
너를 낳은 후 몸에 커다란 구름 갑옷을 두껍게 껴입은 것 같았어. 무겁고 축축했어. 눈에는 네 상태에만 집중하게 하는 안개가 껴 있어서, 네 얼굴만 또렷하고 나머지는 다 흐릿했어. 그 채로 나를 돌볼 틈 없이 너에게만 매달렸어. 내가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던 사람인지, 아무 기억이 없었어.
나는 지쳤다.
I am exhausted.
나는 두렵다.
I am scared.
나는 외롭다.
I am lonely.
나는 혼란스럽다.
I am confused.
내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들을 나는 보지 못한 채, 엄마가 되기 위해 전력을 다했지.
꿈처럼 100일이 흐르고 200일이 지났어. 300일이 지나자 구름 갑옷도 옅어지고, 눈앞을 가리고 있던 뿌연 것도 차츰 걷혔어. 나의 상태를 돌아보니 그동안 네 엄마가 되기 위해 스스로 너무 몰아붙였다는 걸 알겠더라. 이제 나 자신을 돌봐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 나의 상태가 안정적이고 평안할 때, 너를 2가지 좋은 상태로 데리고 오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게 아니라, 너의 10가지 상태 모두 받아들일 수 있더라고.
나의 상태를 돌보니 너의 상태가 어떠한가를 넘어설 수 있게 되었어. 내가 든든해질수록 너의 성질, 성격, 너는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지더라. 수하야, 너를 알기 위해 미지의 형용사가 가득한 세상으로 길을 나섰어. 거기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나의 성질을 나타내는 낯선 형용사를 마주쳤어. 그렇게 나는 너를 알아가면서 새로운 나를 만났어. 부족하고 약하지만 훨씬 끈기 있고 다채로운. 너로 인해 기어이 내 지경이 넓어지고 말았지.
아가는 명랑하다.
The baby is cheerful.
(아침에 눈뜨자마자 엄마에게 방긋 웃어주는 너)
아가는 인내심이 많다.
The baby is patient.
(동그란 블록 위에 동그란 블록을 올리겠다고 30분 동안 씨름하는 너)
아가는 호기심이 많다.
The baby is curious.
(물티슈 한 통을 다 뽑아보며 밑바닥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는 너)
아가는 창의적이다.
The baby is creative.
(모든 음악에 엉덩이춤으로 반응하는 너)
요즈음 알아낸 너의 성질이야. 너를 표현하는 단어들을 알수록 너와 정말 친해지고 있는 기분이 들어. 네 안에 어떤 씨앗들이 심겨 있기에 이렇게 나타나는 건지 신기해.
수하야, 너의 상태는 시시각각 변하고, 너의 성질은 수없이 많지. 시간에 따라 너는 계속 미묘하게 달라지며 성장할 거야. 엄마는 그런 너를 나타내는 형용사를 간직할게. 단어들을 통해 너를 깊이, 넓게, 풍성하게 이해할게. 마침내 단어들이 모이고 합쳐져 너만의 고유한 모습으로 서는 걸 바라볼게. 네 안팎에서 단어들이 빛날 때 기뻐할게. 그 형용사들의 증인으로 네 곁에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