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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

<기생충> 봉준호

by 칠삼팔



기생충은 단순히 빈자와 부자의 대립을 보여주려는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빈자끼리의 대립을 보여주려는 영화도 아니다. 사회 계층 간의 대립을 다룬 것이 아닌, 사회의 문제를 다룬 영화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 문제가 무엇인지는 영화의 장면과 함께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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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은 수석을 들고 말도 없이,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기우의 집으로 들어온다. 유학을 가게 됐다며 좋아하는 여학생 다혜의 과외를 기우에게 맡긴다. 기우가 왜 고졸인 자신에게 맡기냐고 묻자 자기 과 동기들은 다 늑대라고 말한다. 겉으로 보기엔 고졸에 백수인 기우를 도와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민혁은 기우가 다혜와 이어질 리 없는 안전한 남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친구 관계이지만 동등한 관계로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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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익의 차에서 발견한 팬티를 보고 동익과 연교는 기사가 차에서 여자친구와 관계를 가졌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어떻게 주인님 차를 막" - 연교

놀란 연교는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는 것을 막지 못한다. 앞에서는 기사님이 좋은 분이라고 말하지만, 속내엔 동익이 단순 고용주가 아닌 주인님이라는 생각이 있다.

기우를 대하는 민혁의 태도와 기사에 대한 연교의 생각은 상류층이 하류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준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동등하게 보지는 않는다. 그것이 나쁘다고 할 순 없다. 하류층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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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동익의 집에서 술판을 벌이는 기우 가족. 기우는 나중에 대학에 가면 다혜에게 정식으로 사귀자고 할 거라고 말한다. 결혼식엔 부모 대행 배우를 쓸 것이라고 말한다. 부자 가족과 자신의 가족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앞서 민혁이 기우를 안전한 남자라고 판단한 것처럼, 기우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상류층이 하류층을 보며 느끼는 심리를 하류층도 상류층을 보며 느낀다. 일방통행이라면 차별이지만, 양측방통행이라면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 상류층이 악의를 가지고 벌이는 차별이 아니라, 사회의 인식 때문에 스스로를 차별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택의 심리에서도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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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기택의 반지하는 침수되었다. 반면 다송의 미제 텐트는 끄떡없다. 기택은 수재민들이 모인 체육관에서 옷을 주워 입고 출근한다. 반면 다송은 햇살을 받으며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다.

버려진 옷을 주워 입고 온 기택. 연교는 기택의 냄새를 참지 못하고 차의 창문을 연다. 기택에게서 지하철 냄새가 난다는 동익의 말을 듣고 그것을 느껴 문을 연 것인지, 침수 피해로 인한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연 것인지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기택의 감정은 알 수 있다. 기택은 자신에게서 나는 악취 때문에 창문을 연 것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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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를 치우다 코를 막은 동익을 기택이 죽인다. 지하실에서 오랜 시간 살았던 근세에겐 실제로 악취가 났을 것이다. 근세에게 가까이 간 누구라도 코를 막았을지도 모른다. 그게 기택이었어도 말이다. 그러나 기택은 그것을 본인에게서 나는 악취와 같은 것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죽였다.

냄새는 하류층을 위축되게 만드는 경제력, 직업, 학벌 등의 요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택은 위장취업으로 그것들을 가렸으나, 인간 본연의 특성인 냄새만큼은 가리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앞서 기생충이 사회 문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빈부격차, 학벌주의, 직업에 대한 인식 등 다양한 문제를 영화 곳곳에서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 문제 자체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사회 문제 때문에 생긴 사회적 인식이 하류층을 위축되게 만드는 것이 진짜 문제이다. 이것은 다혜와의 결혼식에 대한 기우의 대화와 냄새에 대한 기택의 반응에서 드러난다.


문제 해결의 1단계는 문제 인식이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건 일단 문제를 인식한 다음 단계의 일이다. 기생충은 천만 관객을 달성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문제를 인식시켜 줬다. 사회에 만연한 급 나누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 주었다. 물론 재미가 없으면 앞서 말한 것들은 의미가 없다. 평론가들만 극찬하는 영화가 아니라, 대중성도 챙기고 그 대중들에게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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