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
Where love dwells, there is home.
수하야,
『하이디』를 읽는 동안 엄마는 참 즐거웠어. 수하와 <알프스에 올라가> 게임을 만들었잖아. 하이디에게 일어난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았어. 열심히 주사위를 굴렸지만, 사다리를 오르지 못했어. 미끄럼틀을 타고 쭉 미끄러졌지. 그때마다 너는 배를 잡고 웃었고.
특별카드에 사건을 적고, 그에 해당하는 점수를 주었는데 네가 “하이디가 향수병에 걸렸다”에 -10점을 주었지. 그 사건이 하이디에게 가장 나쁜 일이라면서. 의사 선생님이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나을 수 없다고 했어. 문득 궁금해졌어. 하이디는 꼭 알프스에서만 살아야 하나?
“나는 하이디가 우선 어릴 때는 계속 알프스에 사는 게 좋겠어. 할아버지가 알프스에 있는데 다른 곳에 가면 향수병에 걸리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알프스에 계시는 동안은 알프스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하이디가 크면 알프스가 아니어도 괜찮아?”
“할아버지와 함께 가거나, 나중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하이디가 원한다면, 클라라네 집에 가서 살아도 될 것 같아.”
네 얘기를 듣고 엄마는 깨달았어. 알프스가 좋지만, 하이디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는 바로 할아버지였다는 걸. 알프스는 단순히 살던 곳이 아니야. 할아버지가 있고, 전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빨간 노을이 사방을 물들이는 곳. 페터와 함께 언덕을 오르면 염소들이 반겨주는 곳. 할아버지는 하이디에게 알프스 자체이자 고향이 되어주셨어. 진짜 선물을 너는 알아보았지.
우리는 선물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어. 클라라가 알프스에 사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준비할 때 ‘대강 이게 좋겠지’가 아니었어. 하이디에게 외투, 하이디 할아버지에게는 담배쌈지, 페터할머니에게 목도리와 맛있는 과자, 페터 엄마에게 소시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이지만 하이디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며 그들을 상상했고, 꼭 맞는 걸 준비했어. 우리도 등장인물들을 좀 더 깊이 생각하며 무슨 선물을 줄지 얘기 나눴지.
“나는 페터에게 염소 간식, 그리고 지팡이를 주고 싶어.”
“지팡이는 어디다 쓰게?”
“가지고 놀라고, 그리고 산 올라갈 때 힘들면 지팡이 짚고 올라갈 수 있잖아.”
그건 정말 필요한 거였어. 페터의 삶을 잘 관찰하고 사려 깊게 고른 선물이었지. 나중에 페터가 이미 지팡이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너는,
“이제 페터에게 지팡이 선물은 필요 없겠다”라고 말했어. 정말로 페터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거야.
『하이디』에는 특별히 선물을 준비하고, 주는 장면이 많이 나와. 상대방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더라. 내 마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마음으로 상상해야 하니까. 하지만 어려운 만큼 중요한 일이야.
등장인물들이 필요한 선물을 아낌없이 주는 모습에 엄마 자신을 돌아봤어. 나는 내가 좋다고 생각한 것을 수하에게 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수하에게 정말 필요한 건 뭘까? 앞으로는 더 부지런히 상상할게. 네가 반가워할 것을 준비하도록.
지금 네가 좋아할 만한 건 염소우유, 맞지? 이번 주말에는 염소우유를 마시러 가자. 너는 하이디에 대한 기억을, 나는 쏟아져나오는 너의 이야기를 선물로 받을 거야. 우리도 서로에게 알프스가 되어가겠지. 할아버지가 하이디에게, 하이디가 할아버지에게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