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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정희 Jan 19. 2024

산천어의 복수

창작동화

<산천어 긴급 안전 대책회의>

산천어 긴급 안전 대책회의 진행자: 요새 사람들이 말이여... 당췌 우리를 가만히 나두지를 않어.


산천어 축제다 뭐다 해서 우리 산천어들이 씨가 마른당께.


축제 전에는 무슨 큰 수조에 가둬서 몇날며칠씩 밥두 안주고 쫄쫄 굶겨서 말이지.


축제때 사람들이 쓰는 미끼. 그 허접한 거...그 거 미끼인줄 알면서도 배가 고파서 말이지. 덜컥 물어분당께.



심지어. 갸. 누구냐. 정봉이... 갸도 산천어 축제에 온 관광객한테 붙잡혀설라므네. 발버둥 치다가..끝내.

꼬마 애가 가지고온 봉다리에 달랑달랑 담겨서는 요단강을 건넜다는 거 아녀.


이거..원. 대책을 세워야지. 하루 이틀도 아니구 말여.


인간적으로다가... 낚시를 해서 잡았으면 물이라도 넣어줘야지..어떻게 된게..물도 안 담은 봉다리에 우리를 무자비하게 넣어가지고선...


또 우리가 죽어서 냄새가 나믄...쓰레기 통에 픽 던져버리고...그러구도 지들이 사람이여..??


애들한테 뭘 가르치는 거여?


우리 같은 생명을 오락꺼리로 말이여.. 잡고 죽이고 잡고 죽이고...뭐뭐..이래도 되는 거여?


내 나중에 인간으로 태어나서 꼭 복수할껴..


뭐..이건 뭐 내 의지로 되는 것도 아니구..대책을 어찌 세워 봅시당께!!



에헴.. 저기 있는 저기 저...점잖게 생긴 산천어 양반!! 어디 좋은 생각 있음 말 좀 해보시요!



산천어 1 : 필시, 산천어 축제라믄... 우리 산천어를 오락거리로 잡아서 그 자리에서 회쳐묵고, 튀겨묵고, 구워먹는단 말이제.


우리 이렇게 한번 해보면 어떨랑가요?


똥을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아봅시다잉!. 우리를 산채로 튀겨먹을때 사람들에게 우리의 똥 맛을 보여주는게 어떨까 말이시.




산천어 긴급 안전 대책회의 진행자: 오호! 좋은 생각이구만.


그럼 또 다른 생각없다요?


저기 얼굴 발그름한 산천어 양반..말 쫌 해보시요.



산천어 2 : 에...에... 딱히 좋은 생각인지는 모르겠는디요. 우리 함께..힘을 모아가지고 설라므네...


축제에 온 낚시꾼이 낚시를 할 때 우리 산천어들이 한꺼번에 낚시줄에 매달려서잉...낚시꾼을 얼음 밑으로 끌여당겨 보믄 어떨랑가요?


그라믄, 안전문제다 뭐다 해서 사람들이 축제을 안하지 않것소?



산천어 긴급 안전 대책회의 진행자: 오호!!

그럼.. 이제 우리 이제부터 밥 먹고 최대한 똥을 누지 말이고잉... 축제 시작하믄 다같이 모여 낚시꾼 한 놈만 노리는 거여..


아주 그냥.. 인간들 골탕 좀 먹여보자고잉~



<뉴스>


오늘 오후 강원도 산천어 축제에서 한 낚시꾼이 물에 빠져 10여분간 얼음 밑에서 허우적대다가 구조대가 긴급 출동하여 구조했다는 소식입니다.


또,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들은 산천어에서 이상한 맛이 난다며 불만이 속출하는데요.  


한 참가자의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저기요. 제가 산천어 축제는 해마다 오는데요. 오늘은 이상하게 산천어 튀김에서 똥 맛이 나서 그냥 뱉어버렸어요. 다음에는 안 오려구요."



다른 참가자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낚시를 하고 있는데요. 옆에서 산천어를 낚고 있던 아저씨가 어어!! 하더니 물에 빠지더라구요. 근데 물고기들이 그 아저씨 낚시대에 다닥다닥 붙어서 아저씨 낚시대를 막 잡아당기는 거 있죠. 세상에...제가 아저씨 발을 겨우 겨우 잡아서 망정이지...이런 경우는 살다 처음보네요. 다음에는 축제에 안 오려구요. 너무 무서운 경험이었어요."



산천어 축제에서 노정희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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