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고기뷔페를 다녀와서

by 노정희

162센티에 45킬로.

나의 몸무게였으면 정말 좋겠지만 중학생이 된 아들의 몸무게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게 살찌는 것이지만, 아이는 가장 어려운 게 살찌는 것 같다.

이 놈의 체질이 참 무섭다.

내 속으로 난 자식인데, 내가 해 먹이는 음식을 똑같이 먹는데, 나는 찌고 놈은 마른다. 이게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한 창 키 크고, 살 올라야 할 나이라 우리 집은 나름 비상이다.

앙상한 아이의 몸매를 본 남편은 나에게 어김없이 잔소리를 한다. 부인만 먹지 말고, 아들도 먹이라며...ㅠㅠ

이 세상 어느 엄마가 아이 빼고 혼자만 먹고 다니겠는가?

가당치 않은 소리라 대꾸도 하지 않지만 많이 먹여야 한다는 과제가 머릿속에 남는다.


아이 핑계로 주말에 외식을 했다. 동네에 맛집으로 등극한 고기싸롱.

고기 무한 리필집이니 최대한 야무지게 먹는다.

삼겹살부터 지글지글 굽는다. 각종 쌈채소와 양파절임, 밑반찬 등등

역시 남이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

아이도 엄마표보다 간이 센 음식이 좋은지 제법 잘 집어 먹는다.

지글지글..

상추쌈에 고기를 서너 개 한 번에 넣어 마늘과 함께 잘 싸서 연신 아이 그릇에 담아준다.

고기만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으니 나도 열심히 쌈을 싸서 입에 넣는다.

오물오물... 우적우적...


배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으... 더 이상 먹기 힘들다. 나는 틀렸다. 집에 가고 싶다.

많이 먹을 각오로 열심히 날라왔던 음식들이 이제 벌칙처럼 느껴진다.

아이도 남편도 먹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시원한 냉면과 함께 먹으면 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한 개 시켜서 나누어 먹자고 했더니, 아이와 남편의 시선이 너무 차갑다.

지금 먹어내야 할 음식도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더 시키냐는 거다.

'네가 인간이냐?'

뭐 이런 경멸의 눈빛이 느껴진다.

쳇, 이젠 식사를 즐긴다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고 꾸역꾸역 먹는다.

질겅질겅...

웃음기가 사라진 남편과 아이의 얼굴에서 음식을 씹는 즐거움에서 노동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한다.

나도 위가 빵빵이 부풀어 위의 주름이 다 펴진 느낌이다.


맛있게 시작했던 식사는 벌칙으로 끝나버렸다.

임산부처럼 배를 앞으로 내밀고, 허리에 손을 받치며 뒤뚱뒤뚱 계산대로 향한다.


한 동안 고기 뷔페는 좀 쉬어야겠다.

그리고 욕심도 좀 내려놓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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