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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희망"을 보고 (약스포 포함)

넷플릭스 추천작

by 노정희

늦은 밤 자기 전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것이 없나 리모컨 탐색질을 하는 것이 요즘 나의 취미 생활이다.

리미티드 시리즈 "조용한 희망"을 클릭했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고, 단지 영화 "서브스턴스"에 나온 아주 예쁜 배우 마가렛 퀼리가 출연한다는 이유뿐이었다.

(영어 제목은 MAID다. 왜 제목이 "조용한 희망"이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끝까지 보니 너무 적당한 제목임을 알게 되었다.

또 뒤늦게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스테퍼니 랜드의 "조용한 희망"이라는 르포타주 작품을 영화한 작품이었다.

원작을 읽고 있는데, 그녀의 실제 이야기는 영화보다 훨씬 고달파 보인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3살 딸아이의 엄마. 25살짜리 젊은 여성 알렉스가 꾸려가는 삶의 이야기가 10개의 에피소드로 전개된다. 대단한 가정폭력이라고 하긴 좀 예매한 폭력(큰 목소리로 화를 내고, 접시를 벽에 던져 깨뜨리는 수준)을 겪은 주인공은 남편이 자는 사이 아이를 둘러업고 집을 도망 나온다. 그녀가 어린 시절 겪은 가정 폭력의 트라우마를 자신의 아이가 겪게 하지 않기 위해서 한 선택이다. 또, 남편의 폭력성과 알코올 중독은 그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굳이 여성만이 피해자고, 남성이 가해자라는 도식을 쓰지 않아 좋았다. 누구든 폭력을 대물림할 수 있다.


글을 쓰고 싶어 도서관에 오는 도중, 화가 난 엄마와 칭얼거리며 그녀를 따라가는 어린 여자아이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를 모르겠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엄마는 딸에게 "오늘 먼지가 풀풀 날릴 정도로 한 번 맞아보자! 응? 어쩌면 엄마 말을 그렇게 안 듣니?" 큰 소리로 아이에게 소리쳤다. 그런 폭언에 많이 노출이 되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는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어 보였다.

말만 무섭게 하는 엄마일 수도 있고,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아이에게 히스테릭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다.

나도 아이 어린 시절에 내 몸이 힘들 때는 꽤 많이 신경질을 냈던 기억이 있다. 반성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뱉은 말이 아이에게는 평생의 상처가 되고, 그게 또 대물림될 수 있다. 우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알렉스는 노숙자 쉼터와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등등을 전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청소업체에 취업을 하게 된다. 시간당 몇 달러 받는 일. 그나마 part time으로 밖에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소중하지만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청소 용품을 자기 돈으로 사야 하고 자동차 기름값을 지불해야 하며, 아이를 맡아 줄 어린이집 비용이 필요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어린이집 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기 위해 취업증명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일이다. 그 어린이집은 시설과 관리가 형편없지만 그녀로서는 마땅히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녀의 상황이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져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남은 돈을 계산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고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녀는 고달픈 삶에 조금씩 적응을 한다.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가 백마 탄 왕자처럼 등장을 하지만, 그녀는 쉬운 선택을 하지 않는다. 너무 마음에 드는 대목이다. 힘든 삶의 여정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그녀가 겪어내는 역경을 글로 쓰고, 그것을 계기로 꿈을 찾아 대학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시리즈를 보내는 내내, 무일푼의 그녀 이야기로부터 용기를 얻는 경험을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꿈을 잃지 않고 단단한 한 인간으로서 홀로 설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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