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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정희 Apr 01. 2022

봉쥬르 차이나 펀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결혼 전, 나는 쇼핑과 해외여행을 좋아했다.

쇼핑은 회사 근처 쇼핑몰이나 백화점 1층 이벤트 몰에서 예쁘고 세일 많이 하는 브랜드 의류를 구입했다. 날씬한 편은 아니었지만 젊었기 때문에 뭘 입어도 예뻤고 웬만하면 어울렸다.

비슷한 종류의 스커트들, 블라우스, 재킷을 끊임없이 샀다. 가방도 토트백, 숄더백, 크로스백 등등 비슷비슷한 디자인을 별생각 없이 사들였다. 명품백은 며칠 고민하다 면세점에서 한 두 개 질렀다.  


지금은 체중이 많이 불어 그때 샀던 옷들은 거의 입을 수 없고, 가방은 오로지 편한 에코백이나 책가방만 든다. 그때 사놨던 명품백은 일 년 내내 장롱 속에 있다가 결혼식이나 돌잔치 때만 가끔 들뿐이다.


여행은 이직 기간 동안에는 배낭여행을 했고, 회사를 다니고 있는 동안에는 휴가기간을 이용하여 3박 4일 패키지여행을 많이 했다. 하던 일도 해외영업이나 외국계 회사에서 영업관리를 했기 때문에 해외출장을 갈 일이 좀 많았다. 해외여행 경험이 조금씩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사람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맛있는 음식 많고 편리하고 말 잘 통하는 우리나라 여행이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 누군가 비행기 티켓과 여행경비를 준다고 하면 두말도 않고 해외로 나가고 싶긴 하다.  


그 당시 또 열심히 한 것은 펀드 투자였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전에 웬만한 펀드에 투자를 하면 대체적으로 수익이 났다. 펀드라는 것은 돈을 넣으면 그냥 은행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상품인 줄 알았다. 2~3개 정도의 펀드에 투자를 했고 대략 각각 20~3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얻었다.

 

어느 날 책을 읽다가 환차익 투자방법을 알게 되었다. 아무 은행에 들어가서 중국 위안화를 50만 원어치 샀다. 당시에 달러 통장은 있어도 위안화 통장은 없었다. 더 많은 위안화를 사고 싶었지만 현찰을 들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 50만 원 정도만 샀다. 현금을 사놓고 되팔 때 생기는 환전수수료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무슨 똥 배짱이었는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때의 나는 그랬다.

몇 년 후 위안화 가격이 올랐고 나는 50만 원의 위안화를 대략 70만 원의 한국돈으로 바꿀 수 있었다.


나는 내가 투자에 재능이 있는 줄 알았다.

펀드에 넣는 족족 수익이 발생했고, 심지어 환차익까지 봤으니 말이다.  


 2010년쯤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쯤에 나는 은행에 찾아가 봉쥬르 차이나 펀드를 샀다.

"봉쥬르 차이나 펀드에 투자하고 싶어요. "

친절한 은행 직원은 "네, 고객님. 그런데 곧 조정이 시작될 거라는 데 괜찮시겠어요?"라고 말해주었다.

항상 펀드로 수익을 냈던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새겨듣지 않았다.

"네, 괜찮아요. 300만 원 넣겠어요."라 했다.

착한 은행 직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각종 필요한 서류에 나의 서명을 받았다.

그때는 왜 그 말이 귓등에도 들리지 않았는지.


정확히 기억난다. 오로지 1주일 동안만 우상향 붉은색 그래프를 봤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했던가?

나의 펀드도 밑바닥이 어디인지 모르게 속절없이 추락했다.

다급해진 나는 통장에 있던 얼마를 나의 밑 빠진 독 '차이나 펀드'에 넣었다. 일명 물타기.

물 타기 해서 좀 손해를 만회하고 싶었지만 나중에 넣었던 돈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결혼 자금이 필요하게 되어 반토막도 더 난 펀드를 팔았다. 대략 손실금액은 25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잊고 싶은 기억이라 그런지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15년 전에 갔던 이집트 여행 속 벼룩도 생생히 기억하면서 내가 잃은 돈은 얼마였는지 가물가물하다. 이것도 나름의 방어기제일까?

벌써 10년 전 일이니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지금의 돈으로는 얼마나 될까?

아. 계산하지 않는 것이 나의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요즘은 30만 원의 예산을 가지고 주식을 하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오르겠지 하고 사둔 여행사 주식 2개와 유튜브에서 투자 고수가 가지고 있으면 좋다는 건설주 1개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만 끝나면 대박칠 것 같은 여행주 중 1개는 6000원 올랐고 나머지 한 개는 전환사채를 발행했다고 하여 대략 5000원 하락했다.  


나는 창피하지만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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